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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드 입은 코끼리 Oct 27. 2024

섰다가 앉았다가를 반복하는 사실주의적 시각에서

수필: 걸어가는 시간 속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는 강산과 약국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의 수와 관계, 사람 그 자체가 변하기 마련이다. 그들은 어릴 적 겪었던 전쟁이 여전히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해하면서도, 우리에게는 분단이라는 선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안심하는 아이들과 30대들. 그들에게는 엮이지 않을 것만 같은 정치적 무채색 세계가 있다. 그들이 얻는 것이라곤 돈의 흐름과 늙어가는 시간뿐. 이렇게 삶이 얽히지 않기 위해 우리는 서로 모르는 척하기로 마음먹었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불쾌함은 한 번의 접촉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버스나 전철에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들은 점점 말라가는데, 손가락이 분주하게 움직일수록 도파민에 젖어 동공만큼은 반짝거린다. 서서 앉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들어가는 입구와 나오는 출구가 뒤바뀌고, 그들이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것처럼 개운해지는 모습이 참 다양하다.


그렇게 모은 120만 원으로 살아가는 청년들은 100만 원이 훌쩍 넘는 아이폰을 들고 다니며 그립톡과 케이스티파이를 자랑한다. 그 가운데 할머니들과 아주머니들은 카드형 지갑을 사용하는데, 그 친밀감이 전파되었는지 서로 낄낄대며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나는 그 사이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얇은 운동화를 신고 말이다. 그 운동화에서 땀 냄새가 올라오니 씻지 않은 듯 보일까 봐 겨드랑이를 치켜세우며 또박또박 걸어본다. 그 걸음 속에서 느껴지는 나만의 목소리.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 궁금해진다.


몇 발자국 걸음을 옮기다 보면 또 다른 아기와 엄마가 앉아 있다. 그 엄마의 폰 케이스에는 아이 얼굴이 화려하게 장식된 그립톡이 붙어 있다. 그녀는 자신을 아마 27살쯤 된 젊은 엄마라고 여기겠지. 아이의 사진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돌아선다. 아이가 그리 예쁘게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새 내 목적지에 도착하고, 다른 이들도 한 걸음씩 문으로 향한다. 그들의 신발은 각양각색이고, 옷은 각자의 목적에 맞춰 입은 듯하다. 회사 출근하는 사람, 김치를 만들러 가는 사람, 할 일 없이 떠도는 아저씨와 친구를 만나러 가는 27살 즈음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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