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고스 Feb 28. 2024

의사도 휴먼이야 휴먼! 기득권 악마가 아니라.

의료 대란 이야기 1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과 같은 안타까운 사연들을 어디선가 우연히 듣고, 인구 천 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3.7명)보다 한국(2.5명)이 부족하다는 통계를 어딘가에서 보고 나면, 정말로 의사가 부족한 게 실감이 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말 그럴까? "의사가 부족하니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 라는 결론까지 깔끔하게 떨어져도 문제가 없는 걸까?


한두 가지의 근거로 판단을 할 때는 '관련된 근거'도 같이 살펴야 한다. 뉴스나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경험이 그 근거라면, 한국이 세계에서 최상위권의 의료 인프라와 접근성을 가진 나라임을 체감했던 경험도 떠올려야 한다. 익숙해진 나머지 무뎌졌을 수 있다. 병원 진료 한 번 받기 위해 강산을 넘어야 하나? 슬리퍼 끌고 동네마실 나가면 '아주 싼 값'에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병원과 의사가 내 주변에 너무나 차고 넘치는 것만 같다.


OECD 통계를 근거할 거라면, 관련된 지표도 같이 봐야 한다. 한국은 OECD 평균보다 영유아 사망률이 압도적으로 낮고 기대수명도 높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증폭되는) 이런 의문들을 가지고 무엇부터 잘못되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거대한 사회문제를 분석하는 것은 너무나 복잡하다. 하여 전문가가 아닌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가장 편리한 방법은 '특정 사람이나 단체'에 주목하여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그것만큼 기승전결을 꾸려 판단하기에 편리한 방법이 없다. 이번엔 의사라는 단체가 그 타겟이다.


하지만 사회문제의 근원을 뜯어보기 위해서는 특정 사람이나 집단의 문제가 아닌 '인식(정서)과 시스템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의사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어떨까? 부정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조금씩은 깔려있는 '부러움', '시기심', '열등감'이 있을 것이다. 나도 대학 수시를 준비할 적에 의대를 가는 친구들이 꽤나 부러웠다. '와..돈 많이 벌겠다..' 하며. 나는 그랬고, 누군가는 배알이 꼴릴 수도 있겠다. 솔직해지자. 감정이 개입하는 이상 올바르게 판단하는 눈은 이미 배렸다.


"뭐? 의사가 사직을 한다고? 무슨 을의 입장에 있는 일용직 청소 노동자도 아니고.. 배가 불렀네 아주.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은 안중에도 없지? 사명감이 없네."


뉴스에 떠돌아다니는 'N군데 병원에서 전공의 수천명 사직' 과 같은 기사를 보면 위와 같은 생각을 하며 화가 날 것이다. 하지만 전공의와 전문의는 다르다. 의사면허를 받은 후 연수를 거쳐 전문의가 되려는 교육생을 전공의라 한다. 고로 전공의 사직은 병원 문 닫는 것도 아니고 환자를 내팽겨치는 기득권의 이기적인 행위 따위가 아니다. 전공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 자세히 다루겠다.


단순히 의사가 돈을 많이 번다 하니 기득권으로 상정해 놓고, 시위나 파업을 한다고 하니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는 악마로까지 여기는 이 반복되는 관행에 큰 문제를 느낀다. 실제 의사가 얼마나 척박한 환경에서 버티고 있으며, 업무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실상을 알면 그런 생각은 쏙 들어간다. 의사는 공무원이 아니다. (공무원에게도 안되지만) 국민 여론의 결과에 따라 국민 마음대로 심판할 수 있는 집단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들도 당장 내일에 대한 불안감으로 매출을 올리기 위해 고민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이다. 의사들의 눈물겨운 사연을 알게 된들 자기 마음 그릇 속 아집을 버리지 못하면 수용할 턱이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믿음에 대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