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한 Mar 15. 2019

수고했어, 오늘도

난 날 응원해

세상 모두가 날 미워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매일 밤마다 머리맡에는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휴지가 가득했다. 퉁퉁 부어서 뚱한 얼굴로 간 학교에서 친구가 있을 리가 만무했다. 하루종일 같은 음악을 듣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1년 반을 살다보니 나는 더이상 꿈도 희망도 없는 자습 불참러로 낙인 찍혀있었다. 졸업장을 받으러 간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에게조차 수고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넌 재수를 해도 니가 원하는 대학은 죽어도 못간다, 그냥 아무 대학이나 가서 빨리 공무원이나 해라,는 말이 담임 선생님이 내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심을 담아서 해 준 말이었다.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하루에 한 번은 덜 자책했을지도 모르겠다. 좀 엉성하고 어설퍼도 하루를 살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말을 들을 자격이 있었는데. 뭐가 그렇게 급하고 여유가 없었는지, 그땐 스스로를 구석으로 몰아넣기에 바빴다. 대학교 2학년 중간고사가 끝난 어느 날,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를 처음 들었다. 노래를 들으며 노랫말에 너무 공감되어서 펑펑 울었던 이들도 있다지만, 난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더 씩씩해져야지, 나라도 나를 응원해야지, 내가 세상에서 제일 확실한 내 편이 되어 줘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끝에서 나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내일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참 용기를 주는 말 같다.

장전동, 카페 아가미 / 고양이는 말을 못해도 최고의 위로를 주지
매거진의 이전글 2019년 첫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