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선고 받은 고양이 유자. 그리고 6개월이 지났다
올 해 2월 10일, 막내 유자가 병원에서 '비대성 심근증'판정을 받았다. 모든 음식물 거부상태, 가쁜 호흡과 잡히지 않는 맥박으로 긴급 처치를 받고 집으로 온 유자. 그 날 유자가 의사선생님께 들은 이야기는,
그리고, 의사선생님께서 이야기했던 6개월이 지났다. 유자는 아직도 우리 곁에 있다. 그것도 6개월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아주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물론, 병이 나은 것은 아니다. 비대성 심근증은 근본적으로 나을 수 없는 병이기도 하고, 유자는 상당히 진행 뒤에 발견됐기 때문에 더 그렇다. 여전히 유자는 심장병을 앓고 있고, 급사의 위험이 있으며,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고, 매일매일 호흡수를 체크받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유자의 컨디션도 오르락내리락했다. 2월 10일 처음 판정을 받고 다시 식욕을 회복한 한달 정도의 시간 이후에는 대체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간중간 호흡수가 불안정해지고 흉수가 차서 병원에 오간적도 여러번.
약 두 달 전, 유자의 호흡수가 다시 빨라지기 시작해 병원에 가 엑스레이를 촬영했다. 흉수가 다시 찼고, 하루 0.2 정도로 유지하던 이뇨제를 0.3으로 늘려 며칠 투약하며 관찰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 것에 비해 유자의 컨디션은 양호한 편이었다. 밥도 잘 먹고(좀 가리는면은 없지 않았지만) 이따금씩 사냥놀이에 참전하려고 난리를 쳐서 집사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아이의 컨디션이 양호하니 우선 약을 좀 더 써보자는 수의사의 말에 3주 정도 더 투약을 진행했다.
하지만 3주 뒤에도 결과는 같았다. 여전히 빠지지 않는 흉수. 수의사는 이제 다른 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심장병으로 인한 흉수는 이뇨제에 잘 반응을 하는 편이고, 처음 유자가 심장병으로 인해 흉수가 차서 병원에 왔을 때는 동일한 용량의 약으로 일주일만에 흉수가 다 빠졌었다. 림프액이 흉수로 차는 유미흉이 의심된다는 수의사. 다른 의심질환에 대한 검사에서는 모두 양호하다는 결과. 결국, 정말 하고싶지 않았던 흉수천자를 진행하게 되었다.
초음파로 흉부를 보며 직접 바늘로 흉수를 제거하는 큰 일을 마치고 돌아온 유자. 홀로 1시간가량 얼마나 무서웠을지, 천자를 하고 집사 품에 안겼을 때 유자의 눈이 촉촉했다. 그 모습에 집사까지 울컥. 우래기 너무너무 수고했어. 말이 통하지 않는 우리지만,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유자를 안고 쓰다듬었다.
천자 결과, 유미흉이 맞았다. 다만 다른 병으로 인한 것은 아니고 역시 심장의 압박으로 인한 유미흉이어서 기존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이뇨제 투여는 필요하고 거기에 유미흉을 방지하기 위한 약을 추가로 먹어야 하는 상황. 심장도 더 커졌다고 한다.
천자를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유자가 간만에 스트레스를 만땅 받아 반나절동안 밥을 거부했다. 괜히 스트레스만 더 준게 아닐까. 다시 밥을 안 먹는 건 아닐까. 복잡한 생각에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할 수없었다. 할 수 있는건 유자를 푹 쉬게 해 주고 평소 유자가 좋아하던 것들로 화해의 제스쳐를 취해보는 것 뿐..
그리고 저녁, 오후 내내 음식을 거부하던 유자가 향이 강한 고양이용 소시지 간식에 반응을 하기 시작했고, 이내 골골송을 부르며 사료를 먹었다. 천자 후 유자의 식욕은 투병 이전의 그것으로 돌아왔다. 밥을 어찌나 잘먹는지. 밥 달라고 성질은 얼마나 잘 내는지 아주 이뻐죽겠다. (ㅋㅋㅋ)
지금의 유자는, 밥 때도 안 됐는데 집사에게 쫓아와서 밥달라고 우앙우앙. 밥그릇을 비우고 나면 집사를 바라보며 '이게 다냥?'하고 묻는듯 하다. 호흡수는 분당 20회 안쪽으로 안정적이고, 엉덩이 무거우신 라떼를 뛰게 하려고 산 새로운 장난감에 제일 먼저 반응하고 쫓아온다.
6개월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모습이다. 깨발랄한 아기 호랑이 유자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없겠지, 생각하며 울었던 6개월 전의 집사는 지금 유자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 뿐이다.
6개월 전의 그 날, 우리 가족은 갑작스럽게 유자와의 이별을 받아들여야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갑자기 닥쳤고, 준비 되지 않은 이별은 너무나 아픈 것이었다.
하지만 유자는 고비를 넘겨주었다. 유자가 포기하지 않은 덕에, 우리 가족은 유자와의 이별을 서서히 준비하고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었다. 그 때 유자가 떠났으면 많은 후회가 우리 가족을 짓눌렀을 것이다. 더 잘 해 주지 못한 것, 일찍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오랫동안 힘들게 했을 것이다.
유자는 여전히 언제든 우리 곁을 떠날 수 있지만, 지난 6개월의 시간동안 유자와 함께 보낸 시간 덕에 우리 가족도 용기를 얻었다. 너는 참 착하고 예쁘고 용감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이쁜 내새꾸 유자.
앞으로 6개월도 우리 건강하게 같이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