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마음
영화처럼 옛적으로 갈 수 있다면
울주의 반구대 석벽에
그림을 새기러 오는 사람을 만나겠다
끼니를 잇고 난 어느 낮에
바람은 불고 움막에 동굴에 다들 수마(睡魔)에 잠겼을 때도
빗나간 화살촉을 주워 들고 바위에 붙어 서서
고래의 꿈을 새기는 이상주의자는 살았다
고래의 등짝에 작살을 박아 넣었을 때
숨구멍에서는 피와 물보라가 함께 솟구쳤다고
돌가루를 흩으며 타각! 타각!
바위를 쪼아내는 곱아든 손
그의 손금에 펼쳐진 바다는 선사(先史)의 바다
고래의 기름과 피 내음을 푸르게 헹구는 곳
작살줄을 끌고 들어가는 시린 척추
조각배 널빤지의 부력을 뒤집고
당겨진 신경줄은 생사의 결판을 넘실넘실 끌고 가는데
육지를 잊지 못한 너의 약점은 숨
필살의 일격을 주마
못 견뎌 떠오를 거대한 너의 몸을 기다릴테니
바다가 부풀어 오르는 듯
꽂아 넣었던 창 끝
새끼들 먹일 기쁨보다 굵은 동질감이 펄떡인다
너를 찌르며 내가 찔린 것은
아픔과 환상을 돌 벽에 파 넣고 돌아선
그때
선사의 시대를 끝내고 역사의 시대를 왔다
숨을 그린 고래처럼
영원을 그려야 살 수 있는 그는
오늘도 생채기를 남겨 보려 무상(無常)의 거대한 완벽(完璧)에 정을 치고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