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어떻게 삶을 성장으로 이끄는가:김익한 교수
우리는 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를 소비하고, 수많은 감정의 파도를 타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일상의 반복 속에서 우리는 자주 허무함을 느낀다.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는가?"라는 질문 앞에 당당히 내놓을 답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김익한 교수의 저서 『거인의 노트』는 이 허무의 늪에서 우리를 건져낼 유일한 구명줄로 '기록'을 제시한다.
사람들은 흔히 기록을 '잊지 않기 위해 적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기록의 본질은 휘발되는 정보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를 나의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분류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누군가의 말을 받아적는 것은 '필기'에 불과하다. 진정한 기록은 수많은 정보 중에서 나에게 울림을 준 핵심을 요약하고, 그것을 나의 언어로 다시 쓰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정보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닌 나의 '지식'으로 치환된다. 기록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비로소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나만의 생각에 집중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장'은 어디에서 오는가? 저자는 성장이란 결국 '자기 객관화'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어떤 상황에서 쓰러지고 어떤 순간에 환희를 느끼는지 기록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신의 패턴을 파악할 수 없다.
거인의 노트는 매일의 감정과 사건을 기록함으로써 나를 3인칭의 시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나는 오늘 왜 어지러움을 느꼈는가?", "나는 왜 자식의 무심함에 서운함을 느끼는가?"와 같은 질문들을 기록으로 옮기다 보면, 감정의 소용돌이는 잠잠해지고 그 자리에 냉철한 분석과 성찰이 들어선다. 기록은 뇌의 부하를 덜어주고, 그 빈자리에 창조적인 영감이 들어앉을 자리를 만들어준다. 즉, 기록은 인간을 비대해진 정보의 수혜자가 아닌, 자기 삶의 주도적인 기획자로 만든다.
한 페이지의 기록은 힘이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한 달, 일 년, 수십 년이 쌓이면 그것은 한 인간의 역사가 된다. 보도 섀퍼가 승자의 습관을 강조했다면, 김익한 교수는 그 습관을 지속시키는 동력이 바로 '노트'에 있다고 말한다.
기록이 쌓이면 우리는 자신의 변화를 목격한다. 1년 전의 고민이 지금은 얼마나 가벼워졌는지, 내가 어떤 지점에서 반복적으로 실수하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하게 된다. 이 '축적의 힘'은 막연한 불안감을 확실한 자신감으로 바꾼다. 기록하는 사람은 결코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지 않는다. 매일 조금씩 정교해지는 기록의 선들이 모여 결국 '나'라는 거대한 지도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큰 성취가 있어야만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 오해한다. 그러나 『거인의 노트』는 지극히 사소한 일상의 기록이 어떻게 삶의 품격을 높이는지 보여준다. 아침에 본 신호등의 초록불, 주차장에서 마주한 행운,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던 이웃의 뒷모습. 이런 사소한 찰나를 기록으로 박제하는 순간, 그 일상은 '지나가는 시간'에서 '남아있는 의미'가 된다.
기록은 삶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애정 표현이다. 내 삶의 모든 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이자,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다. 80세까지 현역을 꿈꾸는 이에게 기록은 노쇠하지 않는 정신을 선물하고, 낀 세대의 무게를 견디는 이에게는 마음을 비워낼 대나무 숲이 되어준다.
보도 섀퍼가 '이기는 습관'을 통해 정상을 향해 달리는 법을 가르쳐주었다면, 『거인의 노트』는 그 정상을 향해 가는 발걸음 하나하나를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것인지를 가르쳐준다.
기록은 단순히 손을 움직이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주도권을 쥐고, 나의 성장을 매일 눈으로 확인하며, 세상을 나의 관점으로 재편성하는 거룩한 의식이다. 지금 펜을 들어 오늘 당신의 가슴을 스친 생각 하나를 적는다면, 당신은 이미 거인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