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들

임원보고 자리에서, 나는 왜 말을 줄였을까

by 하랑팀장

임원 보고를 위해 모인 자리, 4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통과해 온 다섯 명의 팀장이 나란히 앉았다. 서로의 서툰 첫 부임 시절을 기억하고, 각자 맡은 부서를 조금이라도 더 잘 운영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경쟁하면서도 응원을 놓지 않았던 시간들을 함께 겪었다. 이제 우리는 서로의 강점뿐 아니라, 어떤 질문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지, 어떤 순간에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는지까지 자연스럽게 아는 사이다.


그날, 그중 팀장 A가 유독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보다 화려한 수사를 동원하며 자신이 이룬 성과를 길게 설명하는 그의 모습은, 어딘가 조급해 보였다. 내 눈에 비친 그는 앞서가는 승자라기보다, 지금 이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처럼 보였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이미 서로의 바닥까지 다 아는 관계에서, 굳이 ‘내가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기는 법을 배워왔다. 뒤처지면 도태된다는 공포 속에서, 늘 앞줄로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는 나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4년을 함께한 동료들 사이에서는, 나의 잘남을 드러내는 것보다 나의 부족함조차 편안하게 두는 담대함이 더 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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