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점의 여유로 오래 가는 리더십
모든 성격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이 공존한다. 나의 경우, 그 동전의 이름은 ‘급함’이다. 스스로를 돌아보면 늘 무언가에 쫓기듯 속도를 낸다. 식탁 앞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천천히 음미하며 먹으면 소화에도 좋고 체중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너무나 잘 안다. 그런데 숟가락을 드는 순간, 내 안의 무의식은 이미 다음 할 일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무언가를 빨리 끝내야만 한다는 마음이 내 삶의 저변에 깊게 깔려 있는 셈이다.
이런 성격은 일상의 풍경마저 건조하게 만든다.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내려 사무실로 향하는 짧은 거리, 주변을 둘러보면 느긋하게 걷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걸음걸이에는 특유의 여유가 묻어난다. 반면 나는 보폭이 빨라져 앞사람을 추월하려 든다. 사실 그렇게 서둘러 걸어봐야 도착 시간은 고작 2~3분 차이일 뿐이다. 좋게 보면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치지만, 냉정하게 보면 늘 숨이 가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느긋하게 걸어보려 해도, 어김없이 서두르는 나를 자각하곤 한다.
심리학 및 조직행동 연구에서는 이런 기질을 ‘시간 긴박감(Time Urgency)’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평일에 속도를 끌어올린 만큼, 주말이 되면 나는 과도하게 몸이 늘어지거나 게을러진다. 쉬고 있어도 쉬는 것 같지 않은, 묘한 부채감이 휴식의 농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업무수행 방식에서도 이 성향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나는 종종 마감 직전까지 일을 미루다 막판에 몰아치는 ‘벼락치기’를 한다. 다만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의 큰 틀을 잡기 위해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안건을 구체화하고,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겉으로는 시작이 늦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이미 오래 달리고 있는 상태다. 실제 자판을 두드리는 시점이 마감 코앞일 뿐, 내 뇌는 그 전부터 긴 호흡의 레이스를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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