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예술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주간 작업 회고 (3월 2주)

by 글쓰는 최집사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했어?

4(수) 관극

5(목) 폴댄스 수업

6(금) 폴댄스 수업

7(토) 관극

8(일) 폴댄스 수업

10(화) 폴댄스 수업

-이외의 시간 지원사업 준비 및 대본작업


무엇을 배웠어?

"공연 예술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공연 예술을 왜 보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영화나 드라마같은 영상 텍스트, 책과 같은 활자 텍스트들는 다른, 공연 예술만이 가진 아주 특별한 지점을 이야기 한다. 바로 지금, 내 눈 앞에서 펼쳐진다는 점이다. 미리 촬영하여 편집하거나, 문자로 고정시켜 놓을 수 없는, 오늘 공연의 맥락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지 그 누구도 (무대에 서는 배우도) 함부로 예측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공연 예술이 가진 아주 특별한 매력이다.

나 역시 그러한 매력에 사로잡혀 이 바닥에 발을 들였다. 똑같이 고정 된 활자 텍스트를 가지고, 똑같은 기술과 무대 인력들이 구현되는 무대 위에서,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배우라도 어제와 오늘 공연이 달라진다. 그러다 보니 같은 공연을 여러 번 관람하는 회전문 관객도 나온다.


공연을 창작하고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공연을 제작할 때는 ‘변수를 줄이는 작업’이 의외로 중요해진다. 매 번 리얼타임으로 구현해 내야 하는 무대 장치, 동선, 소품 사용, 의상 체인지 등등이 지나치게 어렵거나, 복잡하거나, 디테일 할 경우 그에 따른 변수 발생 가능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배우와 스텝들은 매 공연을 하나의 ‘챌린지’ 처럼 해내야 하고, 때로는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도 조마조마해진다.


그런데, 이러한 변수들을 기꺼이 감수해내는, 아니, 거의 장인정신의 수준으로 무대 위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구현해 낸 공연이 있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다. 나의 지브리 첫사랑이자, 어쩌면 작가로서의 꿈을 심어 준 것과 다름 없는 바로 그 영화의 연극 버전이다. (약간의 음악극에 가깝다) 어렵게 표를 구하고 관람일을 기다리는 동안, 주변에서 들은 수 많은 피드백 중 대부분은 ‘어떻게 저렇게까지 영상을 구현해 낼 수 있지?’, ‘장인정신 끝판왕’과 같은 것들이었다. 누군가는 너무 영화와 똑같아서 아쉬웠다 말하고, 또 누군가는 판타지 장르를 어떻게 무대 위에 구현해 낼 수 있는가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직접 공연을 보고 난 후, 한동안은 감동 속에서 헤어나오질 못 했고, 조금 시간이 지나니 ‘공연 예술은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공연을 보는 내내, ‘만약 내가 원작을 공연화 하는 입장이라고 한다면 이 장면을 어떻게 그릴까?’ 상상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 하늘을 나는 용, 뛰어다니는 숯 덩이들, 치히로의 손에 쥐어지는 종이와 펜. 영상 효과나 와이어 같은 기술, 조명효과로 그럴듯 하게 해결하고 말았을 그 장면들을, 프로덕션은 사람이 직업 들고 뛰고, 끌고 다니며 하나하나 완성했다. 그리고 그것이 주는 감동을 확실하게 챙겼다. 치히로와 하쿠가 손을 잡고 하늘을 나는 장면도, 사람들이 직접 두 사람을 들고 움직였다. (난 와이어를 쓰거나 할 줄,,) 아날로그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 작전은 정확히 먹혔다. 더군다나 그들이 선택한 그 아날로그 방식이, 원작에 가장 어울리는 것임에는 이견이 없다.


공연업에 종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깊게 박히게 된 것 같다. 깔끔한 무대, 세련된 연출, 변수가 없는 프로덕션이 좋은 공연이라고. 하지만 상상해 본다. 만약 내가 보고 온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led 등을 활용한 화려한 영상장치와 세련된 무대 장치로 움직이는 무대였다면, 지금과 같은 감동이 있었을까? 물론 그 나름의 임펙트는 있었겠지만, 결정적으로 그건 우리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원작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아니다. 결국 프로덕션은 원작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신들이 관객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공연 예술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그 한계는 없다. 그리고 심지어 반드시 더 세련되고, 더 테크니컬하고, 더 매끄러운 방향으로만 가지 않을 수 있다. 더 투박하고, 더 아날로그적인 방향으로 밀어 붙일 수도 있다.



▶어떤 감정을 느꼈어?

"무기력한대로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컨디션이 바닥이었던 한 주. 호르몬의 노예인지라 자체적으로도 컨디션이 많이 떨어졌는데, 많아진 고난도 수업과 함께 몸이 빠르게 축나기 시작했다. 몸이 무기력해지자 마음도 같이 무기력해졌다. 의욕도 사라지고 루틴을 지속하기도 어려웠다. 좋은 콘텐츠들을 인풋으로 접하는 즐거움을 얻었지만, 굼떠진 몸과 진도가 나가지지 않는 작업물을 보면 죄책감과 자괴감에 시달렸다.

하지만 어떡할 건가. 무기력할 땐 무기력한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 몸이 일으켜지지 않아 계획보다 늦잠을 자게 되더라도, 1시간 독서를 할 수 없더라도 단 1장이라도 읽으려고 애썼다. 일본어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 단어 하나라도 외우자'라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작업도 마찬가지. 글이 써지지 않을 땐 그냥 다이어리 메모 페이지를 펼쳐 놓고 작품에 대한 고민점과 생각들을 마구 써내려갔다. 그냥 그 순간 할 수 있는 만큼만 했다.

감정에 관해서는, 스스로 인정해주고 알아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무기력한 나를 알아주고, 그 순간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러다보면 어느새 무기력에서 벗어난 나와 마주하게 된다.



▶ 다음 주는 어떻게 살고 싶어?

"몸을 먼저"

우선 컨디션을 올리는 게 먼저다. 귀찮아 하지 말고 내 몸을 돌보는 일을 1순위로 생각하자. 좋은 걸 챙겨먹고, 귀찮아도 수업 후에는 보강운동을 꼭 하자.



▶이번 주의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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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나의 첫사랑,,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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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첫사랑 남편이 여성의 날 맞이 선물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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