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손을 비우는 시간, 마음을 채우는 기록
팀장이 되고 나서 지난 5년 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조언은 역설적이게도 ‘직접 하지 마라’는 것이었다. 실무자로서의 탁월함이 팀장이라는 직위를 선물했지만, 정작 그 자리에 앉는 순간 가장 먼저 버려야 할 덕목 역시 ‘실무의 숙련도’였다. 팀원이 일하며 성장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고, 직접 하려는 충동을 억제하며 코칭과 넛지로 방향을 잡아주는 일. 그것은 내가 직접 해치울 때보다 몇 배의 인내심과 에너지를 요하는 ‘멀리 보는 투자’였다. 5년이라는 세월은 내 안에서 실무의 물기를 빼고 리더의 체력을 기르는 연단의 과정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부서로 자리를 옮기며 나는 다시금 시험대에 올랐다. 바로 밑의 핵심 인력 둘이 이미 기존 업무로 과부하 상태라, 새로운 과업을 얹어주기가 차마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비어 있는 틈을 메우기 위해 내 손이 다시 바빠졌고, 때로는 텅 빈 사무실에 홀로 남아 불을 밝히는 밤이 늘어갔다. 리더가 고독하게 현장을 지키는 모습은 '기본값으로 바람직한 풍경'은 아니지만, 지금은 마이클 왓킨스의 저서 『90일 안에 장악하라(The First 90 Days)』의 전환기의 리듬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이 책은 새 역할을 맡은 리더가 첫 90일 동안 ‘무엇을 먼저 파악하고, 무엇을 먼저 실행할지’ 우선순위를 세우는 방법을 다룬다.
새로운 부서의 생태계를 빠르게 흡수하고 업무의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때로 리더가 직접 실무 한복판에 발을 담그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의 ‘직접’은 실무로의 퇴행이 아니라, 기준과 맥락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개입에 가깝다.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춰 사고의 근육을 바꿔 쓰는 것 또한 리더의 핵심 역량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직접 확인하고, 무엇을 위임하며, 무엇을 관찰할지 설계하는 일. 이 설계가 끝나야 비로소 ‘손을 비우는 리더십’이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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