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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Nov 09. 2024

<공포 소설> '중고 책상과 함께 딸려온 것' 2화

중고 물품 괴담 2화 [완]



 귀신의 형체가 희미해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검은 물도 보이지 않았다. 거칠게 문제집을 확인했다. 예상문제에 검은 물방울들이 찍혀 있었다.

 영호가 안도하며 책상 앞에 앉았다. 새로운 낙서가 있었다.


 ‘대가는 꼭 치러야 해.’


 웃음이 났다. 영호는 수능이 끝나고 나면 책상을 버릴 생각이었다. 아니, 귀신이 있으니 태워버리는 게 좋을까? 어쨌든 수능만 끝나면 되는 것이었다.


 귀신 덕분이었을까, 영호는 수능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복권이라도 맞은 기분이었다. 별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니…….


 ‘생각보다 귀신이 쓸모 있는데? 버리지 말고 계속 쓸까? 아니야. 괜히 더 엮이면 안 좋을 수도 있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집에 도착한 영호는 바로 책상 앞에 섰다. 그러자 목을 매단 귀신의 형체가 서서히 드러났다. 그가 여전히 숨 막히는 소리로 말했다.


 “이제 날 풀어줘.”


 그러나 영호는 한치의 움직임도 없이 빤히 귀신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지난번과 다르게 겁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와줄 마음 따위는 생기지 않았다.


 “널 풀어주면 날 해칠 수도 있잖아. 어떻게 믿지?”


 그 말에 귀신은 한참 말이 없었다. 영호가 다시 말했다.


 “그냥 책상을 태워버리면 그만이잖아. 굳이 널 풀어주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나?”


 귀신은 계속 말이 없었다. 영호가 결심한 듯 천천히 책상 앞에 다가갔다. 일단 집 밖으로 옮길 작정이었다. 막 책상을 들어 올릴 때 귀신이 말했다.


 “나도 너와 같은 생각을 했었어.”


 무슨 소리지? 영호가 고개를 들었다. 새하얀 밧줄이 천장에서 내려와 영호의 목을 감쌌다.


 “어어?”


 영호의 몸이 들렸다. 순식간이었다. 밧줄이 목을 조여오며 얼굴에 압력이 높아졌다.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점점 시야가 흐려졌다.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발아래 엔틱한 책상이었다.

 툭- 영호의 양쪽 눈이 빠졌다. 검은 물이 흘러내렸다.

 어느 틈에 밧줄을 풀고 내려온 귀신이 책상 앞에 섰다. 귀신은 영호의 몸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몸에 적응이라도 하는 듯 목과 팔, 다리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 그렇지?”


 목소리가 기괴했다. 영호의 탈을 쓴 귀신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이내 만족한 듯 웃으며 책상 위에 매달린 영호에게 말했다.


 “아아, 이제야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네. 영호야, 대가는 완벽히 치렀어. 네 몸 잘 쓸게.”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 물건이 올라왔다.


 [성적을 올려주는 책상]


 재미있는 문구였다.

 잠시 후, 누군가 그 문구를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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