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관리자에서 35살 마케팅 회사 창업을 꿈꾸며.
2019년 2학기 복학을 앞두고 딱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취업을 한 후 직장인이 되어 졸업장을 받으러 가는 것’ 당시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막연하게 ‘취업만 하자’였다. 학교 공부는 물론 취업에 좋다는 자격증 취득과 교내 멘토 프로그램, 학습 동아리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딱히 방향성은 없었다. 막연하게 있으면 좋을 것 같았고, 뭐라도 해야 안심이 되니까 그냥 닥치는 대로 했다.
취업에 목매여 사람인에 자기소개서를 올려놓고 어떤 기업이든 연락오길 바랐고, 중소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상관없이 당장 취업만 하고 싶었다. 그냥 돈을 벌고 싶었다. 이미 취업을 해서 직장을 다니는 여자 친구와 여유롭게 데이트 하고 싶었고, 직장인이 되면 없던 삶의 여유가 크게 생길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하루 빨리 독립하고 싶었다. 4학년 1학기기말고사가 끝나고 나는 더 이상 공부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기말고사를 칠 당시 이것이 마지막 공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교내 취업지원센터에 일자리 알선도 부탁했다. 하지만 어느 날 머리가 멍해지며 내가 뭘 하고 있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뭐지?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지? 라는 생각이 들며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고 잘 하고 있다고 격려하며 살았건만 다 부정당하는 느낌이 몰려왔다.
그래도 생각보다 금방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지금이야 남들보다 1년, 2년 취직 늦게 하면 엄청 뒤쳐지는 것 같은데 퇴직 할 때 생각하면 30년 일했나 29년 일했나, 31년 일했나 별 차이 있을까? 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마음의 여유를 찾았고, 직무 보다 지원할 기업을 먼저 정해보기로 했다. 나는 두 기업에 취업을 준비했다. 한 기업은 인사/총무 직무로 삼성과 거래를 하고 있는 중견기업이고, 다른 한 기업은 영업 관리직무로 식품 업계에서는 Top3 였다. 21년 10월 초 자기소개서 제출, 12월 중순 최종 결과 발표까지 약 두 달 반의 여정을 끝으로, 나는 식품 회사에 취업을 했다. 사실 그 때까지도 내가 영업 관리직이 나에게 맞을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라는 의문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입사 후 3년차가 된 지금 나는 드디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었다. 영업 관리 직무지만 거래처 관리 뿐 아니라 행사 기획업무와 마케팅 업무를 겸했고, 실제로 그 부서에 가서 일을 하고 싶어졌다. 먼저 기획부서에 가서 전체 기획안을 만들고, 부서 전체의 비용 관리를 담당 해본 후, 마케팅 부서에 가서 내가 출시하고 싶은 제품을 만들고, 홍보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35살 내 마케팅 회사 창업 이라는 꿈을 갖게 되었다. 이런 꿈들이 그냥 생긴 것은 아니었다.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 루틴적으로 돌아갔던 업무들을 다양한 부서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다방면에서 접근하려 노력했다. 성과도 있었다. 2년 차에 표창장을 세 차례 수상했고, 회사 프로모션에 우승하여 2주 간 북유럽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리고 마케팅 회사 창업이라는 꿈을 갖은 후 대학원에 등록하여 현재 주말마다 수업을 들으며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취업 전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던 이유는 어떤 것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어떤 일이 맞고 안 맞고는 직접 몸소 겪으며 느껴야 했던 것인데 왜 다른 사람들 의견에 그토록 신경을 썼을까 후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깊은 고민 대신, 경험을 통해 내 인생의 미래를 그려 나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