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기적의 변화
최수연 작가님이
쓰신 감천동 우리 누리공부방 이야기.
조용한 기적에 끌림이 있어서 읽었던 책,
산동네 공부방이라 하면 장난기 있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가난한 공부방을 떠올린다.
이 책을 읽었던 때는 꽤 오래되긴 했다. 내가 새마을 문고에서 활동하고 있을 때 동사무소에 소박한 문고가 비취되어 있었고,
매달 신간 도서들도 조금씩 들어오고, 새로운 책들과 만남이 좋아서 주민들에게도 빨리 보여주고 싶어서 이동도서도 열고 그랬었다. 그때 읽었던 책이 문득 떠오르는 대목이 있었다 '산동네 공부방,,,' 중
산동네를 오를 때는 발걸음이 고단해 보인다,
하늘가까이 별들은 총총 보이고 아래로의 불빛들은 아름답기만 하다. 도시는 산동네가 있어서 도시답다. 가난해서 희망을 노래하는 곳, 어쩌면 도시는 산동네에서 먼저 둥지를 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0년 전 감천동 산동네로 이사 온 한 처녀가 7평짜리 공부방을 연다. 처음에는 처녀가 시집도 안 가고 혼자 외진 동네로 와서 살기를 자처한 이유가 뭘까? 상록수 책을 떠올렸다. 영신이 문명을 깨우치기 위해서 일제의 벽과 맞서면서 야학을 열었고,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던 일들은 새로운 변화로 나아가려는 깨우침의 의지였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산동네에 공부방은 별로 없었다. 큰 이모는 도시의 황무지를 찾아 산동네로 왔다.(1988년) 산동네 부모님의 일터에서 늦은 귀가 때문이었을까,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서 공부방을 열어야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
공부방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꼭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부모님, 삼촌, 이모, 주변사람들까지 영향을 받았다. 어머니들의 모임에서 아버지들의 영어공부를 자처하는 모습이나 아이들의 고민을 나누는 이야기들,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공부방 선생님이 된 이야기 등 기존의 모습과 다른 변화들이었다.
그녀는 공부방을 통해서 아이들과 그 동네 사람들까지 변화시키는 것만이 그녀의 꿈을 이룬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녀는 그 지역 주민으로 살았다.
"산동네 공부방을 열면서 나는 철저히 산동네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동네어머니들과 똑같이 본드를 신발 밑창에 붙이며 일을 할 때는 얼마나 머리가 아프던지,,, 막상 파출부 일을 하다 보니 어찌나 무안하고 부끄럽던지,,," 본문 중
그녀는 공부방 선생님만으로도 충분히 존경을 받을만한 일인데, 아이들의 간식값을 벌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일을 했었다.
오전에는 신발 본드 붙이는 일, 파출부 일 등을 했었고, 오후에는 공부방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을 가졌었다. 사소한 놀라움이었다.
내가 결혼 초였던 것 같다. 그때의 상황들이 떠올랐다. 큰 이모처럼 비슷한 상황들을 많이 보았었다. 그때는 부업이라는 말을 썼다. 가정주부들도 살림하면서 어디에서 물건을 집에 가지고 와서 조립하거나 완성해서 가져다주면 간식값을 버는 일들을 했었다.
나의 옆집 아주머니께서도 봉투에 풀을 붙이는 일을 하고 계셨다. 봉투를 열심히 붙이는 일은 개수 대로 간식값을 벌 수 있다는 말이다. "새댁도 한번 해 봐! 집에서 놀면 뭐 해." 집에서 노는 것도 아닌데, 그때는 그렇게 표현했었다. 나도 아주머니의 권유로 봉투 붙이기를 했었다, 그때는 동네 아주머니끼리 그와 비슷한 일들을 많이 했었다.
그때는 집집마다 연탄을 사용했었다.
연탄을 가는 일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연탄을 갈아야 했다. 아궁이에는 두장의 연탄 중 아래 연탄이 효력을 다 하면, 위의 연탄을 아래로 내리고 다시 새 연탄을 구멍을 맞추고 올려놓아야 했다. 연탄가스로 의식이 혼미했을 때도 있었다. 김치 국물을 마셔 보았다.
나는 이 책에서 잊고 있었던 시간들을 떠올려 보았다. 이런저런 도시의 모퉁이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멀리 돌아보지 않아도 우리 이웃에 단칸방에 살고 있는 정신지체 엄마에게서 자라는 초등1학년 아이가 있었다. 나는 지역에 통장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도 가 주었고, 학습에 도움을 주곤 했었다. 이 책을 처음 읽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지금 쯤은 그 아이는 성인이 되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우리는 누구나 조용한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책을 쓰신 작가님은 "진정으로 남을 위해 나 자신을 내놓은 적이 있는가?"라고 묻는다. 큰 이모처럼
산동네에서 아이들과 함께 주민으로 살아온 가치 있는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우리 주변에 조용한 기적은 매일 일어나고 있다.
기적은 변화의 길로 향하는 자에게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