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생에 식물이었던게 분명해.

by 글쓰는 최집사

날씨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거든. 이게 그냥 하는 말 같겠지만, 진짜야. 나는 겨울에 꽤나 우울하고, 봄여름엔 거의 고삐 풀린 망아지가 돼.


어제는 이상하게 기분이 너무 좋은거야. 3월 내내 재택근무를 하다가 일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회사로 출근을 해야했는데도. 그리고 그 사무실에 나 혼자 뿐이었는데도! 간만에 일을 제대로 했는데도, 대표님의 업무지시 전화가 끊이질 않는데도 왠지 방방 뜨는 기분을 주체할 수 없어서, 스스로 나 왜이러나 생각했지.


그 날 입은 산뜻한 색감의 니트 때문이었을까. 예뻐서 한참을 만지작거리다가, 나는 연보라색 같은건 절대 안 어울린다고 단호히 뒤돌아섰을 때 남자친구가 얼른 뛰어가서 사 준 그 니트. 옷은 역시 무채색이 짱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거의 유일무이한 '상큼한'색감의 옷이거든. 이상하게 그 연보라색 니트만 입으면 기분이 막 좋아져.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색이야. 이래서 사람들이 밝은 색 옷을 입는건가. 아니면 그 옷을 입은 나를 볼 때마다 '역시 예쁘다'고 웃어주는 그 사람이 떠올라서 좋은 건가. 하여간에 그 옷을 입은 것도 기분이 좋았던 것에 한 몫 했을거야.


일찌감치 일을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는데, 오후 3시의 햇살이 너무 좋은거야. 봄이다. 진짜 봄이야.

광합성을 하는 식물처럼,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지. 눈이 부셔서 눈을 뜰 수 없는 그런 햇살을 정말 오랜만에 맞아보는 것 같았어. 공부하느라 정신없을 그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들 뜬 마음으로 딱 한마디 했어.


"오늘 날씨 대박이야!"


그 말 한마디에 그는 우리 집 앞으로 찾아왔고, 함께 집 주변의 중학교 운동장으로 산책을 나갔어. 축구하는 아이들 곁을 지나, 운동삼아 나온 아주머니 두 분 곁을 지나, 벌써 피어난 목련나무 옆 벤치에 앉아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았어.


정말 날씨 때문이었나. 어제는 잠들때까지 입꼬리가 귀에 걸려있었던 것 같아. 따뜻한 햇살도 그렇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도 그렇고, 맥주를 마시며 조잘거리는 내 얘기를 콜라를 마시며 들어 주는 그 사람도 그렇고. 모든게 좋았던 날이었어.


"역시 오늘도 예쁘네."


이 말이 제일 좋았던 건 부정할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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