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키우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려드릴게요
우린 애 안 낳고 자유롭게 살라고. 고양이나 키우기로 했어.
최근에 결혼 한 지인 중 하나가, '아이 계획 있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내가 귀를 의심하며 되물었다. "자유롭게 살려고 고양이나 키운다고요?"
고양이 세마리를 키우고 있는 집사 입장에서는 코웃음이 나는 말이다.
자유롭게 살려고 애 안 낳는거 오케이. 근데 왜 고양이를 키워? 그거 모순 아니야? 자유롭고 싶은데 고양이를 키운다. 완벽한 모순이잖아.
단 한 번도 반려동물을 키워 본 적이 없다는 그 분은 '고양이 키우기 쉽다던데?'라고 해맑게 말했다.
'강아지처럼 산책시킬 필요도 없고, 화장실 알아서 가리고, 하루 이틀은 외박해도 괜찮대!'
어디서 누구한테 이런 긍정적인 이야기들만 잔뜩 듣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른거니까.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 만큼은 제발, 제에발 신중하게 고민하고 현실적인 여건을 따져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어.....그런 마음으로 키우면 안 되는데요?"
정색을 한 나의 말에 그가 다시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집사는 괜히 집사가 아니야.
고양이를 반려하는 사람을 '집사'라고 부르는게 단순히 고양이들이 사람을 주인이 아닌 하수인 취급을 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렇게 귀여운 의미만 있는 이름이 아니라니까.
고양이를 반려하는 건 애 키우는거랑 다름이 없다. 오히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쉴 새 없이 신경 써주어야 하고, 뒷바라지 해주어야 하고, 보살펴 줘야 한다. 애는 크면 말귀라도 알아듣고 철이라도 드는데,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애는 어디가 아프면 울기라도 하는데, 고양이는 철저히 숨긴다. 지금까지 말 한 건 새 발의 피다.
나와 다른 생명과 함께 한다는 것
만약 고양이를 기르는데 이런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 이렇게 까지 하고 싶진 않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더더욱 그만둬야 한다. 그런 사람은 반려묘가 조금만 사고를 치거나, 조금만 아프면 바로 유기할 사람이니까. 생명을 책임진다는 건 그냥 입으로 내뱉는 것보다 백만배 어려운 일이다. 하다못해 내 배 아파 낳은 자식도 버리는 세상인데 반려동물은 못 그럴까.
1년 동안 버려지는 유기동물 수가 12만 마리란다. '생명' 앞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책임감이 없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내가 지인 앞에서 유별나게 화를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고양이를 그냥 귀여운 애완동물로 키울 생각이면 그만두시라고. 인형처럼 예뻐서 데리고 있다가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 살아갈 하나의 생명으로서 '반려동물'이 맞는 거라고.
내가 정색을 하면서 고양이랑 함께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역설하자 그분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맨날 행복한 표정으로 고양이 자랑하면서, 왜 나는 못 키우게 해?라고. 고양이 때문에 행복하지 않냐는 그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당근 행복하죠. 근데 내가 행복하기 위해 키우는게 아니라 고양이들을 평생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마음으로 키우기 시작해야 해요. 생명을 책임지고 키우는 일이 어떻게 매일 행복하겠어요, 힘든 날이 더 많지. 그런데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정작 내가 행복해지더라고요. "
우리 가족이라고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는 일이 마냥 행복했을리가. 인간과 고양이. 두 생명체는 완벽히 다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때로는 이해받지 못해서 힘들고, 때로는 이해해줄 수가 없어서 힘들다. 적응 초기, 라떼가 새벽에 2시간에 한 번씩 잠을 깨워대는 바람에 엄마는 몸도 마음도 약해졌다. 겨우겨우 다시 잠들었는데 또 다시 울어대며 발로 밟고 머리카락을 뜯어대는 생명체가 사랑스러울리가. 병에 걸려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유자를 붙잡고 하루 종일 씨름해가며 뭐라도 입에 넣어주려고 애썼던 시간이 행복했을리가. 다 너 살리려고 하는건데 발버둥치며 거부하는 아이를 보면서는 얼마나 미웠는데.
장담하건대, '부모'라는 이름에 구속받고 싶진 않지만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쯤 있어서 심심하지 않게 고양이 재롱이나 보면서 지내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이해하지 못할거다. 이렇게 어렵고 힘들고 녀석들이 미운 시간이 있은 후에, 이 녀석들을 더 더 사랑하게 됐다는 걸.
지인분이 당장이라도 펫샵에 가서 아기고양이를 살 기세라 진지하게 말렸다. (이미 봐 둔 아이도 있다고..)
고양이를 평생 반려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내가 키우는 한 아이도 중요하지만, 생명 자체를 존중하고 보호해달라고 말했다. 펫샵에 진열되어있는 아이들이 작고 귀여워 보이지만, 그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태어났는지에 대한 이슈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루어져왔다. 하지만 여전히 그대로다. 여전히 사람들은 펫샵으로 가고, 펫샵에 진열 할 귀여운 품종묘를 만들기 위해 일명 '고양이 공장'이라고 불리는 곳들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한 해에 12만 마리가 버려지는데도 귀여운 아기고양이를 사기 위해 사람들은 펫샵으로 향한다. 누군가는 버려지는 아이들을 구조하고 케어하고 어렵게 입양을 보내는데, 또 누군가는 열심히 유기하고, 학대하고, 물건처럼 판매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정말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구조하는 사람 따로 있다. 때문에 이 악순환은 끊어지질 않는다.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해 봤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게.
나의 열변 끝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 끄덕임에, 오히려 내가 고마웠다. 고양이를 키울 때의 어려움들을 잘 생각해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족으로서 한 생명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내가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을테니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말했다.
너희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양이를 정말 사랑해서, 우리집에 세 녀석을 몸으로 예뻐해주는 것 말고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다 해주고싶었다. 내가 당장 유기묘들을 구조하고, 치료하며 헌신하고 봉사할 여건은 되지 않지만 이렇게 내 주변의 사람들이라도 생명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한다면 이것도 아주 작고 작아 너무 티끌 같은 일이지만, 그래도 다 너희를 위한 게 아닐까. 우리집 삼냥이들을 보며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