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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져니 Oct 17. 2024

[10.6]하리드와르+리쉬케쉬

Haridwar + Rishkesh


인도에 살며  힌두교를 배제하고 인도를 이해하기란 참 어렵다. 



8월 초, 경적과 노랫소리로 도로를 떠들썩하게 활보하던 무리가 있었다. 


오렌지빛 옷을 입고, 큰 트럭에 타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동네가 떠나가라 시끄럽게 하는지라, 며칠 아이들이 잠을 설쳤다. 


매년 2월 말, 7월 말 경 시바(Shiva) 신봉자인 하리아나주와 라자스탄 주 원주민인 칸와리아(Kanwaria)들이 하리드와르로 성지순례를 한다. 


갠지스강의 성수를 떠 오는 기나긴 순례길을 갈 때는 교통편을 이용하고, 성수를 담아서 고향으로 돌아올 때에는 걸어서 온다고 한다. 



그 성지(holy city for hindus)인 하리드와르를 가게 되었다. 



힌두교의 중요 성지지만 가이드북에 잘 다루어지지도 않는 곳. 


과거 하리드와르의 아쉬람은 외국인 출입금지였었을 정도로 폐쇄적이었다는데, 정말 그곳에 머무는 내내 우리를 제외하고 어떤 외국인도 만나볼 수 없었다. 



새벽 5시, 구르가온을 출발해 8시 반 경, 하리드와르에 도착했다. 


도시인 델리나 구르가온이랑은 다른 정겨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가트 초입 로터리





길거리 바버샵!








우리의 목적지는 강고뜨리에서 발원한 강가가 히말라야 산맥을 돌아 평야로 접어드는 지점에 만들었다는 하르 끼 파이리 가트(Har Ki Pairi)  









가트 가까이 차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덩그러니 시장 초입 같은 곳에서 내린 우리는 강을 향해 걸었다. 



바라나시에서도 보았던 갖가지 물통이 눈에 띈다. 


크기도 다양한 저 플라스틱 물통에 강가 물을 신성하게 떠서 집으로 가져가겠지. 












가트에 도달해 보니, 제법 물살이 빠르다. 



잔잔한 수면에서 수영하며 놀던 어린애들이며, 어른들도 여유롭게 몸을 물에 담갔던 바라나시와는 또 다른 풍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철제 울타리, 울타리마다 매여있는 쇠사슬 체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강 바로 옆에 위치한 건물들이 위태로워 보인다. 


강 수위가 높아지면 바로 물에 잠길 것 같은데, 괜찮은 걸까..









하리드와르의 또 다른 명소라는 만사 데비 사원(Mansa Devi Mandir)이 산 위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 높지 않아 보이는 산인데 케이블카가 사람들을 사원으로 이동시키느라 열심히 일하고 있다. 









주말 아침인데 부지런히 이곳을 찾은 사람들...


바라나시에서는 새벽 1시에도 잠이 들지 않은 채 길에 나와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곳에선 또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인도 사람들의 생활 패턴은 많은 인구수만큼이나 다양한 걸까. 








철제 울타리에서 부지런히 뭔가를 던지는 아이들을 보니, 긴 줄 끝에 자석이 매달려 있다. 


사람들이 강가에 동전도 던지는지, 자석으로 한 움큼 동전을 건져 올린 아이들..


또 다른 한편에선 누군가 좌판을 펼쳐놓고, 얼마인지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닳고 닳은 동전들을 기념주화처럼 팔고 있다. 


신경제 창출!








핫핑크 솜사탕에 눈이 어지럽다. 맛보면 혓바닥이 핑크핑크하게 물들 것만 같다. 









난 가트에서 몸을 담그고 있는 인도인들의 모습에 왜 조르주 쇠라의 <그랑트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나 <아시니에르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떠올리는지 모르겠다. 












현실은 시끄럽고, 사람 많고, 덥고, 정신이 없는데, 강가에서 고즈넉이 몸을 담그는 그네들에게서는 나의 현 상황과 상관없는 평화와 기품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곳에서 겪은 나의 청각, 후각, 시각을 현혹시키는 특별한 의미부여 때문인 걸까..









인도에서는 인형 봉제 공장을 차려야만 할 것 같다. 


짱구의 모습을 잃은 짱구 인형과 조악한 인형들을 보며, '이쁜 인형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큰 기쁨을 주고, 난 큰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하는 딴생각을 잠시 해본다. 



망중한을 느꼈던 하르드와르를 떠나 본래 목적지인 리쉬케쉬로 가는 길. 


그 거리가 멀지 않다. 









래프팅 보트를 실은 차들이 우릴 반겨준다. 








골프장에 가야만 볼 수 있었던 초록의 싱그러움을 마음껏 만날 수 있는 곳. 


산을 구불구불 휘감아 만들어진 길을 아슬아슬 지나는데, 마치 내 어릴 적 강원도 산길 같다는 생각에 친근감이 든다.  








강변 모래사장이라는 고아 비치를 향했으나, 강가로 내려가는 곳을 찾지 못하고 지나쳐 락쉬만 줄라(Lakshman Jhuka) 다리로 갔다. 



개발 중인 곳이 많아 어디나 공사 중인 인도. 


락쉬만 줄라 역시 보수 공사 중인지 건널 수가 없어 강 건너 '비틀즈 카페'를 갈 수가 없다. 


사실상 비틀즈를 인도에서 만나기 위해 온 리쉬케쉬가 아닌가. 


하지만 인생의 변수는 끝도 없는 법. 









제법 외국인들이 자리를 차지한 강가 뷰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인도의 리쉬케쉬 한 카페에 앉아있는 유럽인들의 자태를 바라보고 있다. 


하얀 바탕에 하늘색 줄무늬 멜빵바지만 입은 유럽 남자는 어쩜 만화에서 금방 튀어나온 것만 같고, 연세 지긋하신 할아버지는 평생 어디를 머무르시다 이곳에 와 버거를 드시는지 그 인생을 가늠하기가 힘들다. 



어떤 이유로 이 낯선 땅으로 와서 이곳에 우리가 모여 한 시 한 공간에 함께 있는 걸까. 



1960년대 말, 반전 운동이 실패로 돌아가 허무했던 서구 젊은이들이 인간 내면 탐구에 빠져들었고, 당시 비틀즈가 인도 리쉬케쉬에 1년간 머물렀다는 게 알려지며 인도 리쉬케쉬가 요가, 명상으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히피한 유럽인들이 자유분방한 차림으로 길을 거닐며 지나간다. 


마치 20여 년 전, 태국 카오산 로드 분위기다. 









리쉬케쉬는 명상과 요가의 명소. 


동시에 다양한 액티비티가 가능한 역동적인 곳인 듯하다. 



나도 한 때, 번지 점프도 하고, 놀이 공원의 각종 익스트림 놀이 기구들 타는 스릴을 즐기곤 했는데, 


이제는 그 오금 저린, 심장이 조여드는 경험을 나의 시간과 에너지, 돈을 들여하고 싶지 않다. 



나는 이미 살아있고, 일상을 즐기며 살고 있는데, [내가 지금 여기 살아있음]을 극한 상황에 몰아넣어 짜릿한 기분으로 느끼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기에....


또한 그 다양한 어드벤처 액티비티가 과연 안전할 것인가. 알 수 없는 위험, 사람의 일인지라 안전 장비를 착용하는 데 실수가 있을 수 있고, 장비가 노후되어 사고가 날 수도 있는 가능성들을 내가 왜 감수해야 하는가. 



예전에 젊을 땐, 위험을 감수하는 쾌감을 즐기며, 난 이렇게 용감한 사람이야, 난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야 확인하고 싶었다면, 조금 나이가 든 지금의 나는, 그저 갖은 인생의 희로애락 속에서 오늘 일상의 평화에 감사하는 온건한 평화주의자가 된 기분이다. 

















식당 앞, 단상에 앉아 분장을 하고 호객 행위를 하는 그 신박함에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종교적 의미의 분장을 해서 그런가, 식당과 안 어울리는 그 신선한 조합이 너무 인상적이다. 












드디어 람 줄라(Ram Jhula) 다리..


그 앞을 지키는 원숭이 무리들이 연신 사람들이 건네는 음식을 받아먹는다. 








다리의 미세한 떨림에 왜 내 마음도 쿵 내려앉는지 모를 일이다. 


나이가 든 걸까...


불안과 걱정이 점점 많아지는 걸까...









마지막 행선지는 트리베니 가트(Triveni Ghat)


얼마 안 되는 거리 같은 데 가는 길이 험하니 시간이 꽤 걸린다. 



바라나시, 하르드와르에 이은 리쉬케쉬 갠지스강, 강가 투어는 이제 그만해도 될 거 같다. 


가트도 이제 그만!!! 


















트리베니 가트는 리쉬케쉬에서 가장 크고, 대표적인 목욕 가트라고 한다. 세 강이 합수하는 의미의 가트라 영험하기로 유명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강폭이 넓고, 가트가 넓고 여유롭다. 


이곳도 인도인들만 가득...



신성한 강가 투어는 이걸로 마무리!


3시 반 다시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자기만 해서 못 봤던 길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고속도로를 지나는데, 왜 길가 양쪽엔 각종 상점들이 가득한지..


인도엔 자영업자 비율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걸가.


돌게이트에서 장난감 트럭을 파는 사람들을 보며,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상품을 팔아야 하는 세일 포인트를 잊은 듯 해 안타깝다. 


과연 하나라도 팔 수 있을까.









잠깐 들른 휴게소 시설이 꽤 그럴듯하다. 


아그라 가는 길 20루피짜리 짜이가 참 맛있었는데, 각종 프랜차이즈가 즐비한 휴게소에선 짜이보단 펩시지!


내 입맛이 변한 건지, 그 사이 눈높이가 높아진 건지 모를 일이다. 



왕복 10시간


더위


끊이지 않는 경적 소리


오토바이와 릭샤, 차에 치여 어디를 갈지 모를, 인도 없는 거리.


17000보의 걸음.



오늘의 여행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걷고, 걸었던 리쉬케쉬의 좁은 골목길을


그곳에서 만난 먼 곳에서 왔을 유럽 히피들을


인도에서 쉽게 보기 힘들었던 초록 초록한 풍경들을


성스러운 강가에서 몸을 씻으며 즐기던 인도인들을


사진첩처럼 기억 한편에 저장하며 


의미 있던 시간들로 기억하리.



다음엔 또 어디를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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