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새벽일기

브런치 작가 5개월차, 여전히 어려운 글쓰기

by 글쓰는 최집사

어쨌든 글로 밥 벌어먹고 살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미 한 일억오천이백만번 정도 내뱉은 것 같은데 글쓰는 일 정말 어렵다.

돈을 벌면서 써본 공연대본은 당연하고 그냥 내 생각과 주관을 마구 흩어 놓은 글도 그렇고 하다못해 내 일기장에 쓸 글까지 너무 어렵다. 어렵다 어려워. 이렇게 어려워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려고 하는게 잘못인 것 같기도.


글로 밥을 벌어 먹고 살기 위해서는 글을 기똥차게 잘 쓰거나 잘 쓰지 못해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을 쓰면 된다. 아주 심플하다. 다른 방법은 없어. 그런데 나는 양쪽에 다 해당되지 않는다는 걸 몇 년째 깨닫고 괴로워하는 중이다. 이 괴로움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데, 도무지 놓을 수가 없다. 그래도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에 글쓰는 일을 지속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글 말고도 다른 걸로도 돈 조금 벌면서 살면 되지'라고 자기타협은 마친 상태다. 글로 100% 먹고사는 일은 불가능함을 깨달았으니 때로는 물러설줄도 알아야된다. 현실을 보는 것도 중요하니까.


내 브런치 서랍에는 발행하지 못한 칠십이개의 글이 있다. 자기검열의 결과다.

그렇게 쌓여있는 글들을 보면 '대체 내가 왜 이 글을 쓴거지, 이렇게 묵혀둘거면 왜 쓴건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만 절대 발행 버튼을 누를 용기는 생기지 않는다. 이런 글들은 대부분 내 기준 '못써서'가 아니라 '너무 솔직해서'이다. (물론 더럽게 못 쓴 글도 셀 수 없게 많다.)


글은 솔직한 것이 1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남들에게 오픈을 잘 못한다. 그러면서도 그럼 이 글이 무슨 소용인가부터 시작해 용기없는 내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가 차오른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다. 이제 막 성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던 내가 거기에 쓴 글이 어땠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 그래서 그 블로그 글들은 대학 입학하고 얼마 후 몽땅 지워버린 것도 안 봐도 비디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쏟아내고 싶은 글이 있으면 모두 비밀글로 올렸다.

그리고 졸업을 앞 둘 무렵, 남들에게 보여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글 정도는 오픈하기로 결정했다. 이럴거면 블로그를 없애지 왜 갖고 있나 그런 생각 때문에. 그 다음은 다시 예견된 수순이다. 남들 눈 의식하면써 적어 낸 내 글이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물론 친구며 동료며 모조리 이웃맺고 보란듯이 글을 쓴 것도 아닌데, 지인들이 하나 둘 넌지시 "너 블로그 봤어~"라고 말 할 때 마다 흠칫흠칫 놀라며 재빨리 블로그 앱을 눌러 '아는 사람이 보면 좀 그런' 글들을 비공개로 돌렸다. 남은 건 정보성 글들 뿐. 자기검열은 점점 심해지고, 그러면 한 글자도 쓸 수가 없고. 악순환의 반복 끝에 다시 블로그 운영을 내려놓게 되었다.


그러다 알게 된 게 '브런치'다. 오롯이 '글'에 집중하는 플랫폼. 사용자를 '작가'로 명명하는 플랫폼.

무엇보다 내가 대놓고 내 이름과 사진을 까놓지 알리지 않는 이상 내 지인들이 나인 줄 알 수가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플랫폼에서 나름대로 심사를 거쳐 작가로 인정해준다는 점도. 물론 막상 브런치를 약 5개월째 쓰다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도 느끼지만, 내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것만 해도 나는 땡큐다.


쓰고 싶었던 글들을 조심스럽게 올리기 시작했다. 갱년기를 겪기 시작한 엄마를 바라보는 내 날 것의 시선, 반려묘와 만나게 된 이야기, 나의 트라우마에 대한 것 까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가 하고싶었던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눈치보지 않으면서 글을 쓰니 재미도 있었고, 점차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하는 글도 생겼다.

그러다 우연히 퇴사를 준비하면서 느낀 감정을 옮기기 시작했는데, 우연치 않게 글 하나가 키워드 검색으로 노출이 되면서 1만뷰가 찍혔다. 어안이 벙벙했다. 퇴사에 대한 글을 쓸 때마다 끝없이 올라가는 조회수와, 구독자 수. 사람들 진짜퇴사 하고싶어 하는구나. 비로소 느꼈다. 브런치에서도 먹히는 글이 있다. 조회수를 올리기에 적합한 글과, 제목이 있다.


이걸 몰랐던 때로 돌아가고싶다. 나는 다시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기 시작했다. 누군가 읽고 '그렇군'하고 넘어갈, '좋은데?'생각까지 해주면 고마운 딱 그정도의 글. 그정도의 내 밑낯을 드러낸 일기장으로 시작한 브런치에서 나는 또다시 숨기 시작했다. 이건 너무 깊은 이야기고, 이건 진짜 어쩌라고 싶은 글이네. 발행은 누를 수 없어.


서랍에 있는 글들을 보면서 또 생각한다. 그래서 저걸 저렇게 둘거니? 그럼 뭐하러 썼어. 나 혼자 눌러쓴 글로는 작가가 될 수 없어. 독자가 있으니까 비로소 글이 되는거야. 나도 알지. 내가 몰라서 그러겠어? 그래도. 숨기고 싶은 글이 있을 수도 있는거잖아.


안되겠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자세가 안 돼있잖아.

물론 모든 글을 독자를 상정하고 쓸 필요는 없다. 그러나 글을 통해 내 의식주 중 일부라도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이면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두려움을 없애자. 그걸 극복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내면의 사투 끝에 최근에 다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블로그에 광고를 올리거나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고, 그냥 브런치에 쓴 글 중에 '나를 아는 누군가가 봐도 큰 문제 없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반대로, 브런치에 올리기는 애매한, 개인적인 기록에 대한 글을도 올리기로 했다. 연습이다. 여기든 저기든 여러곳에 내 글을 뿌리는 연습.


언젠가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확신' 뿐이라는 문장을 읽은 적있다.

스스로에게 얼만큼 확신을 가질 수 있는가. 그 확신이 없으면 '잘'은 커녕 '그냥' 할 수도 없다. 퇴사 후 글쓰기에 조금 더 집중하기로 마음 먹은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확신인것 같다.


그래서 일단 그냥 써본다. 이것저것. 내 불편한 모습까지도.

최소한 브런치에서 만큼은 그래보려고 한다. 일종의 선언이다. 이 곳에서 만큼은 그냥 나에게 확신을 주고 글을 쓰기로. 못쓴다고 누가 욕하는 것도 아니잖아.

혹시라도 오늘부터 이 브런치에서 '이건 뭐야'싶은 글이 올라오거든 그냥 조용히 지나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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