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회식하기 좋은 삼겹살집
모처럼 저녁시간 직장 동료들과 회포를 풀 자리가 생겼다. 코로나 격리 해제를 기념할 겸 모이기도 했기 때문에 메뉴와 장소는 필자가 정하는 특권이 생겼다.
막연하게 땡기는 것은 기름기 좔좔 흐르는 삼겹살과 얼큰한 김치찌개였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쌍으로 제공하는 식당을 거의 없었다. 청주에는 사창시장에 위치한 '꿀꿀이연탄구이'라는 식당이 그러했는데 거리가 멀고 차후 기동하기에 애매한 곳이어서 포기하였다. 그렇게 몇 군데 더 찾아보았건만 비가 오는 날씨여서 그런지 장사를 아예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일행이 잘 아는 삼겹살 식당이 있다며 강력 추천하여 그리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향했다. 원룸 빌라 단지 내 1층은 식당으로 이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10명 남짓 되어 보이는 아재 무리가 이미 거하게 한잔하고들 계셨다. 우린 적당하게 거리를 두기 위해 식당 구석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테이블은 엄청나게 큰 편이었다. 8명까지도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컸고, 중간에는 상당한 크기의 돌판이 떡하니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우삼겹과 차돌박이로 쌍두마차를 이룬 소고기와, 통삼겹살과 통목살로 자강두천을 이루고 있는 돼지고기를 주메뉴로 팔았다. 소와 돼지를 둘 다 즐길 수 있도록 세트 메뉴도 있었지만 우리는 일단 삼겹살과 목살을 주문하였다.
주문을 하자 곧바로 직원분이 오셔서 큰 돌판 위에 숙주를 듬뿍 깔아주시고 고추장 양념된 돼지껍데기를 몇 점 올려주셨다. 우린 소주를 바로 주문한지라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고 있던 참인데 센스 있는 안줏거리로 껍데기는 바로 드셔도 된다고 해서 한잔 잔을 기울이며 저녁 식사를 시작하였다.
밑반찬은 셀프인지라 쌈장부터 참기름, 소금, 마늘, 장아찌, 쌈 채소 같은 것들을 셀프 코너에서 직접 가져왔다. 이유인즉슨 직원분이 고기를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구워주셔서 그러했다. 생고기는 보기에도 매우 신선해 보였다. 통으로 큼직하게 고기가 나왔고 칼집이 정성스럽게 들어가 있어 보기만 해도 다 익었을 때 씹는 맛이 기대되었다.
보통은 직원분이 꽤 오랜 시간을 두고 왔다 갔다 하며 구워주기 마련인데 이 집은 달랐다. 돌판의 화력이 엄청 강하고 또 돌판 특성상 넓게 고루 열이 전해져 판 전체적으로 올린 음식들이 빠르고 잘 익었다. 일반적인 삼겹살 불판 위에 김치를 올리고 굽으면 아무래도 양념이 타거나 김치국물과 삼겹살 국물이 합쳐지면서 그 폭발력으로 기름이 여기저기 튀기 십상이어서 잘 익은 김치 맛을 보고는 싶지만 선뜻 불판 위에 김치를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 식당은 기본적으로 김치가 통으로 올라갔다. 김치는 돌판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았는데 아마도 그 가장자리가 화력이 엄청 세지도 않고 적당하여 타지 않고 적당하게 잘 익는 곳이었다. 한마디로 걱정 없이 편안하게 원하는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삼겹살이 어느새 다 익었고, 직원분이 고량주로 불을 확 붙여 잡내를 확 날려 주는 듯한 퍼포먼스까지 보여주셨다. 과학적으로도 어느 정도는 알코올과 함께 냄새 분자가 증발되지 않을까 했다. 그러고는 불을 꺼주셨고 돌판이기 때문에 그 온기가 오래가기 때문에 잘 익은 음식을 오래도록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이미 소주 한잔 들어간 상태였고,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은 맛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씹으면 씹을수록 고기의 육즙과 기름이 적절하게 잘 조화를 이루어 고소함이 극대화하였고 식감은 역시 씹는 족족 어금니가 마치 식칼인 마냥 고기 조직들이 잘 잘라져 나갔다. 워낙 잘 익어서 그런지 삼겹살에 붙어있는 오돌뼈도 큰 거부감 없이 오도독오도독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맛집에서 고기 주문을 한 번만 하면 섭섭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만족감에 우삼겹살도 추가로 주문하였다.
사실 우삼겹살은 필자에게는 생소한 부위였다. 나온 모습은 마치 차돌박이와 비주얼이 비슷했지만 메뉴로도 차돌박이는 따로 있었던 지라 다른 부위인걸 알 수 있었다. 맛은 돼지 삼겹살과는 당연히 다른 맛이었지만 그 느낌도 완전히 달랐다. 얇아서 그런지 차돌박이의 맛에 가까웠고 그것보다는 조금 더 두꺼워 부스러지는 듯한 식감은 없고 불고기에 흡사한 식감이었다. 비계 부위가 눈에 보기에도 많은 것처럼 맛도 기름져서 느끼했는데 그래서인지 소주가 저절로 들어갔다. 숙주가 가장자리에서 김을 모락모락 풍기며 잘 익어져 있었는데 아삭아삭한 채즙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 다소 느끼한 육식 위주의 안주를 조금씩 신선하게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어느새 소주 빈병이 쌓여가고 안주는 고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로 바뀌어 소주한잔에 재밌는 이야기 한마디씩 하며 시간이 흘렀다. 고기도 한 점 남김없이 잘 먹어서 배가 불렀는데 큰 돌판을 보니 볶음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사이드메뉴도 그냥 볶음밥이 아닌 돌판볶음밥이라니 우린 돌판볶음밥 2개와 치즈 하나를 추가해서 먹었다.
고기와 마찬가지로 직원분이 오셔서 손수 밥을 잘 볶아 주셨고 마지막에는 눈꽃 치즈를 듬뿍 올려다 주셨다. 하얀 치즈가 잘 녹으니 붉었던 볶음밥이 주황색으로 색이 연해지며 먹음직스럽게 완성되었다. 돌판이 워낙 큰지로 밥을 넓게 펴서 볶을 수 있어 수분이 그만큼 잘 날아가 고슬고슬 식감이 살아있는 볶음밥이었다. 매콤한 맛을 치즈의 고소한 맛이 잘 잡아주어서 정말 부담없이 계속 손이 가는 맛이었다.
원래 생각했던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것보다 한 단계 위의 수준이어서 아주 만족스러운 식당이었다. 크기가 엄청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고 적당한 수준으로 가게를 운영하면서 손님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을 목표인 것이 손님으로서 느낄 수 있었다.
고기도 아주 양질로 신선하였고 그 고기에도 칼집을 냄으로써 정성 한 스푼, 그리고 큰 돌판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쉽지 않지만 청결한 식사를 위한 정성 한 스푼, 마지막으로 최고의 고기 맛을 즐기게 해주기 위해 손수 고기를 잘 구워주는 정성 한 스푼까지 모여 정성스러운 요리 한 그릇 대접받는 느낌이었던 맛집이었다.
https://blog.naver.com/youdarly/222703467120
이 글은 작가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개인 블로그에 게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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