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성이 부족한 화자를 따라가야 하는 불편함으로 만들어지는 이야기
『All The Dangerous Things』는 1년이 지난 아들의 실종 사건을 엄마(주인공 이자벨Isabelle)가 풀어가고자 애쓰는 이야기다. 처음부터 끝까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주인공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가 상당히 불안한 상태로 묘사되며, 그로 인해 미스터리에 더욱 혼란을 더한다. 화자는 수면 부족에 시달린지 너무 오래 되었고 심지어 몽유병 증세가 의심되는 상태의 인물이다. 처음에는 화자의 서술에 특별히 의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가, 계속 해서 쌓여가는 화자가 불안정한 심리, 건강 상태에 더불어 주변 인물이 계속에서 화자의 상태에 대한 의심스러운 언급들이 더해지면서 내가 읽고 있는 내용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를 의심해야 하는 혼란 속으로 독자들을 밀어넣는다. 읽고 있다 보면 내가 잠이 부족한 듯한 어지러움과 함께 도무지 풀리지 않는 문제로 인해 답답함이 밀려온다.
시원하게 이야기가 쭉쭉 나아가거나 단서들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형식의 미스터리가 아니고, 미스터리에 있어서 기반이 되는 화자의 신뢰성을 무너뜨려서 발생하는 '혼란스러운 감각'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소설이기 때문에 그 감각을 즐길 수 없는 사람이라면 읽는 내내 고통에 시달릴 수 있다. 나는 특히나 감정적으로도 그렇지만, 감각적으로도 상당히 깊게 이입을 하는 사람이라 읽는 내내 메슥거리고 머리가 빙빙 돌아 고통스러웠다. 그저 미스터리, 스릴러 인기작으로만 생각하고 읽었다가 3D 수면장애를 제대로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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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된 이야기들과 느린 전개
이미 이야기 속에서의 주요 사건(아들 실종 사건)이 1년이 지났기 때문에 주요 조사는 이미 끝났고 새로운 단서가 나올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 단지 아들을 잃은 엄마로써의 절박함으로 주인공 혼자 뭐라고 하려고 애쓰고 있는 상황이다. 무언가 새롭고 그럴싸한 이야기 거리가 계속해서 등장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보니 전개가 상당히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주인공의 상태에 더욱 의심을 더하는 주인공의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 상황과 병렬적으로 늘어지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에 집착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추리소설에서 비단 사람들이 기대하기 마련인 결정적인 단서나 의심스러운 정황이나 인물의 등장도 그저 뜨뜬미지근하다. 정확히는 주인공이 단서라고 생각하거나 의심스러운 정황이라 여기는 것들에 신뢰성을 의심하게 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적극적인 추리마저 방해 받는다.
결론적으로는 상당히 많은 부분이 마지막에 폭발하는 절정을 위해 쌓아가는 독자들이 명확하게 보기 어려운 아스라한 조각들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꽤 지루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위에 언급했던 어지럽고 불편한 감각으로 인한 것도 있어,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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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똑바로 마주하는 것의 힘
작품에서 메인 사건은 아들의 실종 사건이지만 이와 함께 이자벨이 일생 동안 의식 저편으로 밀어넣어 놓았던 거대한 문제들이 함께 등장한다. 하나는 트라우마로 남아 지속적으로 이자벨을 괴롭히고 있는 어릴 적의 충격적인 사건이고, 두 번째는 남편과 결혼하게 된 과정 속에서 합리화해왔던 개인적인 양심의 가책이다. 첫 번째 사건의 경우는 본인의 의지와 반해 부모로부터 모르는 척하고 숨기기를 강요 당했고, 두 번째의 경우는 스스로 계속해서 문제가 아니라고 합리화하고 모른 척 해왔던 일이다. 공교롭게도 아들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면서 이 두 가지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진정으로 두 가지 사건과 제대로 마주하면서 본인이 알 지 못했던 진실에 한 발 가까워진다. 그리고 어쩌면 전혀 아들의 실종과 상관 없을 것 같은 이 사건들이 결국 아들의 사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작가의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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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타는 작품일까?
범죄,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이러한 장르들을 계속 읽다 보니 이야기에서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관점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예전에는 얼마나 놀라운 트릭이나 반전이 있는가에 집중해 '상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반전이나 속임수가 있지 않으면 장르물로서 김이 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아무리 비슷한 장르물이라고 해도 똑같이 한 가지 방식에 집착하지 않고, 각각 다른 관점으로 다른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All The Dangerous Things』처럼 오히려 독자의 추리를 방해하는 미스터리물도 그 나름의 트릭인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미 수많은 트릭이 등장한 이상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트렌드적인 면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화로 인해 같은 장르물 속에서도 취향의 차이가 더 촘촘해지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항상 비슷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취향을 타겠다는 말을 덧붙이게 된다.
길게 주절주절 썼지만, 결론적으로는 위에 줄줄이 설명해 놓은 특징을 보았을 때 『All The Dangerous Things』는 상당히 취향을 탈 수 있는 작품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상당히 유명한 데다 평점도 높은 작품이어서, 오히려 취향에 대한 걱정은 나의 편협함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