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by 서연필

외할머니 집 부엌은 바닥이 꽤 깊고, 천장은 다른 집의 두 배쯤 높았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땔감의 그을음이 흙과 서까래에 시커멓게 묻어 있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갇혔던 성 같았다.

어떤 날은 그 모양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신기했다가, 어떤 날은 무섭게 느껴졌다. 밤에 엄마가 있는 부엌은 따뜻한 온기가 퍼졌고, 엄마가 없는 그곳은 귀신이 나올 것 같기도 했다.


나무를 하러 가는 사람은 없는데도 땔감은 늘 쌓여 있었다. 동생과 내가 장난 삼아 주워 온 막대기가 조금의 도움이 되기를.

겨울이면 아궁이에 장작을 넣었다.

타들어 가는 단단한 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눈을 뗄 수가 없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빨갛게 피어나는 꽃 같은 불부채가 너무 신기했다.

시뻘건 숯이 된 장작을 부지깽이로 탁탁 치면 불이 되살아나 화를 내듯 번졌다. '불장난하면 이불에 오줌 싼다'라는 엄마 말이 등 뒤에서 들렸다.


뜨거운 김이 훅훅 나는 물을 바가지로 떠 세숫대야에 붓고, 수돗물을 틀어 섞었다.

손을 넣어 따뜻해진 물을 확인한 뒤, 어푸어푸 세수를 열심히도 했었다.


후다닥 방으로 들어가 엄마가 이불 아래 넣어둔 까슬한 내복을 입으면, 바삭하고 보드라웠다.

무거운 솜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기면 포근함에 온몸이 노근 노곤 해졌다.


-오래된 장면의 기억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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