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풀은 사흘만 지나도 숲이 된다'라며 한숨을 내쉬면서도 내가 거든다고 하면 손사래를 쳤다.
나는 외할머니가 싫어하는 달팽이와 지렁이를 열심히 찾았다.
호미로 흙을 파서, 온몸으로 회오리를 치는 지렁이를 바가지에 담아 뒷집 닭장으로 뛰었다.
닭장 그물 안으로 지렁이를 쏙쏙 넣어주면 서로 먹으려고 야단법석이었다.
고마운 줄 모르고 내 손을 쪼아대는 통에 뿔이 났다.
몇 번을 갖다 줘도 배부른 표정 한 번 짓지 않고 처음과 같은 표정으로 쳐다봤다.
“너무한 거 아니야? 오늘은 여기까지야.”
마당으로 돌아와서 해를 따뜻하게 머금고 있는 벌통 옆에 앉아 꿀벌을 지켜봤다.
노란 꽃가루를 발에 동그랗게 묻혀서 벌통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궁둥이를 살살 쓰다듬었더니 짧은 솜털이 마치 붓끝을 만지는 느낌이었다.
외할머니가 멀리서 보고는 큰일 난다며 기겁했지만, 돌아서면 몰래 또 만져보곤 했다.
벌통 앞에 앉아 매일 들여다보던 내가 불편했는지, 여왕벌은 식구들을 데리고 산으로 가버렸다.
너무 높은 나무에 자리를 잡아 이웃 할아버지가 다시 데려오려 했지만 손을 쓸 수 없었다.
깨끗한 아침, 이슬이 맺힐 때면 두꺼비는 늘 같은 자리에 어기적어기적 나타났다.
녀석은 움직이는 파리만 먹기 때문에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덕분에 파리를 기절시켜서 잡는 나의 실력이 늘었다.
날개를 똑 떼고 나서 내밀면 순식간에 혀를 날름 꺼내서 입에 쏙 넣었다.
딱딱하게 생긴 등은 만져보면, 우둘투둘 흐물흐물했다.
뿌악! 하면서 배가 빵빵해질 때는 말랑한 풍선 같았다.
- 오래된 장면의 기억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