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돌아다니고 싶은 날씨에, 국가에서는 당분간 집에만 있으라고 한다.
본능과 이성이 싸우면 난 늘 본능이 이기는 사람인데, 지금 내 본능은 나 말고 다른사람한테도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이성으로 눌러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집사로서의 의무를 마치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영.
영 기분도 기운도 나질 않는다.
카페인 연료가 필요해 가디건을 하나 걸치고, 마스크를 쓰고 밖으로 나왔다.
목적지는 아파트 단지 앞 카페.
가격에 비해 맛있는 집은 아니다.
하지만 커피는 마시고 싶은데 멀리가자니 좀 그러니까.
가는 동안 누구를 만날 일이 없을 만큼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를 나서니 완연한 봄이 나를 맞이했다.
화단의 벚나무가 분홍빛을 뽐내며 흐드러지게 피었다.
파아란 하늘과 정반대의 색감의 꽃들이 달린 가지가 하늘하늘 흔들린다.
반바지 아래 맨다리에 기분 좋은 바람이 살랑인다.
굳이 카페까지 가지 않아도 연료는 충분히 채워진 것 같지만,
이 날씨를 더 느끼고 싶어서 카페까지 간다.
너무나 코앞인 거리가 원망스러워 일부러 아파트 단지 구석구석을 걷는다.
행인도 없이 나 혼자 이 봄을 다 가진 것 처럼 만끽하며 걸었다.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1분도 안되는 시간 동안, 텅 빈 아파트 단지 안에서 흔들리는 꽃들만 바라보았다.
모두들 집 안에만 있느라 이 봄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닐까.
이 햇살을, 이 바람을, 이 봄을 모두 나누고 싶은데.
어떡하겠어. 나라에서 집에 있으라는데.
집에 오자마자 손발을 깨끗히 씻고, 책상 옆 창문을 활짝 열었다.
불어오는 봄바람에, 침대에서 자고 있던 나의 고양이 라떼가 코를 벌름이며 책상 위로 올라온다.
분홍색 코가 발름발름. 그 작은 코가 바쁘게도 이 봄 냄새를 맡는다.
아, 행복하다. 갑자기 그런 마음이 들어 라떼를 꽉 끌어안았다.
다행이야. 같이 봄을 나눌 니가 있어서.
봄은 고양이로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香氣(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봄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生氣(생기)가 뛰놀아라
-이장희 <봄은 고양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