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하지 마세요. 파인크리크C.C.18홀 복기
2014년 여름, 머리를 처음 올렸다. 정규 골프장에 가서 처음으로 18홀을 완주하는 것을 ‘머리 올린다’라고 말한다. 서당 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지만 골프는 3년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골프에 재능이 있고 엄청난 연습과 목표가 있는 사람 중의 일부는 골프 입문 후 1년 이내에 싱글이 되기도 하지만 그건 저세상 사람 이야기이니 잠시 접어두자.
승부 근성이 강한 나는 골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골프 시작 후 1년 정도는 레슨도 제대로 안 받고 기회가 되면 라운딩만 나가는 정도였는데, 나와 비슷한 시기에 골프를 시작한 사람들의 실력이 나보다 뛰어난 것을 깨닫고난후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2016년 여름, 우리 사업본부에서 파트장 이상을 대상으로 워크숍 형태의 친선 골프대회가 열렸다. 그 행사 총괄을 내가 맡았었는데 그때 골프 실력이 많이 늘었다. 행사 진행도 해야 하는데 골프까지 버벅대며 칠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두 달동안 레슨을 가열차게 받은 덕분에 실력이 많이 향상 되었다.
10년간 골프를 치면서 싱글도 여러 번 하고 샷이글(Shot eagle)도 두 차례 하며, 골프 잘 친다는 말을 꽤 듣는 편이다. 골프를 쳐본 사람들은 알지만 어제 잘쳤다고 오늘도 잘친다는 보장이 없다. 날씨, 동반자, 캐디, 잘 치려는 욕심, 티샷할 때 들리는 동반자의 수다 소리 등 골프 스코어에 영향을 주는 멘탈 요인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평균적으로 80대 중반의 스코어를 내는 편이다. 스코어 기복이 적은 편인데, 주변에서 어떻게 하면 골프를 안정적으로 치는지, 언제부터 잘 쳤는지를 물어오면 나는 이 말을 꼭 해준다.
“캐디 점수 말고 규칙대로 스코어를 제대로 적으면 골프 실력이 늘어요”
나와 골프치는 동반자들은 대체로 명랑 골프 보다는 골프에 진심인 사람이 훨씬 많다. 그들은 골프를 룰대로 치기를 원한다. 여성 플레이어가 드라이버 샷을 쳤는데 그 공이 언덕에 떨어지면 대체로 남성 동반자들이 ‘좋은 곳에 내려놓고 치세요.’라고 말하는데, 그렇게 자꾸 내려놓고 치다 보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골프공은 홀컵에 들어가기 전까지 만지면 안 된다. 디봇에 빠지면 살짝 옆으로 빼놓는 것은 아마추어 골프에서 용인되지만 언덕에 있는 공을 페어웨이로 던지는 것은 옳지 않다. 언덕에서 칠 수 있으면 치고 그렇지 못하면 1벌타를 받고 한 클럽 이내로 공을 내려놓고 쳐야 한다.
규칙대로 쫀쫀하게 치는 여성 멤버 두 팀이 있다. 이 그룹은 규칙대로 칠 뿐만 아니라 타당 1천 원짜리 내기까지 하므로 그린에서 한 클럽 이내가 아니면 컨시드를 주지 않는다. 한 클럽보다 약간 길게 남으면 대체로 ‘관계가 상하는 거리네’ 라고 말하고, 내심 기대하고 바라는 OK를 주지 않는다. 골프를 쳐 본 사람들은 짧은 거리 퍼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 안다. 특히 내리막 라이라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니 퍼팅에서 점수를 까먹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오죽하면 ‘드라이버는 Show, 퍼팅은 money’라는 말이 자주 회자될까 싶다.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못 치면 못 치는 대로 모든 타수를 다 적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100점(100타) 언저리의 점수를 받게 되지만 명확하게 자신의 실력과 수준을 파악하게 되니 이를 악물고 연습을 더하거나 레슨을 받거나 복기를 하게 된다. 쓰리 퍼터만 하지 않아도 골프 점수를 단기간에 줄일 수 있다.
구력 10년인 나도 원포인트 레슨을 종종 받는다. 내 샷에 문제가 있다 싶으면 점검을 받는 것이 빠른 개선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도움이 되는 것은 복기이다.
25년 6월에 파인크리크CC에서 남편과 라운딩을 했다. 새벽 6시 41분 티였고, 파인 코스와 크리크 코스였는데 홀마다 핸드폰에 기록하며 복기했더니 그다음 홀에서 도움이 되었다.
<Pine 코스>
1번째 홀 : Par4. 내 스코어 : 보기 (쓰리온, 투펏)
드라이버/유틸리티/어프로치/퍼터 2회
2번째 홀 : Par5. 내 스코어: 보기 (포온, 투펏)
드라이버/우드(라이 안 좋았음)/우드/어프로치/퍼터 2회
3번째 홀 : Par3. 내 스코어: 파 (원온, 투펏)
8번 아이언/ 퍼터 2회
4번째 홀 : Par 4. 내 스코어 : 보기 (투온, 쓰리펏)
드라이버/유틸리티/ 퍼터 3회
● 쓰리펏, 이런 실수를 줄여야 한다.
첫 번째 퍼터를 컨시드 존에 붙이는 전략으로 쳤어야 했는데...
5번째 홀 : Par5. 내 스코어 : 보기 (포온, 투펏)
드라이버/ 우드/ 유틸리티/어프로치 /퍼터 2회 (2단 백핀, 2단 경사 완전 심함)
6번째 홀 : Par3. 내 스코어 : Birdie(원온, 원펏)
티샷 멀리건/30m 롱펏 성공
● 슬라이스 성 내리막 라이여서 거리만 맞추겠다는 심정으로 편하게 스트로크했는데,
20m 지점에서 기가 막히게 브레이크 걸리고 내리막 라이 10m 내려가더니 홀컵에 쏘~~옥 들어감.
7번째 홀 : Par4. 내 스코어 : 더블 (쓰리온, 쓰리펏)
드/ 유/ 어프로치 망함 ㅠㅠ (오르막이었고 풀이 길다 보니 날 맞아서 어프로치 꽝!)
8번째 홀 : Par3. 내 스코어 : 파 (원온, 투펏)
● 원온에 짧은 거리의 펏만 남겨놓았는데 아쉬웠다 ㅠㅠ 완전 버디 거리였는데 ㅠㅠ
캐디가 놓아준 라이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냥 쳤다. 결과는 역시 내 촉이 맞았다. 다음번부터는 캐디가 놓아준 라이가 아니다 싶으면 라이를 다시 놓고 쳐야겠다.
9번째 홀 : Par4. 내 스코어 :보기 (쓰리온, 투펏)
드/ 유/ 어/ 퍼터 2회
어프로치 엉망
● 언덕에서 어프로치 할 때는 백스윙을 좀 적게 해야 했는데 더위 먹어서 그랬는지….
높은 데서 그린으로 짧은 어프로치 할 때는 평소보다 백스윙 적게 해야지!
● 캐디가 놓아준 라이가 느낌상 아닌 것 같으면, 다시 라이를 놓아야 한다.
<Creek 코스>
1번째 홀 : Par4. 내 스코어 : 보기 (쓰리온, 투펏)
드/우(멀리건) /어프로치 good/짧은 퍼터 안 들어감
캐디가 OK를 줬지만 내가 보기엔 컨시드 거리가 아니었다.
● 이럴때 캐디스코어는 Par가 되지만, 내 찐 스코어는 보기임.
● 내리막 짧은 거리의 퍼터_약간 과감하게 끊어서 바로 보고 치기
2번째 홀 : Par4. 내 스코어 : 보기 (쓰리온, 투펏)
드/우/어프로치(A)/ 퍼터 2회 (컨시드)
● 어프로치: 풀이 길어서 약간 힘 있게 끊어 쳤더니 홀컵에서 많이 멀어졌음
3번째 홀 : Par3. 내 스코어 : 파 (원온, 투펏)
● 퍼터: 그린 스피드 2.6 임을 참작하여 내리막이어도 좀 과감하게
● 짧은 퍼터는 라이 읽지 말고 바로 과감하게
● 퍼터 할 때 팔을 붙이는 느낌으로 어깨 턴 했어야!
4번째 홀 : Par5. 내 스코어 : 파 (쓰리온, 투펏)
드/유3/유5/퍼터 2회 (컨시드)
● 6m 퍼트인데 좀 짧아서 컨시드
● 버디는 지나가게 치자. Never go, Never in.
5번째 홀 : Par3. 내 스코어 : 보기 (투온, 투펏)
티 샷이 벙커로/ S로 벙커 아웃/ 퍼터 2회
● 벙커에서 나올 때 팔 붙이고 쳐야 함
● 투펏 : 첫 번째 퍼터를 좀 길게 칠걸….
6번째 홀 : Par4. 내 스코어 : 파 (쓰리온, 원펏)
드/ 피칭: 풀이 길어서 세게 쳤더니 벙커/
● 벙커 탈출: 백스윙 한 박자 쉬었더니 그나마 홀컵 10m 거리에 떨어짐/ 원펏 성공
7번째 홀 : Par5. 내 스코어 : 더블 (포온, 쓰리펏)
드/우/우/어/퍼터 3회
● 어프로치 2단 그린을 모르고 짧게 침. 2단 그린 인줄 알았으면 길게 치는 건데. (캐디는 말했다는데 ㅠㅠ 나는 들은 기억이 없네! ㅠㅠ)
● 어프로치 실패로 어려운 퍼팅에 놓임.
8번째 홀 : Par4. 내 스코어 : 더블 (쓰리온, 쓰리펏)
드라이버/ 유5 거리 맞았는데 오른쪽 언덕에 떨어졌고/
A로 어프로치 길어서 깃대에서 멀어지고/ 긴 거리 퍼터를 엉망으로 쳐서 총 퍼터 3회….
● 어프로치와 퍼터 할 때 : 팔 붙이고 몸통 스윙
9번째 홀 : Par4. 내 스코어 : 파 (투온, 투펏)
투펏 7m (컨시드)
골프를 치면서 바로바로 핸드폰에 매 홀을 복기하는 것은 지난번 라운딩 때부터였다. 구력이 10년인데, 그전에도 하면 더 좋지 않았겠냐고 누군가는 물어볼 수도 있다. 골프 라운딩을 나가 본 사람들은 알 수 있다. 골프 치기도 바쁜데 홀마다 적기는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지금이 적기인 것 같다. 이것 또한 골프를 더 잘 치고 싶은 나의 방법론 중의 하나이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샷은 다음(Next) 샷이다.
1. 골프 스코어를 룰대로 다 적어라.
본인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해야 Score management 할 수 있다.
2. 다음샷(Next shot)이 가장 중요하다.
복기의 힘을 믿어라.
3. 기록이 기억을 이긴다.
메모가 글 쓰는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