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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vable Mar 31. 2023

영국 치과 도전기 2

 - 기대 이상의 서비스 - 

우선, 집 주변의 치과를 1주일가량 알아보고 가격을 비교해 보았다. 한국에서 유학생 보험을 들어놓고 왔기 때문에 어차피 치과진료를 해도 보상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너무 아프면 Private을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가격을 여러 군데 비교해 보았는데도 상상 이상의 가격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NHS 보험이 적용되는 치과에서는 신규 환자로 등록하고 의사를 볼 때까지 1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폭풍 검색으로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알게 된 응급 치과 서비스! NHS 111에 전화를 걸면 집 근처 치과에 당일 예약을 잡아주고 응급으로 치과진료를 봐주는 서비스이다. 그렇게 눈을 뜨자마자, 111번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거의 15분을 대기하고 겨우 상담원 연결이 되었다. 전형적인 영국 발음의 직원이 연결되었고 그때부터 시작된 의학용어 공격. 아픈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못 알아 들어서 더 서러웠다. 


우선 환자의 기본정보를 물어본다. 이름, 생년월일, 거주하는 곳, 핸드폰 번호 같은 것을 물어보고 다음으로는 증상에 대해서 물어본다. 그래서 내가 상황을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을 하면, 이게 응급상황이다라고 판단이 된다면 예약 진행을 해준다. 며칠 이내에 복용한 약에 대해서 질문을 했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문제, 내가 다니던 치과 의사 선생님께서 혹시 아프면 복용하라고 내려주신 처방전을 복용했던 것이다. 내가 항생제, 진통제, 제산제 3알을 총 2번 복용을 했는데 그 약국 약봉지에 어디를 봐도 선명하게 적힌 한국말...... 


"아 내가 약을 먹었는데 이게 한국어로 적어져 있어서 내가 번역기를 사용해서 알려줄게 기다려줄 수 있겠니?" 


황급히 노트북으로 약의 이름을 영어로 번역해서 그대로 읽어주었더니 다행히도 약 이름은 어딜 가나 똑같은지 알아들으시더라. 몇 번의 질문 끝에 "너를 위해서 예약을 신청해 줄 테니까 오늘 11시 20분까지 (주소)에 있는 치과를 방문하렴. 10분 일찍 도착해야만 한단다!"라는 대답을 받고 "오늘 도와줘서 나 진짜 너무 고마워" "치료 잘 받으렴~" 하고 통화가 끝이 났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당장 몇 시간 후에 치과 방문이라니....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다. 


그렇게 40분을 걸어서 간 치과는 생각보다 깨끗하고 리셉션에 계시던 영국인 아주머니가 굉장히 친절하셨다. 문제는 태블릿을 주시면서 네가 해당하는 질병이 있으면 체크를 하라고 줬는데 다 의학 전문용어....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단어들의 연속이었다. 열심히 찾아가며 개인 건강정보를 겨우 제출했다. 진료비를 선 납부 하는데 응급치과치료는 어떤 치료를 하던 무조건 동일한 가격인 것 같다. 응급진료의 가격은 약 23파운드 4만 원 정도 납부했다.


인도인 의사 2명과 영국인 어시스턴트 2명이 있었고 진료실이 2개 있었다. 어찌나 사람이 바글바글 하던지 대기하는 의자가 부족해서 전부 서있었다. 여자의사 분이 정말 친절해 보이셔서 속으로 '제발 제발 제발 여자 의사 선생님으로 당첨되기를!'이라고 간절히 빌었다. 


왜냐하면 남자의사 방에서 나온 중년의 여자 환자분이 피를 질질 흘리면서 진료실을 나와 앉아있는데 온몸을 덜덜 떨었기 때문에 남자의사가 돌팔이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그 인도 남자 선생님께 당첨이 되어서 진료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다닌 치과는 굉장히 오래된 치과라 시설이 좀 노후되었는데, 여기는 개인실이고 응급실인데도 굉장히 기구들이 청결하고 새것이었다! 그리고 의학용어에 익숙하지 못하다고 하고 내가 미리 메모에 작성해 온 증상과 오늘 받고 싶은 치료를 상세하게 적어놓은 것을 읽어줄 것을 부탁했는데 굉장히 주의 깊게 읽어주셨다. 


평소 나는 인도인의 영어발음을 굉장히 어려워하는데 이 의사 선생님은 영국식 발음을 완벽하게 구사하고 계셔서 너무 빠르게 말하는 것 빼고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주사를 무서워한다고 했더니 신경치료를 하려면 오늘 주사 2방을 맞아야 해~ 하셔서 "두방이나....?" 괜찮겠냐고 묻는 질문에 3번 정도 어느 정도 아픈지 되묻고 난 후에 난 생에 처음 치과 마취주사를 영국에서 맞게 되었다. 




그 큰 주사를 들이밀면서 "자 우리 심호흡을 일단 같이 해보자. 움직이면 안 되고 숨을 계속 차분하게 쉬면서~~~ 자 아~~~" 난 세상 분만실에 와있는 줄 알았다. 나는 낑낑거리면서 주사 두방을 다 맞았고 잘했다고 칭찬까지 받았다. 그리고 보조해 주시는 영국인 선생님도 엄청 진절하 셔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들 정도였달까? 안타깝게도 응급실이라 신경치료를 완료는 못해주고 1차 치료까지만 해주기 때문에 마무리가 하고 싶다면, NHS 치과의사를 찾거나 사설치과를 가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나는 4주 뒤 한국에 돌아가서 치료를 마무리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도 문의를 해 보았는데 문제없다고 한국에 가서 마무리를 하라고 진단서까지 떼어 주셨다.  


상상보다 신경치료는 엄청 빨리 끝났다 한 15-20분 걸렸던 것 같다. 중간에 갑자기 "너 치아 신경 봐보고 싶니?" 하더니 내 치아에서 뽑아낸 신경을 보여주셨다. 웬걸 곤약면하고 똑같이 생겼더라. 그 쪼깐한게 날 이렇게 고통스럽게 하다니. 그렇게 난 인생 처음 신경치료를 영국에서 받았고 불쌍한 내 작은 어금니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신경치료가 제대로 된 건지 치료 후에 엑스레이로 확인을 안 해줘서 잘 모르겠지만, 그동안 있었던 귀통증이 사라진 것을 보니 잘 된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이 치아를 조심히 쓰다가 한국에 가서 완벽하게 치료해야겠다. 




영국 치과 후기는 많지 않다. 한인 치과 치료 후기도 찾아보기 힘들다. 다들 웬만하면 한국에서 치료를 받기 희망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NHS 진료가 악명 높긴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겠다거나, 너무 아파서 꼭 병원이 필요하다! 오래 병원진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다!라고 하면 엄청 아픈 척을 하면서 111번으로 전화하기를 추천한다. 생각보다 기대 이상이고 친절한 치과의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당일 진료의 기회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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