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북페어

by 져니

오늘은 뉴델리에서 혼자 놀기!


한국에서 정보의 한계 없이 마음껏 알아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살아왔던 것과 다르게 인도는 아무래도 낯선 외국이다 보니 정보도 한정적이고, 나의 행동반경에도 제약이 있다.


삶의 영역을 확장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하는 나의 욕심이 오늘은 인도의 컨벤션 센터로 이끌었다.


뉴델리 월드 북 페어 (New Delhi Book Fair)

2025.2.1~9

Bharat Mandapham. Hall No.2~6

Supreme court metro station 하차


https://www.nbtindia.gov.in/ndwbf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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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National Book Trust of India - New Delhi World Book Fair 2025

New Delhi World Book Fair Tickets are available at select metro stations. Free Entry for Children in school uniforms, senior citizens, and differently-abled To book tickets online Download link For Android Download link For iOS View Draw 2025 Result All New Pragati Maidan Halls Layout NDWBF...

www.nbtindia.gov.in


모처럼 생긴 여유 시간.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동행하며 인도 탐험을 하고 싶기도 했지만 오늘 가는 곳이 어떤 곳일지, 갈 만한 곳인지, 어떤 시행착오를 겪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뜻 손을 건네기엔 두려움이 앞섰다.


나 혼자 고생하는 건 괜찮지만, 나 때문에 지인이 인도에서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는 건 아무래도 미안할 테니.


역시나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북페어를 가기 전, 지하철 역에서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데 기사와의 의사소통 착오로 난 이상한 곳에 혼자 남겨졌다.

Supreme court subway gate #2로 가 달라는 나의 말에, 기사는 흔쾌히 나를 supreme court gate #2에 내려줬다.


처음 가 본 낯선 곳.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게이트 2로 들어가 북페어를 가고 싶다고 하니, 다른 곳보다 검문검색이 철저해 보이는 곳에서 나를 의아하게 쳐다본다.

아...... 난 대법원에 들어가서 북페어를 가겠다고 이야기한 거구나.


어쩐지 그 주변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특이했다.

긴 직사각형 형태가 2개 겹쳐진 카라를 목에 걸고 있는 사람들.


가드에게 난 지하철 역으로 가고 싶다고 하니, 여기에서 그리 멀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낯선 곳을 걷는데, 아무리 가도 지하철 역이 나올 생각을 안 한다.


다시 길 가는 사람에게 물으니, 2km쯤 가면 될걸?!

아.... 인도 대법원은 정말 규모가 엄청나구나.

그리고 그들에게 2km쯤은 그냥 조금 걸으면 되는 정도인 걸까.


아무래도 나 혼자 힘으로 지하철 역이든, 북페어든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다시 기사 호출.

(주위를 보니 다들 릭샤, 오토바이, 차를 타고 이동하지 걷는 사람이 없었다.)


기사가 아주~ 많이 달려(절대 걸어서 갈 수 없는 거리였다. 길도 복잡) 날 supreme court metro station gate2에 내려줬다.


아... 여기서 깨달음!

인도는 지하철을 metro라 지칭하는군, subway라 이야기했다간 기사와도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것.

(subway는 주로 미국, 캐나라에서 지하철을 지칭하는 단어)


역시나 길을 모르는 나는 차에서 내려서도 티켓을 사기 위해 한참을 헤맸다.


온라인 티켓을 구매할 수 있으면 그냥 입구 앞에서 바로 구매하면 될 일.

하지만 나에겐 paytm도 없고, 신용카드 결제는 남편의 OTP 번호 전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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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딘지 모르지만 수많은 인파가 한 곳을 향해 걸으니 나도 군중 속에 묻혀 함께 걸었다.

그 와중에 보이는 북페어 안내판이 날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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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페어 입구까지 갔지만 오프라인 티켓 부스가 없어 다시 지하철 역사 안으로 돌아가 티켓을 구매해야 했다.

어른 50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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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티켓 들고 북페어 입구로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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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들어서자마자 가방 검사, 몸수색 검문검색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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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줄지어 작은 버스에 몸을 싣는다.

나도 저 일행과 함께 해야 하는 걸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러기엔 줄이 너무 길다.

버스까지 있는 걸 보면, 입구에서 전시장까지 꽤 긴 거리인 걸까.

튼튼한 다리를 믿고, 소수의 사람들이 향하는 곳으로 나 또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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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는 건 이유가 있었군.

아주 많이 걸어서 도착한 북페어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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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도 이렇게 큰 컨벤션 센터가 있구나.


혼자 모르는 사람들 속에 파묻혀, 정확히 갈 곳을 알지 못한 채 걷다 보니 낯섦과 위화감 속에서 조금의 두려움과 설렘을 느꼈다.

수많은 인도인 속에서 나만 외국인, 홀로 한국인이었는데, 문득 이십 대 초반, 혼자 떠난 호주 워킹홀리데이 첫날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무슨 용기와 배짱으로 호주로 혼자 날아갔을까.

비행기에서 내려 킹스크로스로 무작정 가서 백팩커스에 짐을 풀고 혼자 길거리로 나와 걸었던 순간.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채,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고 걷다가 마주친 전 세계를 가리키는 이정표.

그 이정표에 한국이 있었던가...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그 순간의 막막함과 두려움, 낯섦, 새 출발을 위한 설렘.

다양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며 벅찼던 찰나는 뚜렷이 뇌리에 남았다.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 인도로 와서

회사의 울타리 아래, 집과 차가 제공되고, 호주 워홀에서처럼 일자리를 찾기 위해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는 이 안정적인 상황에 감사하면서도 나는 때때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이런 순간,

낯설고 당황스럽고, 막막한 이런 순간들이 나를 일깨워주고, 즐거움을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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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불모지라 여겨졌던 인도에서도 내가 모르는 곳에서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힌디어로 이루어지는 공연은 접근성이 좀 떨어져도 춤 공연은 아이들과 함께 해도 꽤 볼만할 것 같은데 이미 지나서 아쉬웠다.

인도에 머무는 동안, 다양한 문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애써봐야겠다.

공연, 전시, 체험학습, 캠핑, 여행 등 풍성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첫째, 둘째와 다르게 인도에서 학교와 집만 오가는 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인도에서도 가능한 일이라면 좀 더 부지런히 알아보고, 찾아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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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전시관 중에 역시나 나의 관심사는 아이들 책이 있는 Hall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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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스콜라스틱 부스.

한국에 비해 인도가 영어 원서 값이 저렴하다.

한국에서 육아 박람회 가면 수십만 원 영어책 사기 바빴는데, 정작 그때에 비해 더 저렴한 인도에서는 영어 책 구입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

집에 이미 원서를 많이 확보하고 있고, 언제든 수많은 책을 빌려볼 수 있는 학교 도서관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나의 원서에 대한 소장 욕구나 열의가 바래졌기 때문일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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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책 부스에서 인도 지도를 50루피에 구매했다.

적어도 인도에 머무르고 있는 이상, 내가 인도 어디 즈음에 살고 있고, 인도 국내 여행을 할 때, 어디를 가고 있는 건지는 알고 살아야겠기에 전부터 인도 지도를 사야지 생각하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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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부스 중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은 그 이유가 있는 법.

책을 50%에 판매한다는 곳에서 White Tiger를 150루피에 구매했다.

아마존 최저가보다 훨씬 저렴하긴 했다.


영화로 봤는데, 원작이 있는 줄은 몰랐네.

항상 책을 먼저 읽고, 영화로 봤는데, 거꾸로 하게 되었지만 그 역시도 기쁜 일!

해야 할 일이 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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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사람들도 책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

학교에서 단체 관람을 왔는지 교복을 입고 도시락을 까먹는 학생들도 있고, 캐리어를 끌고 와 영어책을 쓸어 담아 구매하는 엄마들(내 과거 모습을 보는 듯...^^;)도 있고, 데이트를 하는 젊은 남녀들도 있었다.

전시장 밖에서는 다양한 먹거리가 펼쳐졌다.

굶주린 배를 끌어안고 뭐라도 사 먹어볼까 기웃거렸지만, 예민한 나의 장이 걱정되니 그냥 구경만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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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루피 입장료를 내고,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 보낸 몇 시간.


나는 저 수많은 책들을 써낸 저자들처럼 치열하게 삶의 성과물을 만들어냈던가.

50루피가 아닌 5000루피만큼의 자극을 받고, 색다른 경험을 하고 왔다.


비록 길을 잃고, 헤매고, 막연하게 사람들을 따라다녔지만

결국 가고자 한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고,

인도의 북페어가 어떤 곳인지, 수많은 책들에 파묻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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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인도에서 만 걸음을 넘게 걸었네.

덕분에 운동화에 발이 까이고, 피곤함과 두통을 얻었지만

오늘의 경험은 남고, 아픈 건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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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도

부지런히 걷고

부지런히 알아보고

부지런히 놀아보자.


아이들의 세상도 나의 세상만큼 크고 넓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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