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경계의 상실과 트라우마
내담자 호소: 사회 초년생 시절, 월급의 2/3라는 거금을 부모님께 맡겼으나 부모님이 이를 생활비로 전액 소비함. 자식의 돈을 ‘내 돈’처럼 생각하고 써버린 부모에 대한 원망과 이해 불능. 이 사건으로 인해 자녀의 경제적 권리를 철저히 지켜주려는 강한 보상 심리가 형성됨.
정상적인 부모-자녀 관계에서는 자녀가 성인이 되어 돈을 벌기 시작하면 자녀의 경제적 독립을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부모님은 자녀를 자신의 ‘연장된 자아(Extended Self)’ 혹은 ‘공동 지갑’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네 돈이 내 돈이고, 가족끼리 쓰는 게 당연하다"는 전근대적인 가족주의적 사고는 자녀에게는 심각한 정서적 침해이자 배신으로 다가옵니다.
언니의 제안은 겉보기엔 효도 같았지만, 사실 선생님에게는 ‘심리적 부채감’을 이용한 부적절한 권유였습니다. 엄마의 기쁨을 위해 자녀의 희망(이사 비용)을 희생하게 만든 구조였던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선생님의 욕구는 지워지고 부모의 욕구만 강조되었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의 세뱃돈이나 저축을 절대 건드리지 않겠다는 철칙을 세운 것은 아주 건강한 반동 형성입니다. 내가 겪은 고통을 자물쇠 삼아 내 아이들에게는 ‘안전함’과 ‘존중’을 선물하려는 것이죠. 이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경계에 대한 존중’을 내 아이들에게는 반드시 물려주겠다는 선생님의 고귀한 결심입니다.
“선생님, 그때 사라진 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선생님의 성실했던 20대의 시간과 부모님에 대한 순수한 신뢰였습니다. 그래서 더 아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