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1,2화
JTBC 새 토일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가 지난 주말 첫선을 보였다. 1회 2.9%, 2회 3.5%(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로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동명의 소설(송희구 지음)을 원작으로 하며, 네이버 웹툰으로도 제작된 바 있다.
제목부터 길고 독특하다. 그래서 어떻게 줄여 부를지 고민이 되지만, 사실 제목이 긴 데는 이유가 있다. ‘서울 자가’와 ‘대기업 부장’이라는 조합이 한국 사회에서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이 두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은 분명 ‘성공한 인생’으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긴 제목 속에는 반전이 숨어 있다. 주인공 김낙수(류승룡)는 통신 대기업의 부장으로, 서울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겉보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그의 일상은 성공이 아니라 생존의 연속이다. 상사에게는 실적으로 시달리고, 능력 있는 후배들 사이에서는 밀려날까 불안해한다.
25년을 한 회사에 몸담은 그는 여전히 더 나은 자리를 향해 몸부림친다. 그러나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길은 여전히 아득하다. 이미 쌓은 것을 지키면서도, 더 얻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세운다.
결국 이 드라마가 그리는 김부장의 이야기는 샐러리맨의 ‘성공 신화’라기보다, 훨씬 현실적인 ‘생존기’에 가깝다. 승진 압박, 퇴직 불안, 노후 대비의 부담까지. 그는 반평생을 달려왔지만 여전히 마음 한편엔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그가 여전히 과거의 방식으로만 살아가려 한다는 데 있다. 지금의 부장 자리에 올라올 때까지 유효했던 전략과 태도들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그 ‘시대착오적 노력’이 어떻게 주인공을 옥죄는지 담담하게 그려낸다.
대표적인 장면이 새 가방을 사는 에피소드다. 김부장은 상사보다 조금 싸고, 부하 직원보단 약간 비싼 가방을 고른다. 브랜드나 디자인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서열’에 맞는 가격대가 중요하다. 세상이 바뀌었지만, 그는 여전히 과거의 질서 속에서 산다.
그는 전형적인 꼰대형 상사이기도 하다. 폭력적이진 않지만, 그의 대화에는 ‘나 때는 말이야’가 기본값처럼 깔려 있다. 자신보다 어린 직원의 말을 좀처럼 듣지 않는다. 변화에 둔감한 그를 조직이 곱게 볼 리 없다.
서울 자가를 가진 것만으로도 남 부러울 일 같지만, 부하 직원이 더 비싼 아파트를 샀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그는 허탈감과 질투를 동시에 느낀다. 결국 ‘서울 자가’와 ‘대기업 부장’은 성공의 상징이 아니라 불안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결국 김부장은 ‘자가’가 아니라 ‘자기’에 갇혀 산다. ‘대기업 부장’이라는 타이틀 역시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유효한 임시 권력일 뿐이다. 반평생을 바쳐 얻은 집과 직장이 그를 지켜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드라마는 은근하게 드러내며 2화를 마무리한다.
김부장이 겪는 갈등과 혼란은 낯설지 않다. 그는 지금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중년 세대의 초상이며, 동시에 급격한 경제 성장기 이후 등장한 ‘한국식 중산층의 종말’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서울 자가’도, ‘대기업 부장’도 결국은 잠시의 성취일 뿐이다. 눈에 보이는 조건이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앞으로의 전개를 지켜봐야겠지만, 이 드라마는 분명 ‘짠내 나는 생존기’로 이어질 것이다. 끊임없는 불안 속에서도 버텨야 하는 우리 시대의 김부장들에게, 작지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길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유튜브 JTBC DRAMA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