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세 마리라

by 글쓰는 최집사

셋이라, 외동인 아이들만큼 사랑을 주지 못한다는 게 속상할 때가 있다.

외동인 아이들은 집사의 마음과 정성과 사랑을 온전히 다 받을텐데. 세 마리가 지지고 볶다보니,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나누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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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유자의 투병이 시작되면서 더 그렇다.

집에 환묘가 있으면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마음이 쓰인다. 더 사랑하는 것과는 다르다. 집사의 몸은 하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정된 체력 안에서 우선순위에 따라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유자가 다른 아이들처럼 밥도 잘 먹고 컨디션을 회복해서 덜 하지만, 유자가 밥도 먹지 않고 기운이 없을 때는 온 신경이 유자에게 쏟아질 수 밖에 없었다. 입맛을 찾게 하려고 강제급여를 시도하고, 맛있기로 소문난 온갖 음식들을 대접했다. 라떼와 율무는 눈 앞에 맛있는 음식들을 보고도 먹지 못했다. 사냥놀이 횟수도 줄었다. 아무래도 심장병 환묘 앞에서 장난감을 흔드는 일은 위험하기 때문에, 유자가 방에서 자고 있을 때야 라떼와 율무를 따로 놀아주었다. 그나마도 유자가 잠에서 깨 장난감에 눈을 고정하면 재빨리 치워야 했다.

유자 먹으라고 놓은 간식을 두 녀석이 신나게 먹다가 혼난 적도 많았다. 마음이 작은 집사는 유자가 아프다는 슬픔에 매몰되어 라떼와 율무에게 이전같은 관심을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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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집사를 좋아하고 애교가 많던 라떼는 스트레스성 허피스를 앓았다. 그 모습에 속상했다. 미안해, 라떼야. 집사가 집사 생각만 했어.

어느 순간부터 집사의 관심은 오로지 유자에게 향하고, 좋아하는 간식도 유자만 주니 라떼가 얼마나 서운했을까. '유자는 아프니까 이해해주겠지.' 무심하게 생각했던 스스로를 반성했다. 집사가 변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율무는 격한 사냥놀이를 하며서 에너지를 풀어줘야하는 녀석인데 유자 신경쓰느라 자주, 오래 놀아주지 못하는게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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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유자의 컨디션이 좋아 상황이 조금 나아졌지만, 지금도 하나하나 다 신경써주지 못하는 건 아닐까 늘 걱정스럽다. 놀아줄 때도 몸이 세개였으면 좋겠고, 간식을 줄 때 조차 누구를 먼저 주나 고민한다.


고양이가 셋이라 얻는 행복은 제곱으로 아홉인데, 아이들이 느끼는 사랑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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