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준비를 포기 했던 갓 전역한 당시의 나

내가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

by geunmorning

막 군대를 전역 했던 18년 10월, 23살의 나는 공무원 준비를 위해 군 휴학에 이어 1년 더 휴학을 신청 했다. 사실 입대 전 총학생회 임원을 했었고, 먼저 전역한 친구들 중 다수가 학회장을 하고 있었기에 나도 전역 후 학회장에 출마할까 싶었다. 하지만 이미 학과에 학회장을 하고 싶어 하는 후배가 있었고, 내가 출마 선언을 하면 경선으로 이어져 싸워야 했기에 나는 고민 끝에 포기를 했다. 부모님은 내가 공무원 준비를 하길 원했고, 전공이 중국어였던 나 역시 일찍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한 것 같았다. 결국 군대 적금으로 모은 130만원으로 인터넷 강의와 교재를 구입하고 이제 ‘공시생’임을 주변 가족과 지인들에게 선포했다. 하지만 선포한지 2주 만에 공부를 포기했다. 사실 책도 펴지 않았고, OT 강의 몇 개 본 것이 다였다.


막상 공부를 시작하니 연애, 친구모임 등 여가생활을 뒤로 하고 공부에 매진할 정도로 각오가 생기지 않았다. 공부하는 척만 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과 식사 자리가 생겼다. 선생님께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자 선생님은 바로 웃으며 한 마디 하셨다. “고등학교 때도 죽어라 공부 안했던 놈이 무슨 이제 와서 공시 공부야,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외국이라도 나갔다 와!” 물론 그 말이 자존심 상할 수도 있었겠지만 왜인지 그 때는 공무원 준비를 그만두게 되는 제일 큰 원동력이 되었다. 선생님과 식사 자리 후 나는 부모님께 할 말이 있다며 한 족발 집에서 만남을 요청했다. 그리고 공시 공부를 그만둘 것임을 선포했다. 부모님은 화를 내시기보단 그럴 줄 알았다며 한심해 하셨다. 부모님께 죄송했지만 공부 하는 척 눈치만 보며 시간을 버리는 것 보단 이제라도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고 싶었다.


나는 선생님의 추천대로 해외여행을 계획해 한 달간 유럽에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여행비용은 헬스를 취미로 3년 정도 하고 있었기에 트레이너로 일을 하며 마련했다. 영국으로 입국해서 로마 출국으로 총 7개국을 여행하였고, 모든 숙박, 교통 및 일정은 내가 직접 계획했다. 여행 중 비행기 조종사, 의사, 엔지니어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현지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과는 헬스장, 클럽 등 다양한 장소에서 문화를 체험하며 추억을 쌓았다. 귀국 후에는 미샤에서 화장품 판매도 해보고, 학원에서 학생들 과제 점검 알바도 했다.


6개월 간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고민 없이 하다 보니 이제 다시 학교에 가서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사실 이 기간 동안 공부의 필요성을 많이 깨달게 되었다. 첫 째 전문 자격증이나 학위가 없어 최저시급도 못 받고 열정페이로 헬스장에서 일을 하며 어떤 분야든 전문지식이 최우선 이라는 것, 둘 째 여행 중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며 어떤 분야에 전문가가 된 다는 것이 얼마나 멋있는 것인지, 셋 째 알바를 하며 만났던 헬스장 사장님, 화장품 가게 매니저, 학원 원장님의 고충을 들으며 사업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 후 나는 다시 학교에 복학했고, 경영학과 복수전공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시작하였다.


6년이 흐른 지금도 가끔 앞날이 막막하다 느껴질 때면 18년도 10월 전역 후 보냈던 6개월 동안의 추억들을 되새기며 힘을 얻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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