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살하면 안 되는 이유

아버지

by 히비스커스

나의 아버지는 내가 6살때 사고로 돌아가셨다.

사실 글이 아니면 난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한다.

그만큼 평생을 괴롭힌 사건이다.


6살 이전의 기억은 별로 없다.

다만 꽤 행복했던 거 같다.

2층인가 3층 집에 살았고,

사진을 보면 아주 밝았던 거 같다.

사실 사진을 보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같다.

그 해맑은 표정의 어린아이라니....


아버지의 죽음이후, 난 한 번도 그런 웃음을 지은 적이 없는 거 같다.

난 정말 자존심이 센 아이였다.

어렸을 적, 그러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난 새 집으로 이사를 갔다.

그리고 몇 일 후, 아주 커다란 콘크리트 하수관 위에서

동네 아이들과 놀다 그만 하수관에 발이 끼었다.

그 무거운 돌 덩어리에 눌린 것이다.

저절로 굴렀는지, 누가 굴렸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난 인간을 믿지 않는다. 누가 굴렸다고 본다. 난 새로온 아이였으니.)

하수관 위에 아이들이 올라 탈 정도였으니 1미터는 충분히 넘을 폭이었다.


난 어떻게 됐는지, 발을 뺄 수 있었다.

신발이 피로 물들었다.

문제는 집을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새로 이사한 집이 기억나지 않았다.

난 피를 흘리며 이리저리 집을 찾았다.

하지만 확실히 기억나는 건 울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간신히 집을 찾았고, 의사가 왔는지 의사에게 갔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난 엄지 발톱을 뽑아야 했다.

그래도 울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아버지의 죽음이 나의 모든 걸 바꿔 놓았다.

난 자존심도 없고, 자긍심도 없고

밝지도 않고, 솔직하지도 못하다.

한마디로 하찮다.


절대로 자살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너무 큰 상처를 준다.

물론 정말 나쁜 놈이 있다.

그런 놈을 죽어서 보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나쁜 놈은 그렇게 많지 않다.


내가 살아서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뭔가 작은 하나라도

도움과 기쁨을 줄 수 있게 노력하는 게

잘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죽으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상처로 남아 누군가를 평생 죽을 때까지 괴롭힌다.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은가?

그 깊고 긴 고통을 주고 싶은가?


난 아내에게 그러고 싶지 않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자살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