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있는 집

by 진심

어릴 때는 마당이 있는 집을 꿈꾸지 않았다

동네에서 유일하게 우뚝 솟은 우리 아파트、

가장 좋은 집인 줄 알았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면 1층부터 9층까지 걸어서 지하수통을 들고 오르락 내리락했던 힘들었던 순간도 있지만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아파트에서 태어나서 아파트에서 계속 살아갔던 날 보며 부모님은 늘 이야기하셨다

“너는 따뜻한 아파트에서 편하게 자랐다”

의심할 여지 없이 아파트가 최고였다고 어린 난 생각할 수밖에、 그렇게 나의 아파트 살이는 자연스러웠다


그런 내가 아파트의 정원을 가지게 된 건 결혼 5년이 되었을 때쯤이었다 、아이들을 키우니 아파트 1층이 좋을 것 같았다

그중에 가장 설레었던 건 、1층 베란다와 연결된 베란다 사이즈의 땅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도시의 한 공간에 우리의 땅이 생긴다니。 베란다 문을 열면 대파를 따서 바로 먹을 수 있겠지 란 기대로

밭을 조금 갈아놓고 모종을 심고 파라솔 의자에 앉아 짜장면 시켜 먹었던 그때、

조그맣던 아이들처럼 우리 가족은 행복했다

우리의 첫 마당. 첫 텃밭



울산 앞바다에 살아서 그날도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바람이 불면、 햇살이 좋으면 빨래를 널고 싶은 마음이 간질거린다

마당 위에 빨래를 얹어 햇볕에 말리고 싶다

그 뽀송한 느낌은 건조기의 몇 시간 뜨거운 에너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빨래인걸 안다


갑자기 앞마당에 빨래를 걸고 싶었다

얼마 후 、 부모님께 얻어온 대나무 두 개를 세워서 긴 줄을 걸어

우리 마당에 빨랫대가 완성되었다

그때는 그 땅이 내 소유니 빨래를 거는 것도 내 맘 아닌가 싶었다

아이들 속옷부터 빠작 말리고 싶은 건 줄줄이 널어서 일주일 동안 해를 즐겁게 맞고 있었을 때 연락이 왔다。

아파트 민원이었다

아파트 공유 공간에 그렇게 빨랫대를 거는 건 안된다¡ 보기에 좋지 않다¡ 주민들 민원이 들어왔다고 라고 단호하게 이야기 하셨다

“그래 아파트는 함께 사는 공간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을 하며 빨대래를 걷을 때 씁쓸했다

마음 한편으론 “ 빨래는 미관상 보기 안좋은 거지¿ 꽃은 심어도 되고、、、、” 란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 정도의 용기가 그때는 없었던 것 같다、 아파트는 공유 공간이고 주변시선을 많이 의식하고 살던 때라 어쩔 수 없이 대나무는 그날로 사라질 수밖에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 다른 이유로 우린 이사를 갔다


그리고 딱 10년이 지나 내게 마당이 생겼다

쨍쨍한 햇빛에 빨래를 마음대로 널 수 있고 친구들과 좋은날 밥상도 펴서 먹고、

초록 마당 위에서 맨발로 춤도 추고、 아이들은 자전거도 타고 공놀이로 한가한 주말을 즐긴다

빨래 아래 고양이의 낮잠이 즐겁다


초록 마당을 내게 선물해 준 옆 지기에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그 마당을 바라보며 글을 쓸 수 있는 나、 스스로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마당만큼 함께 나눌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누군가가 우리 집을 찾아오면 언제든 두 팔 벌려

환영할 마음、그게 나의 가로수 같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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