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송정에서 즐기는 남도 낙지 요리
전번에 올린 오리랑추어랑에 이은 두번째 광주 맛집 포스팅이다. 광주에서 근무중인 친한 후배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시간을 마련했다. 내가 한턱 쏠 터이니 장소는 후배들보고 정하라고 하였다. 그렇게 방문한 곳이 바로 광주 광산구 도산역 주변에 위치한 해물촌이라는 꽤나 큰 해물찜, 탕 전문점이었다. 식당 바로앞에 정비되지 않았지만 꽤나 넓찍한 주차공간이 있어서 손쉽게 주차를 하고 식당안으로 들어섰다. 건물 구조가 재미있는게 그렇게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복층으로 되어있고 건물 높이 자체가 높아서 안의 층고도 시원시원하게 높은 편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시간은 저녁시간이었는데, 1층에 이미 만석이어서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을 보니 아구찜이 주력이었고, 해물찜과 해물탕을 판매하였다. 사실 해물찜이란것이 기본양념은 똑같기 때문에 후배들 힘내라고 낙지찜을 주문하였다. 원래 낙지는 서해 뻘 낙지가 맛있지 않은가. 광주에 온 김에 특산물?을 먹고싶은 나의 욕심도 한 숟갈 반영하여 우리는 낙지찜 중짜 하나에다가 낙지전골을 시키자니 너무 헤비해서 1인분으로 나오는 연포탕 한그릇을 나눠먹을 요량으로 주문하였다.
밑반찬은 사실 크게 기억에 남지 않았다. 아무래도 어느정도 크기가 큰 식당이어서 그런지 그런 식당에서 주로 느낄 수 있는 평범하고 상업적인 맛이었다. 김치를 맛보았는데 갓 무쳐진 공장에서 만들어진 생김치 맛이 강하게 느껴져 더이상 손대진 않았다.
곧바로 꽤나 묵직해 보이는 대접에 낙지찜이 맛깔스럽게 나왔다. 낙지가 생각보다 굉장히 큰편이었다. 사실 주문할때 낙지가 제철인지 아닌지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는데, 제철은 지났지만 식당사장님께서 낙지는 제철이랑 크게 상관없이 지금도 생물 산낙지가 괜찮아고 추천해주셔서 믿고 주문하였다. 낙지는 식감을 위해서 그런지 살짝 데친 느낌이었다. 40% 정도만 데쳐진 느낌으로 보기에도 설익어보였다.
낙지 다리가 어찌나 긴지 왠만한 돌문어 만한 길이였다. 세발낙지가 발이 세개여서 붙여진 것이 아니라 가느다란 미세할때 쓰는 세자를 써서 어린낙지를 세발낙지라고 부르는데 이 놈들은 다 큰 어른낙지였다. 왠만한 사람 팔의 하박만큼 다리가 길었다. 종업원분께서 먹기좋게 직접 손질을 해주셨는데 큼직큼직하게 잘라주셔서 먹으면서 조금씩 먹기좋은 크기로 잘라서 먹었다.
한 점 먹어보니 살짝쿵 익혀서 굉장히 부드러운 식감이었다. 하지만 뭔가 찜 양념과는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데친 낙지를 초장에 찍어먹는 느낌이랄까 그 점이 아쉽긴 했지만 낙지가 질기지 않아서 먹기에 굉장히 편했다. 그리고 해물찜의 베이스인 콩나물은 양념과 잘 어우러져 있었고 매운맛은 완전히 잡힌 상태여서 살짝 매콤하면서도 달달한 맛이었다. 알싸한 맛보다는 부드러웠다. 부담없이 남녀노소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맛이었다. 하지만 아쉬웠던 것은 무쇠 대접에 열을 쫌 가해서 좀 더 익혀서 먹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콩나물과 낙지가 모두 덜 익어 있는 지라 조리가 덜 된 음식을 먹는 기분이 들어서 먹으면서도 계속 아쉬움에 소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후배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매콤한 낙지찜을 안주삼아 소주를 기우이니 뭔가가 아쉬웠는데 곧바로 그 욕구를 채워주듯 연포탕이 양푼 그릇에 담겨져 나왔다. 1인분이어서 생각보다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가격이 18,000원이어서 어느정도는 양이 꽤 될 줄 알았는데 흔히 먹는 1인분의 아구탕이나, 복어탕 정도의 양이었다. 안에 들어있는 낙지 또한 종업원분께서 친절히 잘라 주셨다. 한 숟갈 먹어보니 맛이 훌륭했다. 국물의 온도는 뜨끈했지만 속이 시원해지는 맛이었고 참깨의 고소함이 아주 강하게 느껴졌다. 그게 또 별미 인것 같았다. 어중간하게 고소한 것이 아니라 아에 대놓고 고소하니 강열한 인상이 뇌리에 심어졌다. 그러면서 느낀한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아 속이 아주 편안하였다. 낙지는 식감이 비로소 마음에 들었다. 식사가 끝나갈 때 즈음에는 연포탕안에 있는 낙지를 낙지찜 양념에 찍어서 먹었는데 그게 또 꿀맛이었다.
확실히 낙지찜과 연포탕은 술도둑이었다. 필자나 후배들이 술을 잘하지 못하는데 3명에서 어느새 소주 각 1병은 족히 마셨다. 술꾼들이 방문하면 전골에 소주 꽤나 마실 것 같았다. 우리는 적절하게 조절하여서 술을 그만마시기로 하고 후식으로 찜에는 볶음밥이 있었는데 너무 배가 불러서 먹지 않았다. 그래도 꾸역꾸역 주문한 음식은 다 먹었다.
오랜만에 보는 좋은 인연들과 좋은음식을 앞에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사실 해물찜이나 탕이라는 것이 상당한 고수의 실력 아니고서야 어느정도 수준이 평준화 되어있기 마련이다. 이 식당도 재야의 고수는 아니었지만 좋은 재료를 가지고 누구나 좋아할 법한 편안한 맛으로 요리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만한 맛집이었다. 저녁이나 주말 가족들과 편안하게 아구찜정도 즐기기 아주 괜찮은 식당.
The end.
댓글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