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것

어른스러운 것과 어른의 차이

by joydium

노력하지 않아도 주어지는 것 중 가장 꾸준히 얻을 수 있는 건 아마 '나이'일 것이다.

나이라는 친구는 아주 규칙적이면서도 빈틈없이 제각각의 삶에 모두 똑같이 후벼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도 모두에게 공평히도 찾아온다.

그렇게 우리는 어떤 노력도 없이 쉽게 어른이 될 수 있다.


어른이 되기 전, 우리는 모두 분명한 아이였다.

제 고집이 우선이며 눈앞의 탐욕이 전부였던 아이였다.

그저 쉴 새 없이 조잘대며 할 수 있는 만큼 신나기만 하면 되던 아이였다.

간혹 다 큰 줄 알았지만 여전히 나의 이야기가 가장 좋은 아이였다.


우리는 나의 이야기를 내려놓으며 어른이 된다.

나의 이야기에서 너의 이야기로 바뀌는 순간은, 아이가 어른이 되는 순간이다.

너의 이야기를 듣는 아이에게 우리는 철이 들었다고 말한다.

철은 나이보다 무거워서 기다리면 나풀나풀 날아드는 나이처럼 남 모르게 찾아오지 않는다.

그 이름처럼 쌉싸름하고 묵직하게 모두가 알 수 있게끔 자리한다.


그래서 철이 없는 자리는 나이만 남아 멋없이 풀럭거린다.

소란히도 요란스러운 제 풀럭임에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한다.

주위 온 공간에 자기의 소리로만 가득히 채운다.

소리는 가득히 울려 제 속을 채워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그래서 철 없이 풀럭거리는 나이의 주변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다.

제 소리가 온 세상의 소리인 듯 혼자만 지껄인다.


철은 소리 없이 묵묵하다.

스스로 나풀거려 소리를 내는 법이 없다.

다만 쌉싸름한 향을 내어 모두가 그 자리를 알게 한다.

지나가는 자의 흔들리는 부딪힘을 깊고 길게 울게 한다.

우리를 몹시도 깎아대는 세월에 맞서 말 없이도 저만의 모양을 뽐낸다.


그렇게 무거운 나이를 쌓아 모양을 가꾼 자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의 이야기만큼이나 벅찬 너의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로운지.

그 모든 것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투박하게 내려앉아 잔잔하게 들을 수 있었으면 한다.

나와 얽혀 더욱 맑게 울리는 너의 소리를 잡길 원한다.

그렇게 천천히, 서서히, 무거워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