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
애송이 봄아,
삐죽 고개 들지 마라 다칠라,
들판을 휘저으며 망가뜨리지 마라
아직 철없는 것이 사랑을 알기나 한 거냐
고개를 든다고 다 봄이더냐,
젖는 줄도 모르면서 오는 봄날이라지만
봄을 앞세우고 서두르지 마라.
꽃분홍치마 입고, 그날의 어린 신부야,
어머니 닮은 꽃분홍 봄날에
그리움 적시며 오는 봄날에
슬프지도 않냐,
젖는 줄도 모르면서 오는 봄날이지만
봄이 온다고 다 봄이더냐
홀연히 지고 마는 봄날이더라.
누가 계절을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미소 띤 봄은 아직 여립니다. 여린데 꽃부터 앞세웁니다. 우둠치에 매달린 꽃들은 싸한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월의 마디에 꽃을 피워냅니다.
손주들이 개학한 지도 몇 주가 지났습니다. 새로운 선생님, 친구들을 사귀었다고 화사한 생기가 돋습니다. 바지가 달랑한 걸 보니 작년보다 한층 더 자라났습니다.
마른땅에는 누런 풀들로 덮여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봄비 지나고 그 사이를 비집고, 쑥과 작은 꽃들이 코 흘리게 아이처럼 배시시 고개를 들고 나왔습니다. 여기저기서 저도요. 하면서 고개를 듭니다. 성근 울타리에는 개나리가 한 무더기 피어 있고, 더 깊어지면 찔레꽃, 별꽃 등 무리 지어 덩달아 피어날 것입니다. 매번 나의 봄이 애닮 게 오고 것은 무슨 연유인지, 지나온 날들의 어제인 양 철 모르던 봄이 그립습니다.
그 옛날 어린 신부의 봄이 아른거립니다.
어머니 닮은 꽃분홍 치맛자락 날리며
마실 갔다 마중 나온 어머니의 봄날에
기약도 없이 어디쯤 서 있는 봄날에
나의 봄은 아직도 돌담에 기대어 서 있습니다.
나비는 바다의 깊이를 잘 모릅니다
나비는 바다가 무서운 줄도 모르고 청무우 밭인 줄만 알았다지요. 철없는 것이 시집가서 엄마와 떨어져서 사는 것이라는 것도 잘 모르고,
그 바다가 무서운 것도 모르고, 나비는 그렇게 시퍼런 바다를 잘도 지나 와서 대견합니다. 해마다 봄은 다정히 찿아오고, 퍽이나 슬퍼질 이유는 없습니다.
들녘에 핀 꽃을 보고 착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나비들이 휠휠 날아오기에 엄마가 나에게 손짓하는 줄 알았습니다. "잘 살고 있구나."나에게 찾아준 나비가 가엾어서 한참이나 서성이며 손짓을 보냈습니다.
지천에 쑥이 올라오면 할머니의 봄날입니다. 소쿠리에 쑥이 가득, 밀가루에 버무려서 솥에서 쪄내면, 솔솔 쑥향기가 퍼져 나옵니다. 식어도 고슬고슬한 쑥 버무리의 맛의 기억을 잊지는 않았지는, 올해도 다정한 할머니의 봄으로
아,
멀리도 와 있습니다
지금
그날의 봄이 곁에서 속삭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