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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무佾舞

(조용한 즐거움)

by 난아

얼마 전 '일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일무 관람이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 코스 중 하나이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말을 듣고 유튜브로 찾아보았다. 절제와 균형의 춤사위에 반해 보고 싶은 마음에 공연 일정을 알아보니 일찌감치 매진이 되어 있었다. 일무란 유네스코 지정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퍼포먼스이다.


요즘 K-컬처의 인기가 대단한데 한국문화의 어떤 면이 외국인들에게 새로웠을까. 역동적이고 기발한 상상력 외에도 그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많은 외국인들은 우리의 드라마 영화 문학 속에서 '정'이나 '한'을 발견하고 놀라워한다. 자신들은 잘 모르는 깊은 감정이라는 것이다. 또한 유럽의 유명한 미술관과 박물관에서는 완벽한 완성품을 감상하며 감탄했다면 한국 작품은 완성되기까지의 여정도 작품의 일환으로 보고 중요시했다는 데에서 색다른 점을 찾을 수 있다.


피아노나 기타 등 악기를 배우는 이들은 대부분 남들 앞에서 연주하는 게 목적인데, 우리나라 선비들은 실력을 연마하는 과정을 명상의 일부로 여겼다고 한다. 거문고를 배우고 켤 때도 혼자 앉아 한 음씩 퉁기며 자기 마음을 높이고 넓히어 왔다고 하는데 이런 면을 외국인들은 놀라워하는가 보다. 공연이 목적이 아닌 명상을 위한 악기 연주라는 발상은 참 멋스럽다.


일무에 대한 외국인의 반응이 좋다는 기사를 보며 선조들의 예술관에 감탄하다 보니 문득 내 글쓰기가 떠오른다. 나는 매주 한 편씩 글을 쓰고 있다. 의무는 아니지만 기꺼운 부담이자 조용한 즐거움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글쓰기야말로 우리 선조들이 지향하던 예술관에 적합한 게 아닐까 싶다.


왜 글을 쓰는 것일까. 쓰다 보면 혼란스러운 감정을 정리하며 나에게 생긴 일의 의미를 재구성해 볼 수 있다. 내가 마주한 사건을 통해 무엇을 느꼈고 어떤 것을 배우고 깨달았는지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글을 쓰며 다지게 된다. 마음에 다시금 질서가 잡히는 것 같다.


요즘 들어 가족과의 갈등이 빈번하고 서운한 마음이 수시로 들어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많다. 예전 같으면 불만을 말하고 상대의 잘못을 지적해 한바탕 폭풍우 같은 분란을 겪었을 것이다. 이제는 마음에 부정적 기운이 느껴지면 글 속에 담아본다. 글을 쓰다 보면 내 마음을 상하게 하던 사람을 한순간에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이해하고 나면 그 사람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됨을 체험한다.

마음속 감정은 바람과 같아서 거세게 몰려왔다가도 어느 순간 잠잠해지고, 상쾌한 들뜸을 주는가 하면 매서운 칼바람 마냥 아프게도 한다. 마음이라는 바람을 활자 속에 넣고 들여다본다. 내가 가야 하는 길은 어디 있는지, 내 자리는 어디쯤인지 찾아본다.

명상으로서의 글쓰기가 내 삶의 길잡이가 되어 정신을 영글게 하고, 인생에서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이끌어주기를 소망해 본다. 나의 길을 찾고자 미망 속에서 어휘를 생각해 내어 문장을 완성하고 수정하는 과정 자체가 글이었음을 이제야 알아가고 있다.(1617자, 8.4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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