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올해 초까지만 해도 힘들거나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면 눈물부터 나왔다. 대표적으로 나는 진짜로 이번 생의 팔자로는 도대체가 정규직을 할 자격이 없는건지에 대해 생각하다가 좀 갑갑해지고 해 떨어진 주말에도 출근을 했다가 저녁쯤 하나 둘 지친 표정으로 집에 들어오는 식구들을 보며 자책하는 날들이 많았다.
몇 날 며칠을 자책하고 울어봐야 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오히려 기복에 익숙해지기도 했다. 울면서도 입사지원서에 이름을 적어내고 사진을 편집해내고 증빙서류를 제출했다. 어차피 시간은 계속 흘러갈 거고, 문제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건 나이며,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하는 것도 오롯이 내 몫이라는 걸 이해하고 난 다음부터는 깨져도 뭐라도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내가 잠시 휴식이라는 핑계로 유튜브를 보는 10분 동안에도 누군가는 공부를 하고 자기소개서를 써서 입사지원 준비를 하고 있을테고, 내가 실컷 우울해하고 있는 동안에도 어차피 나이는 먹게 될 것이다. 나는 내일 당장 입사한다 해도 나이많은 중고 신입 얘기를 들을거고 늦은만큼 더 열심히 해야하고 좋은 성과를 내야하는 것도 당연하니까,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잡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근데 저렇게 수 백 번도 더 말해놓고도, 시간 단위별로 감정 기복이 생긴다. 하루에 2개씩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불합격 소식을 줄줄이 듣는 날이 거의 2년을 채워가는 현실을 마주하는데 어떻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계속 유지가 되고 힘든 순간을 매번 이겨내기만 할 수 있을까. 요즘은 당연히 지치는 순간이 더 많다. 저녁 기온이 30도가 넘는 밤에 세 시간 가까이 뛰면서 억지로 웃으며 난 반드시 잘 될거라고 수 백 번을 더 되뇌이는게, 내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서 도저히 텐션이 올라오지 않는 날도 있고 술을 주량 이상으로 마셔도 정신만 말짱해지고 취하지도 않는 날엔 돈만 날린 것 같아 억울해지기까지 한다. 간간히 보는 면접에서는 나이가 있는만큼 결혼 문제가 걸린다고 하고,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는 상대와의 결혼을 가정해서 그 이후의 근속 의지를 웃으며 어필했더니 돌아오는 답이 무릎을 탁 치게 했다.
업계를 잘 모르시네요, 조사를 제대로 했다면 우리 회사가 그 정도로 좋은 회사 아니란 걸 알텐데.
그리고 서류 합격 소식도 드물게 되어버리면서 요즘은 취업 준비 안하냐는 부모님의 걱정 어린 말씀에는 뭐라도 보여드리고 싶은데 다 떨어졌다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하려니 아무것도 보여드릴 게 없는 이런 상황. 환장할 노릇이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본다.
나 빼면 어디 하나 나무랄 것 없는 멀쩡한 집인데 내가 괜히 집안의 까만 양이 되어서 분위기를 조져놓는게 아닌가. 까만 털을 다 뽑아버리고나면, 시간이 지나서 다른 양들처럼 흰 털이 난다는 보장이 있다면 조금 덜 미워보일까.
근데 혹시 만약에 털을 뽑고 나서 보니 내가 양이 아니라 하얀 코끼리였고, 그래서 거대하고 쓸모 없어져 버린다면 어쩌지.. 아 섬찟하다. 웃자고 적은 얘기가 아주 말도 안되는 얘기인 것만은 아닌 것 같아서 뼈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