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의 직업병

팀장은 왜 퇴근 후에야 자기 감정을 알아차릴까

by 하랑팀장

이상한 일이다.

사무실에 있을 때는 분명 괜찮았다. 회의를 했고, 팀원과 면담을 했고, 이슈사항도 잘 해결했다. 보고 자료의 숫자를 확인했고, 다른 부서와 온도가 맞지 않는 대화도 무사히 넘겼다. 그 순간에는 나름 잘 해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흔들리지는 않았다고 여겼다.


그런데 퇴근길 지하철에 앉는 순간, 혹은 집에 도착해 신발을 벗는 순간 마음이 갑자기 가라앉는다. 낮에는 별일 아닌 듯 지나간 장면이 저녁이 되어서야 걸린다. 어떤 날은 식탁 앞에서, 어떤 날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운 뒤에야 알게 된다. '아, 내가 오늘 꽤 지쳐 있었구나. 아, 그 말이 생각보다 오래 남았구나.'


팀장은 왜 퇴근 후에야 자기 감정을 알아차릴까.

아마 회사에서는 마음보다 역할이 먼저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팀장에게 조직은 느끼는 곳이라기보다 처리하는 곳에 가깝다. 누가 흔들리면 붙잡아야 하고, 일이 밀리면 우선순위를 다시 세워야 하며, 위에서는 답을 원하고 아래에서는 방향을 묻는다. 그런 자리에서는 내 속을 찬찬히 들여다볼 틈이 없다. 서운함이 올라와도 일단 덮고, 피로가 밀려와도 다음 일정으로 넘어간다. 감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뒤로 미뤄두는 것이다. 그래야 하루가 굴러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뒤로 미룬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낮 동안 접어둔 감정은 퇴근 후에야 조용히 존재를 드러낸다. 그제야 알게 된다. 내가 버틴 것이지, 정말 괜찮았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사람들 앞에서는 단단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지만, 속으로는 꽤 눌려 있었던 순간이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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