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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성현 Dec 13. 2023

2023년을 보내며-유도로 서울시 1짱 4연패

그리고 여자 생체유도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

안녕하세요, 그간 격조했습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더더욱 인생을 유도에 맞춰 가는... 대체 왜 이러나 싶은 삶을 살고 있고요, 아주 행복하고, 이전보다 더 재밌고 행복해지긴 힘들지 않을까? 하고 늘 생각하지만 놀랍게도 계속 더 즐겁고 행복해지고 있습니다.


그간 2022 서울컵, 2023 삼일절유도대회, 2023 서울특별시 회장배 유도대회, 2023 서울컵, 이렇게 4번에 걸쳐 서울시대회에서 1짱을 했습니다.


감량 없이 열심히 먹고 -57kg에 출전하다가 최근에는 2~3kg를 감량해서 -52kg에 나가 보았고요.


그간의 유도 소식 및 대회 기록은 유튜브 채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바로 다시 열심히 먹어서 지금은 체중을 회복한 상태입니다. ^_^ 다음 목표는 전국대회인데, 그 때도 감량해서 -52kg로 나갈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57로 나가면 제가 키가 작은 편이라 마음이 쫌 작아지더라고요. 52로 나가면 제가 키가 작은 편은 아니고 평균? 정도로 느껴져서 아주 마음이 편안합니다.


2023년 10월 유도회 @ 군자코리아유도 (현 광진코리아유도)

그 외에도 여자유도회를 (최대한) 정기적으로 열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여는 게 목표입니다만 제게도 가끔은 유도 외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못 여는 달도 있습니다.


여자유도회 오픈 소식 등은 인스타에서 확인하실 수 있고요.


인스타그램 <-링크는 이쪽!


그 외엔 2022년 초에 견봉인대 부상으로 수술을 했었습니다. 수술도 무사히 끝났고, 이후 몇 개월간 재활을 하며 내 몸의 인대와 근육 구성에 대해 더 이해하고 부상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기도 했답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아무 문제 없이 다시 즐겁게 운동하고 있어요!


소위 고인물 분들에 비하면 아직 짧은 경력이지만, 그간 제가 다니는 도장에서뿐 아니라 다른 도장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수많은 여성분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유도회(오픈매트)에 참석해 강자 분들을 만나며 많이 배우는 경험을 가졌습니다. 돌이켜 보면 하나하나 다 감사한 일들뿐이었어요.


처음 유도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유도를 하시는 여자분들이 정말 많이 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다니는 도장에 처음 왔을 때 여자는 당시 용인대 입시 중이던 학생(지금은 합격했습니다!)과 저, 이렇게 둘이 있었는데 이제는 여자관원이 열 명이 넘었고요. SNS에서도 당시 알고 있던 여자유도인은 저와 인터넷 지인분 둘뿐이었는데 지금은 셀 수도 없이 많아졌어요.



무엇 때문에 유도를 할까?


이 생각을 종종 합니다. 저는 선수도 아니고, 유도로 돈을 버는 사람도 아닌 생활체육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장 큰 이유는 '재미있어서'겠죠.


생활체육인이 운동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는 나의 실력 발전뿐이 아닌 더 복합적인 데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는 그 운동을 잘 하기 때문에 선수고 자신의 실력을 매순간 입증해야 하지만, 취미로 하는 사람은 모두가 그 운동을 '잘' 할 수는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으니까요. 재미가 없다면 별 고민 없이 운동을 시작한 지 하루만에든, 한 달만에든, 일 년만에든 그만둘 수도 있겠고요. 잘 하지 못해도 자신만의 재미를 느낀다면 오래오래 계속할 수도 있겠죠.


저 같은 경우는 두 가지 이유로 이 운동을 계속해 왔습니다. 당연히 하나는 위에서 말한 그냥 '재미있어서'고, 두 번째 이유는... 솔직히 말하자면 일종의 오기 같은 것이기도 했어요. 여자들이 있다면 더 많은 여자들이 나처럼 이 운동을 '재미있어'할 수 있으리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왜 여자가 없을까?


이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여자가 없으니 계속 여자가 없‘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여자만 있는 공간에서 함께 운동을 하는 남자가 불편함을 느끼기 쉽듯, 남자만 있는 환경에서 여자가 운동을 할 때 그 공간을 심리적으로 좀 더 멀게 느끼기 쉽겠죠. 그런 환경에 처해 있을 때 아주 작은 계기로도 그 운동을 포기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 더 쉽다는 게 당연히 첫 번째 이유겠고요.


-73kg급의 절대적 세계 1짱인 오노 쇼헤이도 체급의 벽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두 번째 이유는 체급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위에서 말한 '여자가 없다'는 점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기도 해요.


전에 쓴 글에서 언급했듯 격투기에서는 체급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여자와 남자의 평균 체격은 어느 정도 차이가 나죠. 여자 유도의 가장 가벼운 체급은 -48kg인 반면 남자 유도의 가장 가벼운 체급은 -60kg, 가장 무거운 체급은 각각 +78과 +100입니다. 사람이 가장 많은 중간값은 여자가 -57과 -63, 남자가 -73과 -81로 약 20kg에 가깝게 차이가 나죠.


대련 상황에서뿐 아니라 익히기를 해도, 메치기를 해도 체중이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 할 때와 나보다 20kg이 무거운 사람에게 할 때는 퍼포먼스 면에서 꽤 차이가 납니다.


다시 말하자면 평균적인 체중 면에서 볼 때 남자가 많은 환경에서 운동을 하는 여자는 그만큼 더 힘들다는 얘기겠죠. 10의 실력을 보여 줄 수 있는 퍼포먼스를 해내려 했을 때 나와 체중이 같은 사람을 상대로 하는 것보다 나보다 20kg 무거운 사람에게 하는 데 훨씬 많은 힘이 듭니다. 다시 말하면 내가 이 운동에서 일궈낸 결과물을 통해 재미를 느끼기가 상대적으로 힘든 거죠.


(단순 체중의 비율상으로 비교하자면 50kg이 70kg을 상대하는 건 70kg이 98kg을 상대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되겠네요.)


2023년 7월 여자유도회 @ 성북파이널유도

실제로 그간 여자유도회를 열면서 참가자 분들이 좋은 점으로 가장 많이 꼽아 주신 것 중엔 '비슷한 체급의 상대가 많다'가 있었습니다. 도장에서 늘 무거운 분들과 연습을 하다가 유도회에 와서 체급이 비슷한 분들과 연습을 하니 너무 다르고 좋다고들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답은 '유도하는 여자를 더 많이 만들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경량급이든 중량급이든 상대가 될 비슷한 체격의 여자분이 많다면 더 많은 여자분들이 쉽게 재미를 느끼고 유도를 계속해나갈 수 있으실 거고, 또 새로운 여자분이 오셨을 때도 똑같은 과정이 반복되겠죠!


그런 생각으로 여자분들이 오시면 그 상대가 되기 위해서라도 매일매일 도장에 갔고, 계속 여자유도회를 열었고...... 지금은 그렇게 증명하고 싶었던 걸 어느 정도는 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장의 여성분들 - 윤현지 선수 #오유완 인스타그램 필터와 함께!

도장에도 꾸준히 나오시는 여자 관원분들이 엄청나게 늘었고, 일년, 이년 계속해서 유도를 해 유단자가 된 분들도 늘어나셨구요. 이런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게 되어서 지금 참 행복하다고 매일같이 생각합니다.


제가 그 과정에서 큰 일을 한 건 아니고 그럴 실력도 되지 않지만, 적어도 계속 이 자리에 있었고, 또 여자분들이 모이실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왔고, 그렇게 전국 각지에서 유도를 계속해 오고 계신 여자분들과 또 새롭게 유도를 시작하신 여자분들을 만나 왔어요. 유도를 처음 시작하신 분이 일년 이년 계속해서 유도를 해나가시며 재미를 붙이고 실력이 늘어 가시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고요.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한데도 적극적으로 여자유도회에 참가해 주시는 모든 분께 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더 많은 유도하는 여자분들을 기다리며 글을 이만 마칩니다. 정진하고 있을게요. 함께 즐겁게 유도해요.


도장에서, 시합장에서, 유도회에서, 혹은 어디서든 도복 입고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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