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차가운 공기를 머금은 바다가 출렁인다. 날짜는 숫자에 불과하다는듯 자신만의 흐름에 따라 일렁거린다.
‘속이 뚫리는 것 같다’, ‘이번년도에 못했던거 다음년도에는 더 잘해야지’, ‘고생많았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심해 깊은 저 어딘가로 흩어진다. 모두의 목소리를 품은 바다는 언제나 그랬듯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흔들, 흔들. 저 앞에서면 푸르러지는 마음을 한껏 내보인다. 무심하지만 포용스러운 흔들거림은 답이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우리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이전과 다른 마음으로 돌아선다.
2025.12.29.월 동해바다에서
무려 5시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동안 자리에 앉아 자고 먹고 지나치는 순간들을 보기만 했다.
“행복하다”
그 끝에 네글자를 뱉을 수 있는 이유는 눈에 펼쳐진 바다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푸르름을 담고 있는 바다가 눈 앞에 떡하니 펼쳐졌다. 거릴 것 없이 멀어지는 바다를 보면서 꼬옥 쥐고만 있던 이번 한 해를 스르륵 놓아주려 한다. 가지 말라고 떼쓰지 않고 오늘, 내일을 가리지 않고 손에 힘을 풀려고 한다. 하고 싶었던 말들, 저 밑에서만 외치는 이들을 여기에 외치고 가려고 한다.
행복하다.
2024.12.29.일 네르하 통영에서
장을 보다 좋아하는 와인을 찾았다. 러키였다. 숨차는 오르막을 올라 도착한 숙소에서 예쁘기만한 노을과 그 하늘이 비춰진 바다를 만났다. 새파란 파도가 무슨 말을 그렇게나 하고 싶은지 세차게 바위를 때린다. 내 이야기인듯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도 춥다는 소리 없이 움직임을 따라 씨익 웃고 말았다.
2023.12.29.금 바다가 넘실거리는 고성
가족 여행이 있기 전날, 엄마를 졸라 다이소에 가서 우리 엄마 표현으로 얄구지지 않은 상품 몇개를 샀다. 그냥 가기 아쉬워서 엄마, 아빠께 오래방을 제안했다. 시원하게 샤우팅 하면서 고성에 넘실거리는 바다만큼 털어내 버린다.
2022.12.29.목 바다의 공기를 머금고
즉흥 무대를 내가 채울 수 있다는 영광을 얻고 실컷 놀았다. 괜찮은 척 짠 공기를 흐읍 들이마시며 그래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해장국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바쁘게 다리를 움직여 진주에서 보고픈 이들을 만난다. 내가 오늘 하루 마주한 공기가 어떠했는지 생각할 겨를 없지만 몸에 들어온 공기가 말한다. 너에게 너를 바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