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나고 난 후

축제가 끝난 뒤에

by 지니샘

찬 바람을 맞던 연극이 끝났다. 똑같은 연극을 3회나 관객으로 참여했다. 관객 역할은 처음이다. 3회라는 횟수도 이례적인 일이다. 낯선 경험이었다. 무대 위가 아닌 아래에서 빛나는 그들을 지켜보며 발꾸락이 시려워도 "안녕하세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감사합니다" 외쳤다. 너무 익숙해진 탓에 3회차 공연에서는 반쯤 쿨쿨 잠들어 버릴 정도였지만, 매 장면을 보면서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저 대사 어떻게 치면 더 재밌을까?', '감정선을 어떻게 잡고 눈물까지 흘릴까' 나름 기술적인 접근으로 무대에 올라가 있는 나를 형상화했다.

설치는 건 잘하는데 막상 멍석 깔아주면 부끄러워하는 나를 안다. 연기라는 건 특히나 내가 경험하지 않은 채로 경험했던 나를 불러와 감정을 가져가야 하는 일이기에, 몸을 움직이고 감정에 맞게 행위 하기가 쉽지 않다. 내 안에서는 조금 더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연기를 현타온다는 이유로 시부작 웃어버리며 진짜 나만 불러내는 나를 잘 안다. 이번 년도에는 아래에서 보는 입장에서 요리조리 나 스스로를 요리하며 혼자만의 무대를 그려나갔다.

그리면 그릴수록 색이 칠하고 싶어진다. 결국 이것 또한 나의 시뮬레이션일 뿐이라 갈증만 더 짙어진다. 팔레트에 하고 싶다는 색깔만 짜놓고 붓을 대지 않는 심정이다. 그림의 떡처럼 쳐다보고 있는 느낌.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덥석 올라갈 수 없지 않은가. 여름에 뮤지컬 공연이 끝나고 난 후, 내가 무대 위에서 욕심이 별로 없다는 걸 인정하고 애써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특출난 내 재능이 아니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일이다. 대본을 읽으며 다른 이가 되는 내가 좋고, 처음볼 때는 도통 모르겠는 감정을 따라가 언젠가의 나를 찾아내는 과정이 바람에 실려 올라가는 내 몸에 묻은 땀처럼 시원하다. 누군가가 나를 봐주는 것도 희열을 주지만, 무대 위에 있는 나를 바라보는 내가 좋다. 좋아서 한다. 연극이든 노래든 무엇이든 그 안에 내가 있는게 좋아서.

얼굴 잘 모르는 관객들을 맞이하고 감사 인사를 하고 떠나보내며 '내가 진짜 연극을 좋아하구나' 깨달았다. 위 아래가 상관없이 과정에 함께 할 수 있음에 행복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번에는 끝나고 난 해방감이나 허무함 없이 오히려 더 채워졌다. 내가 그린 나로, 연극에 대한 갈증으로, 내년이나 다음 무대에 대한 기대로. 토요일 오전, 집에 가버렸다면 정리할 수 없었을 감정이었다. 굿 포인트!

작가의 이전글우리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