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입는 법 ― 유행과 기준 사이에서
10대의 나는 늘 용돈 안에서 옷을 사야 했다.
그래서 ‘실패하지 않을 옷’을 고르는 게 중요했다.
유행은 알고 싶지만, 가격은 부담스러웠고
결국 무난하면서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선택했다.
지금도 좋아하지만, 스투시는 내 10대 시절의 상징 같은 브랜드였다.
2000년대 중반, 스투시 반팔은 교복처럼 유행했다.
나는 그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라인,
해골 그림이 들어간 노란색 티셔츠를 샀다.
사실 숀 스투시의 로고 티를 원했지만, 그건 너무 비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과한 색이었지만,
그땐 그게 나름의 ‘개성’이었다.
복도에서 스투시 후드티를 입은 친구들을 보면 괜히 부러웠고,
노스페이스와 함께 스투시는 그 시절의 ‘멋’을 상징했다.
20대가 되면서 세상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컴퓨터를 켜서 커뮤니티 인기글을 보던 시절을 지나
이젠 인스타그램 피드 한 번이면 전 세계의 스타일을 볼 수 있다.
TV, SNS, 유튜브까지 —
브랜드를 배우고 문화를 접하는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짧아졌다.
덕분에 더 많은 브랜드를 쉽게 알게 됐지만,
그만큼 금방 질리고 애착이 줄어드는 것도 느꼈다.
그래서 요즘은 생각한다.
유행을 좇는 것도 과정이라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가 있는 법이고,
그 안에서 배우는 감각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다 보면
언젠가 ‘이건 내 옷이 아니다’라는 순간이 온다.
그때가 바로, 나를 입는 법을 배워야 하는 때다.
패션은 결국 지식이 아니라 태도다.
브랜드의 역사를 얼마나 아느냐보다
그 시대 속에서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요즘은 검색 몇 번이면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정보가 아니라,
그걸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이다.
나이가 들수록 옷은 직업과 함께 달라진다.
비즈니스 업종이라면 정장과 로퍼,
패션업이라면 조금 더 자유로운 옷차림.
직업이 바뀌면 옷도, 생활의 리듬도 함께 변한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퇴근 후나 휴일에야
비로소 패션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10대에는 신발과 머리, 액세서리에 집중했지만
30대가 된 지금은 옷이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가 되었다.
패션을 더 알고 싶다면
인스타그램보다 책이나 매거진을 먼저 권하고 싶다.
‘보여주는 멋’보다 ‘생각하는 멋’을 배우게 되니까.
책이 어렵다면 유니클로 매거진 B 같은
가볍지만 깊이 있는 잡지부터 시작해도 좋다.
스마트폰 시대엔 생각할 여유가 줄어든다고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다르게 본다.
그만큼 더 많이 보고, 더 빠르게 배우며,
결국 더 나답게 입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