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인가 규모가 큰 국립 또는 종합박물관에 가면 부속시설로 꼭 자리 잡고 있는 어린이박물관.
오늘은 그 현재의 어린이박물관의 연출적 효시, 조상,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시카고의 어린이박물관을 랜선으로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시카고 어린이박물관이 세계 최초의 어린이박물관은 아닙니다. 세계 최초의 어린이박물관은 1899년 뉴욕 브루클린에 세워진 '브루클린어린이박물관'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시카고어린이박물관이 어린이박물관의 조상(?)격이라고 소개드리는 것은, 지금의 다양한 어린이박물관 연출의 시작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었을 만큼 시카고 어린이박물관의 연출은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연출이었고,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어린이박물관 연출의 모티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여겨집니다.
다만 시카고 어린이박물관은 1982년에 설립된 후 1995년에 오늘 소개해 드리는 시카고 네이비피어(NAVY PIER)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1982년에 어린이 전문 박물관을 건립했다니. 아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적어도 손에 뽑힐 만큼의 세계 최초의 어린이박물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나라가 용산에 국립박물관을 이전하면서 부속건물로 국립중앙어린이박물관을 개관한 게 2005년고, 그 이전에 삼성에서 어린이박물관을 개관한 것이 1995년이니깐 1982년에 설립된 미국의 시카고 어린이박물관이 얼마나 빨리 만들어졌으며 그 역사가 깊다고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어린이박물관을 설계하고 시공할 때 미국의 시카고 박물관을 벤치마킹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또한 저의 개인적 추측입니다.
자 시카고로 가볼까요.
시카고 어린이 박물관은 바다 같은 호수라는 애칭이 있는 미시간 호수를 끼고 위치해 있습니다.
박물관 앞 미시간 호수 전경을 먼저 보실까요. 호수인데 항구에서나 볼 법한 엄청하게 큰 배가 있네요.
호수라고 하지만 바다 같습니다. 수평선이 보이고 바다에서나 볼법한 백사장이 길게 펼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시카고가 미시간 호수만 멋진 건 아닙니다. 주변의 빌딩 숲은 시카고가 얼마나 매력적인 도시인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한지 증명리라도 하듯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도시 시카고, 바다 같은 호수 미시간 호수 앞에 시카고 어린이박물관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건물은 좀 색다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박물관 건물은 아니고요...
대형 쇼핑몰과 같은 건물이라고나 할까요. 규모가 상당히 큽니다. 롯데월드가 생각날 정도네요.
네이비피어(NAVY PIER)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이곳에는 아이맥스 극장, 레스토랑, 쇼핑센터, 어린이박물관, 놀이기구 등의 시설이 있습니다.
참고로 지금 보시는 사진은 제가 2009년 미국 출장(박물관 벤치마킹)을 갔을 때 찍은 것입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박물관 성격상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하지 않았다면 박물관 내부 전시물은 크게 바뀌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 점 참고하시면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왜냐면 오늘은 사진을 많이 올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입구를 보실까요. 꼭 여느 상점에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내부 규모는 엄청 엄청 큽니다.
1층은 복합쇼핑몰과 전시물이 함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2층으로 올라가면 어린이박물관이 열립니다.
박물관 입구 모습니다.
1층 공간입니다. 지금은 훨씬 세련되어 있겠죠.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입니다. 3개의 안내사인 중 맨 위에 시카고 어린이 뮤지엄이라고 쓰여 있네요.
벽면에도 안내사인이 있습니다.
그런데 1층에서 2층 박물관으로 가는 이동 동선이 좀 특이하고 재미있습니다.
아래 사진 보시면 이해가 되실 텐데요. 어른들은 계단으로, 어린이들은 그물로 만든 놀이식 통로로 이동을 하게 됩니다. 마치 정글 탐험 같은 느낌이랄까요. 당연히 아이들이 엄청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이동하는 방법에서부터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참여하게 만든 아이디어가 참 신선하도고 생각했습니다.
어린이박물관의 시작. 홀에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공룡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공룡이름을 가장 잘 아는 나이가 6살 아이와 6살 남자아이를 둔 아빠라고 하던데요. 역시 공룡은 어린이들의 친구입니다.
방문 기념샵도 있습니다.
본격적인 전시 콘텐츠를 살펴볼까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들기입니다. 건축가가 되어 다양한 건축물을 만들어보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모님과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어린이들의 즐거운 모습이 보입니다.
할아버지께서도 적극적이시네요.
아래 보이는 모습은 아이들의 미술 체험 콘텐츠입니다.
어린이들은 몸으로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친구와 함께.
다양한 미술 체험 콘텐츠가 보입니다.
인상적인 건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것입니다. 좋아 보입니다.
대형 체스판이 홀에 펼쳐집니다.
부모님과 볼링 한게임. 전체적으로 어린이들이 놀면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습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자동차도 있고요.
세차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콘텐츠입니다.
모든 것이 놀이식 게임요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디지털 체험 콘텐츠도 보입니다.
요즘의 전시관에 가면 많이 보게되는 인터렉티브(반응형) 영상 콘텐츠가 보입니다. 우리나라에는 2010년 이후부터 많이 설치됐는데 이곳에서는 이때도 활성화가 됐네요. 관람객이 몸짓에 따라 영상이 반응하는 콘텐츠입니다. 나비가 관람객의 손바닥 위로 날아와 앉았네요.
마트입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콘텐츠죠.
모험심을 키우는 밧줄 타고 오르기 등. 어린이박물관은 신체발달과 관련된 콘텐츠도 중요한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보다 더 어린 유아(0세~4세 정도)의 공간도 별도로 연출되어 있습니다. 보통 유아체험실이라고 하죠.
시카고 어린이박물관에서 흥미로웠던 공간 중 하나는 물을 테마로 한 공간이었습니다.
아예 우비를 입도록 합니다. 맘껏 물놀이를 하라는 것이겠죠.
그러나 단순 물놀이라고 보기에는 곳곳에 수리(水利) 과학적 요소를 알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축했습니다.
놀면서 수리과학원리를 체험하라는 것이겠죠.
어린이 종합박물관답게 세계의 문화도 소개합니다.
대한민국을 소개하는 부스가 보이네요. 13년이 지난 지금도 자리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고고학 콘텐츠도 있습니다. 공룡 발굴지에서 유물을 채취하는 체험인데, 사뭇 진지합니다.
이외 다양한 콘텐츠로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놀면서 탐색하고 이를 통해 세상과 주변 환경을 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3개 층 건물 안에서 물놀이관, 발명관, 트리하우스 트레일 등 다양한 주제와 콘텐츠로 약 15개의 전시관으로 구성했다고 합니다.
시카고 어린이박물관을 둘러보는 내내 전시공간 외적인 면에서도 섬세하게 배려하며 연출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화장실 인테리어도 그렇고, 휴게벤치도 유니크하게 구성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미적 상상력과 감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배려인 것 같습니다.
즐거운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보니, 역시나 시카고의 아름다운 모습이 그대로 버티고 있습니다.
정답이 없는 어린이박물관을 만드는 건 어떤가요?
박물관이나 기념관, 홍보관, 과학관, 문학관 같은 전시시설에 가게 되면 대부분 정답을 정해놓고 친절히 알려주곤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박물관의 주인공인 역사는 여러 가지가 될 수는 없고, 과학관의 과학원리 역시 대부분 한 가지 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홍보관은 더하겠죠. 본인들이 알리고 싶은 홍보내용을 정해놓고 알려야 하니깐요.
그런데 어린이박물관은 조금 달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내용적 정답이 없는 박물관이 아니라 다양한 결과물이 도출되는 그런 박물관이 되면 어떤가.. 그래서 우리 어린이들이 똑같은 체험... 똑같은 결과... 가 나오는 천편일률적인 전시구성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즉, 개별 어린이들의 인풋(input)에 따라 아웃풋(output)이 바뀌는 전시구성이면 좋겠다. 그렇다면 어린이들의 다양한 창조적 세포를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어린이박물관이기 때문에 더욱더 이런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전시실을 이렇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지금의 박물관은 최소의 운영인원, 아니 운영인원이 아주 없는 그런 박물관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린이박물관 같은 경우에도 체험부스가 대부분 무인으로 운영됩니다. 즉, 관람자가 스스로 체험기기를 이용해서 체험해야 하는 것이고, 그렇다 보니 아웃풋도 다양한 결과물이 아닌 정해진 시뮬레이션 내에서의 결과가 최종적으로 도출되어 나타납니다.
전 항상 이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적어도 어린이박물관만큼은 다양한 결과, 엉뚱 발랄한 결과가 나와도 되지 않을까.
답이 정해진 체험이 아니라 어느 것도 답이 될 수 있는 그런 전시체험이 되면 좋지 않을까.
지금의 환경으론 참 어려운 상상인데요.
가능하다면 언젠간 이런 답 없는, 무한한 아웃풋이 나오는 어린이박물관을 기획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고 전시기획자들의 실력도 감당할 만큼 향상되는 그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