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세린
어렸을 적, 겨울이면 피부가 건조해 졌다.
그럼 엄마는 글리세린이란 액체를 발라주셨다.
난 그 냄새가 정말 싫었다.
느끼하면서 매스꺼웠다.
그래서 간지럽지만 어떻게든 안 바르려 도망다녔던 거 같다.
지금은 향기나고 촉촉한 많은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엄마는 왜 날 사랑했을까?
잘 모르겠다.
난 너무도 당연히 받아들였다.
물론 나도 엄마를 사랑했다.
의사가 되고 싶을 정도로.
나도 밝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도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도 성공지향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나도 사회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문득 문득 고독이 찾아온다.
날 집어 삼킨다.
그 맛이 꼭 글리세린 같다.
그럼 철없이 죽음을 생각한다.
죽음은 당연한 건데, 절대 필연인데
젊어 죽던, 늘겅 죽던 다 죽는데
난 죽음이 두렸다.
죽음 자체보다, 비참해 지는 게 더 두렵다.
이별보다 초라해지는 게 더 슬프다.
죽음을 생각하면, 대학병원이 떠오른다.
다 그렇게 죽는다.
평생 번 돈을 병원에 갖다 바치고 죽는다.
근데 어쩔 수 없다.
보통의 인간은, 사회를 통념을 거스를 수 없다.
동물도 받아들이는 일을, 인간은 못한다.
오늘도 글리세린 냄새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