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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Nov 09. 2024

<공포 소설> '중고 책상과 함께 딸려온 것' 1화

중고 물품 괴담



<중고 책상과 함께 딸려온 것>


*이야기의 모든 내용은 허구도 진실도 아니다어느 누군가의 속삭임일 뿐이다. 

 

 어느 고등학생의 이야기다.


 “마음에 드는 게 없네…….”


 영호는 중고 사이트를 뒤지고 있었다. 얼마 전 이사를 하다가 책상이 망가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참을 찾아도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었다. 포기하려던 차에 특이한 문구를 발견했다.


 [성적을 올려주는 책상]


 “오, 이름 한번 잘 지었다.”


 문구를 클릭했다. 갈색의 엔틱한 수제 책상이었다. 그리 크지 않아 혼자 쓰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만 원이라고?”


 당연히 값이 나가리라 생각했다. 혹시 사기가 아닐까 하는 의심에 실물사진을 자세히 보았다. 그러나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영호가 판매자에게 쪽지를 보냈다.


 ‘구매하고 싶어요. 어떻게 값을 지불하면 되죠?’


 바로 답장이 왔다.


 ‘무료 나눔 중입니다. 값을 매기지 않으면 사이트에 등록이 되지 않아, 만 원에 올렸습니다.’

 ‘정말요? 물건은 어떻게 받으면 되죠?’

 ‘주소 불러주세요. 보내드립니다.’

 ‘택배비는 따로 있나요?’

 ‘아니요. 그냥 보내드립니다.’


 영호가 서둘러 주소를 보냈다. 이렇게 좋은 책상을 무료로 주다니……. 뜻하지 않은 횡재였다. 기분이 좋아진 영호가 농담 섞인 답장을 보냈다.


 ‘정말 성적을 올려주나요?’


 순식간에 답장이 왔다. 마치 미리 답장을 작성해 놓은 듯했다.


 ‘네, 장담합니다. 다만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합니다.’


 대가라고?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건가? 영호가 피식 웃었다. 감사하다고 쪽지를 보내며 마무리했다.     

다음 날 책상이 도착했다. 실물로 보니 더욱 마음에 들었다. 방에 책상을 배치했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았다. 정말 성적이 오르는 책상이 맞는 건가 싶었다.

 영호는 기쁜 마음을 뒤로하고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폈다. 다음 날 있을 모의고사를 위해 오랜 시간 앉아있을 작정이었다.

 어느새 시곗바늘이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예상문제만 검토하고 자야겠다.”


 영호가 책상에서 일어났다. 부엌에서 물을 마신 후, 책상으로 돌아왔다. 문제집을 보았다.


 “뭐야, 이거?”


 예상문제 중 몇 문제에 검은 물방울이 떨어져 있었다. 그 바람에 문제집의 잉크가 살짝 번지고 말았다.


 “집에 물이 새나?”


 천장을 살폈다. 말끔했다. 새집에 물이 샐 리가 없었다. 문제지를 버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영호는 대충 문제를 확인하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집에 돌아온 영호가 다급히 어제 풀었던 예상 문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오늘 본 모의고사지와 대조했다.


 “맞아, 맞아. 정말 맞았어…….”


 영호의 손은 검은 물방울이 찍힌 문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문제들이 오늘 본 모의고사에 그대로 나왔기 때문이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다른 문제집을 확인했다.


 “대박……!”


 다른 문제집에도 검은 물방울이 찍혀 있었다. 그것도 오늘 본 모의고사에 나온 문제들이었다. 영호의 입가가 올라갔다.


 “다음 시험이 언제더라?”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마침 2주 후에 중간고사가 있었다. 영호는 문제집을 사들였다. 그리고 책상 위에 두었다. 첫날엔 불안함을 이기지 못하고 공부를 했다. 그러나 다음 날, 영호는 그것이 모두 헛수고임을 깨달았다. 문제집 안쪽은 검은 물방울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 예상문제들이었다.

 2주 후 중간고사를 보았고,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검은 물방울이 찍힌 문제만 시험에 출제된 것이다.


 “정말 성적을 올려주는 책상이었어!”


 그때부터 영호는 문제집만 사들일 뿐, 따로 공부하지 않았다. 검은 물방울이 새겨진 문제만 달달 외우면 시험은 백발백중이었다.


 시간이 흘러 수능을 며칠 앞둔 어느 날이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친구들과 달리 영호는 평온했다. 검은 물방울이 도와주기만 한다면,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책상에 문제집을 올려놓았다. 그때 책상 구석에서 검은색으로 적힌 글자를 발견했다.

 

 ‘날 도와줘.’


 “원래 이런 글자가 있었나?”


 글자는 닦이지 않았다. 검게 물들어 새겨진 것이었다. 그러나 영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성적을 올려주는 책상인데 그깟 낙서쯤이야!


 그날 밤, 영호는 느긋하게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다.


 똑, 똑-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컴퓨터 옆으로 그림자 하나가 생겼다. 영호가 위를 보았다.


 “으악!”


 영호는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졌다. 책상 위 천장에는 남학생이 몸을 축 늘어뜨린 채 목을 매달고 있었다. 틀림없는 귀신이었다.


 “나, 날 도와줘…….”


 귀신이 숨이 넘어갈 듯한 소리로 말했다. 텅 빈 그의 눈에선 끊임없이 검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마도 저 눈물이 문제집에 떨어진 검은 물방울일 터였다.

 영호가 정신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리고 목맨 남학생을 보고 물었다.


 “뭐, 뭘 도와주면 돼, 되는 건데?”

 “목맨 줄을 끊어줘…….”


 귀신이 말할 때마다 영호의 몸이 떨려왔다. 공포 때문도 있겠지만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한기가 심하게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제발…… 너무 괴로워…….”


 순간 영호는 저 귀신이 안쓰럽다고 느꼈다. 얼마나 저곳에 매달려 있었을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시험문제를 알려준 것일까?

 영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의자를 바로 세우고 귀신을 매달고 있는 줄에 손을 뻗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빨리 내려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뚝- 뚝- 후두둑-


 귀신의 눈에서 검은 물이 쏟아졌다. 드디어 풀린다는 해방감에 안도의 눈물이라도 흐르는 것인가. 영호는 책상에 떨어진 검은 물줄기를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검은 물 바로 옆에 수능 문제집이 영호의 눈에 들었다. 목맨 줄을 향하던 손이 멈췄다. 공포로 얼어붙었던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혈기가 도는 기분이었다.


 “잠깐만, 내가 널 도와줄게. 대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날 도와줘.”


 수능이 코앞이었다. 이 귀신이 도와준다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공포를 이긴 것은 욕심이었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한 학생의 욕심. 영호가 의자에서 내려왔다.

 귀신은 아무 말이 없었다.


 “딱 한 번이면 돼. 뭐든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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