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by 후드 입은 코끼리

전시회는 부산의 작은 갤러리에서 시작되었다. 몇 달이 지나고 송화의 물건들 중에서 특별히 감각적이고 철학적인 물건들을 위주로 선별하는 과정을 거쳐 신인 작가의 전시회로 열렸다. 솔은 열렬히 송화의 전시회를 여는 데 도움을 주었다. 솔은 그저 송화가 작가로 인정받는 것이 자신의 본분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송화가 피곤하게 전시회에 매달려 일하는 동안, 솔은 송화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며 뒤치다꺼리를 자처했다. 솔은 주말마다 송화의 일을 돕기 위해 와서 함께 일했다. 마침내 전시회 날짜가 다가오자 둘은 밤을 새워 작업했다.

설치할 작품이 워낙 많았지만 공간이 협소했기에 작품들을 다닥다닥 붙여놓으면서 오히려 스토리텔링이 되는 듯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만남과 끝, 그리고 이어지는 인연들까지 합쳐 놓으니 완벽한 아름다움이 존재함을 솔은 느꼈다.

송화는 전시회를 처음에는 탐탁지 않아 했지만,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빠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솔과 같이 밤을 새우며 하나의 목표에 열중하다 보니 어느새 전시 날짜가 다가왔고, 송화는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객관적으로 살피는 계기를 얻게 되었다. "이 그림은 감정 표현을 너무 절제한 것 같아." "저 그림은 아마 색이 너무 어두워 조명이 강하게 들어오는 순간 사람들이 붓 터치에 신경을 쓸 거야." 송화는 이렇게 사소한 지적들을 메모하기 시작했고, 그 메모가 큐레이터의 의견과 일치하는 순간 쾌감을 느꼈다.

송화는 자신의 일이 이제 전문적인 직종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생각에 눈이 멀어 행복에 젖어 있었다. 곧 자신도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될 것이며, 이는 자신이 훌륭하게 성장했고 열정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사실 이 모든 뒷받침은 솔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솔의 믿음과 협업, 그녀의 도움이 없었다면 송화가 이처럼 훌륭한 전시를 열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며칠이 지나자 송화는 소문난 작가로 부산에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사람들은 한두 작품씩 구매하기 시작했다. 특히 솔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마치 여신처럼 그려진 그림들을 주로 사갔다. 반면, 어둡고 음침한 그림들은 팔리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작품들을 한참 바라보며 매료되기도 했다.

솔은 그런 그림들이 팔리지 않아도 괜찮다며 송화를 다독였다. 송화는 당연하다는 듯 씩 웃으며 솔을 안아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개의치 않아 했다. 송화는 모든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솔은 송화의 감사한 마음을 함께 나누고자 그녀를 꼭 안아 주었다. 그리고 둘은 서로 속삭였다. "감사합니다. 이 순간을 위해 달려온 것 같아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솔은 자신이 뮤즈가 되어 이렇게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사람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이렇게 된 지금은 모든 것이 감사했다. 솔은 앞으로 송화를 얼마나 더 사랑하게 될까? 송화는 또 솔을 얼마나 더 사랑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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