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하정우 감독의 영화다.
그는 이미 몇 편의 전작이 있다.
콜러코스트, 하삼관
난 둘 다 봤는데, 다 재미없다.
배우가 감독을 해서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그건 플러스 요인이 된다.
디테일을 살릴 수 있거나,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없앨 수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대표적이다.
하정우는 늘 코미디영화를 찍는다.
특히 블랙코미디.
이게 아주 어렵지만, 잘하면 참 고급스럽다.
그는 왜 고급을 추구할까?
이제 돈도 많고 명성도 얻었는데.
자신이 하찮다 생각하는 걸까?
내가 그의 집을 방문한 적은 없지만, 대충 짐작하면
명품으로 도배돼 있을 거 같다.
쓰레기통 하나까지.
사람은 늘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 하니까.
아마 그건 자신의 아버지랑 연결되지 않나 싶다.
그는 전원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거 같다.
이 영화는, 벤처기업 사장이 사업을 위해 골프접대하는 이야기다.
사실 이건 너무나 현실적이다.
더러운 공무원들.
치사한 경쟁자들.
억울한 피해자까지.
특히 주인공은 로봇같다.
시키는 대로 한다.
골프치라면 골프치고
로비하라면 로비한다.
딱히 뇌라는 게 없다.
그래서 매력이 없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매력이 없다.
그저 현실을 까발리는 일만 한다.
안 봐도 대충 안다.
다들 그렇게 산다는 걸.
판사는 룸가서 접대받고
검사는 룸가서 접대받고
공무원은 룸가서 접대받고
정치인은 룸가서 접대받고
이게 웃긴가?
성공하려고 없는 돈에 골프접대하는 게 흥미로운 얘기인가?
너무나 당연한 수순아닌가?
그 안에서 넘어지고 엎어지고 한다고 다르나?
차라리 고위공무원 취미가 에베레스트 등반이면, 더 낫지 않았을까?
평생 연구만 한 책벌레가 목숨걸고 베낭을 메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