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소설) 손 없는 날

이삿짐 센터 괴담

by 이작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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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없는 날>



어떤 이삿짐센터의 이야기다.


손 없는 날.

여기서 ‘손’은 사람을 해코지하는 악귀를 뜻한다. 동, 서, 남, 북 사방으로 다니면서 사람들을 해코지하는 무엇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건 인터넷을 찾아보면 알 수 있다. 결국, 손 없는 날이란 귀신이 들지 않는 날을 의미한다. 음력으로 끝자리가 9 혹은 0일 때, 손 없는 날이 된다. 예를 들면 9일, 10일, 19일, 20일이다. 그렇기에 결혼 등 각종 행사를 손 없는 날에 진행한다. 당연히 이사도 마찬가지다. 손 없는 날은 이삿짐센터에서 가장 바쁜 날 중 하나다.


난 이삿짐센터에서 일한다. 아예 소속되어 있지는 않고, 반은 프리랜서라고 보면 되겠다. 앞에서 말했듯이 손 없는 날은 아주 바쁜 하루다. 내가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손 없는 날에 생긴 일이다.

그날은 유난히 큰 건이 잡혔었다. 잘 사는 집에서 길일을 골라 이사를 하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 딱 봐도 하루에 이사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청소까지 한다면 2박 3일은 족히 걸릴 터였다. 사장님은 아쉬워하면서도, 큰 업체에 맡기라며 거부했다. 그러나 그쪽에서 제시한 금액이 터무니없이 컸기에 도저히 놓칠 수가 없었다.


“최대한 빨리 가능하겠습니까?”


집주인이 사장님에게 말했다.


“이게 양이 너무 많아서 말이죠. 못해도 이틀은 잡아야 해요.”


사장님이 조심스럽게 말하자, 집주인이 난색을 보였다.


“오늘 안에는 안 되겠습니까? 추가 금액까지 지출하겠습니다.”


집주인은 자신의 지갑 안에 있는 지폐 뭉치를 모두 꺼내 사장님에게 주었다. 못해도 백만 원은 넘어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집주인은 한 가지 제안을 추가했다.


“오늘 자정 안으로만 끝내주신다면, 지금 드린 돈 만큼을 더 드릴게요.”


돈에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사장님은 오늘 자정 안으로 이사를 끝내겠노라 호언장담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와서 봉투 하나씩을 건넸다.


“자, 선금이다. 알다시피 오늘 일이 많아. 그래서 야간작업까지 해야 해. 대신, 평소 주던 돈의 세 배는 챙겨줄게. 괜찮지?”


나와 다른 직원들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많으면 어떤가, 돈을 세 배나 준다는데.


이삿짐은 이른 아침부터 옮겨졌다. 다행히 집주인이 이사한 곳은, 인적이 드문 2층 전원주택이라 소음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다. 워낙 가구들이 많아 오후 다섯 시가 넘어 모든 짐이 도착했다. 이제부터 짐들을 배치한 후, 잔짐들을 옮기고 청소를 해야 했다.

어느덧 해가 졌다. 저녁 일곱 시가 다 되어갔다. 난 큰 짐들을 마무리하고 담배를 태우기 위해 마당으로 나왔다. 다른 직원 한 명은 이미 지쳐 땅바닥에 앉아 있었다.


“와, 이거 끝이 없어.”


직원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게. 오늘 안에 끝낼 수 있을까.”


내가 담배를 물었다. 땀 섞인 연기가 눈앞을 뿌옇게 흐렸다.


“오늘 안이요? 아무리 봐도 그럴 사이즈가 아닌데. 새벽에라도 끝나면 다행이겠죠.”


멀리서 사장님이 직원을 불렀다. 직원은 크게 대답하며 부리나케 달려갔다. 난 반쯤 태운 담배를 다시 길게 빨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이층집을 보았다. 낮엔 느끼지 못했지만, 뭔가 음산한 기운이 뻗쳐나오는 듯했다.

댕, 댕-

유일하게 제자리를 찾은 괘종시계의 종이 일곱 번 울렸다. 일곱 시였다.


“왜 이런 집에 이사를 온 거지.”


저녁을 대충 빵으로 때운 나와 직원들의 손이 빨라졌다. 오늘 내로 끝내야 한다며, 소리를 질러대는 사장님 때문이었다. 뭐, 사장님도 함께 일하고 있으니 할 말은 없었다. 누구보다 제일 열심히 하고 있었으니까. 하긴, 돈을 그렇게 받았으니 없던 힘도 나올 것이다.

밤 열한 시 반쯤이 돼서야 모든 가구가 제자리를 찾았다. 사장님은 쉬지도 않고 마대 자루를 붙잡았다.


“빨리 청소 시작해!”


나와 직원들은 쉬지도 못하고 빗자루와 걸레를 손에 쥐었다. 청소 팀이 따로 있었지만, 그들만으로는 이 큰 집을 삼십 분 이내에 청소하지 못할 게 뻔했다. 다들 툴툴댔지만,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힘을 쥐어 짜냈다.

댕, 댕-

1층 거실에 있는 괘종시계가 울렸다. 자정을 알리는 소리였다. 그에 맞춰 사장님의 핸드폰 벨이 울렸다. 사장님은 하던 마대 질을 멈추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미간에 잔뜩 주름이 잡혔다.


“네네, 여보세요?”

“아, 예. 집주인입니다. 이사는 끝난 거죠?”

“아, 그게…….”


사장님은 말끝을 흐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청소가 거의 끝나고 마무리를 하는 중이었다.


“곧 다 끝납니다! 이제 마무리 중입니다.”


별안간 핸드폰 너머에서 큰 소리가 났다.


“그럼 아직 그 집에 계신 겁니까?!”

“아, 예……. 시간을 지키지 못한 건 죄송하지만, 소리를 치실 것까진 없잖아요. 이제 막 자정입니다. 이 정도면 빨리 끝낸 건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빨리 그 집에서 나오세요!”

“예?”

“손 없는 날이 지났잖아요! 사장님 거기 있으면 큰일 납니다!”


지직-

핸드폰에 노이즈가 꼈다. 사장님은 ‘여보세요, 여보세요.’를 연발하더니 핸드폰을 끊었다. 나와 직원들은 눈만 끔뻑끔뻑 감았다 뜰 뿐이었다.

사장님이 말했다.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네. 야, 대충 마무리하고 가자.”


가자는 말에 신이 난 직원들은 청소도구를 챙기고 바로 마당으로 나섰다. 그리고 나도 현관을 막 나가려던 때였다.


“어어? 김 씨! 왜 그래?!”


당황한 사장님의 목소리가 2층에서 들렸다. 내가 무슨 일인가 싶어 2층으로 올라갔다.


“사장님, 무슨 일이에요?”

“저, 저 김 씨가…….”


김 씨는 청소 팀장인 아저씨였다. 팀원들을 먼저 보내고 마지막 정리를 하기 위해 홀로 2층을 둘러보던 중이었다.


“컥, 컥…….”


김 씨 아저씨는 바닥에 누워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고통스러운지 사지를 벌벌 떨었다. 내가 황급히 김 씨 아저씨의 팔을 잡았지만, 힘이 너무 세 떼어낼 수가 없었다. 보다 못한 사장님이 거들었지만, 오히려 김 씨 아저씨의 발길질에 뒤로 나가떨어졌다. 김 씨 아저씨는 제 목을 한참 조르더니 그대로 축 늘어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진 나와 사장님은 그 상태로 멍하니 있었다. 순간, 내 눈에 희멀건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히히, 히히-


죽은 김 씨 아저씨 배 위에서 두 손을 들어 올린 채 콩콩 뛰고 있는 여자였다. 여자는 콩알만 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웃어댔고, 난 공포에 질려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사장님도 그 여자가 보였는지 헉, 하고 낮은 탄성을 내질렀다. 그 소리에 여자가 뛰는 것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이윽고 양옆으로 쫙 찢어진 입에서 쇳소리와 비슷한 것이 흘러나왔다.


히히, 또 있네?


나와 사장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방에서 뛰쳐나왔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계단을 내려올 때 얼핏 보았다. 이층집 모든 방 안에 희멀건 무언가가 기어 나오고 있는 것을.

마당으로 나온 난 직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구르다시피 다가갔다.


“야, 야! 저 안에 귀, 귀신이…….”


내가 횡설수설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하나같이 이층집을 보았다. 직원 하나가 떨리는 손으로 창문을 가리켰다.


“저, 저기에…… 사람들이…….”


내가 시선을 돌렸다. 집 이 층 창문 너머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끔찍한 것은 창문에 그들이 비칠 때마다 고개를 비정상적으로 돌려 마당에 있는 우리를 내려다보는 것이었다. 사장님을 비롯한 우리 센터 직원들은 겁에 질려 빠져나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때, 검정 세단 한 대가 급하게 마당으로 들어섰다.


“여기서 뭣들 하는 겁니까?! 빨리 나오세요!”


이사를 맡긴 집 주인이었다. 그 목소리에 우리는 허둥지둥 마당을 빠져나왔다.


이후, 난 이삿짐센터를 그만두었다. 사장님께 나중에 들어 안 사실이지만, 김 씨 아저씨의 장례는 조용하게 치러졌다. 그것도 집주인이 돈을 넉넉하게 주어 가능했다고…….

집주인의 정체가 무엇인지, 왜 그런 집에 이사했는지 알 수 없다. 사장님도 자세한 건 모른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층집이 문제가 아니었어. 내가 봤을 땐, 이층집으로 들어온 가구들, 짐들이 문제였어. 그러니까 그 집 주인이 가지고 있던 물건들에…… 뭔가가 붙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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