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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고스 Mar 07. 2024

의료 시스템의 희생양 (오해와 현실)

1️. 의료 수가

한국의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는 OECD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최하위권에 머물러있으며, 그 인상폭도 거의 없거나 동결이다. 특히 생명이 왔다갔다할 수 있는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외과나 산부인과 수술 비용은 더 처참하다. 사람 제왕절개 비용보다 개 분만 비용이 비싸다.


2. 소송 부담

멀쩡히 살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죽을까 말까 한 사람이 수술 과정에서 '불운으로' 죽는 것임에도 의료소송에 휘말리면 '가해자'의 입장이 되어 굉장히 불리한 위치에 놓이고, 물질적 시간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 누가 사람 생명 살리는 사명감으로 일하려 하겠는가?


3. 수술실 CCTV

온 신경을 100% 120% 정교한 수술 작업에 쏟아야 하는 극한의 상황에 CCTV가 미칠 악영향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2번에서 말했듯 '실수로 어쩔 수 없이 불운으로' 사고가 벌어졌을 때 '소송의 자료'로 쓰인다면 그 누가 개의치 않고 수술에 전념할 수 있을까? 사람은 실수를 하고, 운이 좋으면 살고 운이 나쁘면 죽기도 한다. 사는 게 당연한 게 아니다. 죽음은 운명이며 자연에 만연하다.


4.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오픈런이라 하니까 마치 24시간 웨이팅이 있어 사람 발 디딜 틈도 없는 만원 병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오픈런 시간이 지나면 딱히 붐비지도 않는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며 오픈 시간에 붐비는 것뿐. 소아과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벌어지는 현상이라 볼 수 없다. 참고로 소아과 의료 수가는 30년 동안 동결..


5. 기득권 부자

의사가 돈을 잘 버는 직종일 수는 있다. 하지만 결과를 볼 때는 과정을 같이 살펴야 한다. 얼마나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하여 얻어낸 결과이며, 얼마나 많은 노동과 희생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6. 의료보험

한국의 의료보험혜택 세계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돈은 어디서 무한대로 복사되지 않는다. 지원이 두둑하다는 건 세금이 늘고 빚이 불어난다는 말이다. 누군가 혜택을 본다면 누군가는 그걸 떠안고 감당한다. 의료보험 혜택의 여파를 정면으로 떠안고 감당하는 게 의사다. 그래서 비급여 항목으로 매출을 올려 병원 운영을 유지해야 하는데, 보험이 적용 안 되거나 조금만 비싸다고 느껴도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는 자자한 원성을 듣는다.


7. 전공의

대학병원에서 온갖 잡무와 똥물 다 뒤집어쓰면서도 그놈의 관행 때문에 사실상 최저시급만도 벌지 못하며 주 52시간을 가뿐히 뛰어넘는 노동을 한다고 한다. 그래도 미래가 있으니 참아왔으나 이번에 의대 증원 드립을 치면서도 전공의들 처우는 나아진 게 없다. 인건비를 싸게 착취하다 보니 대학병원은 전문의를 굳이 뽑으려 하지 않는다. 결국 돈 때문에 전공의들이 환자를 버린 게 아니라 대학병원이 돈 때문에 환자를 방치하는 셈이다. 희망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자기 마음대로 사직할 자유도 없는 나라인가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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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고 해서 서민들과 레벨이 다른 그들만의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뼈저리게 느낀다. 그들도 정말로 고통받고 있고 현실의 부조리와 싸우며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 단편적인 국민 여론을 명분으로 표 얻어보려고 의사를 희생시키는 악습은 뿌리뽑아야 한다. 그나마 버티던 의사들까지 무너지는 순간 우리 삶의 질도 무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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