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여행(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아쉬운 마지막 밤을 보낸 우리는 몽골의 울라바토르를 거처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16일간의 여행이었지만 느끼는 시간은 무척이나 길게만 느껴졌고 인천공항에 발을 디디는 감촉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서둘러 집에 도착한 우리는 우선 몸부터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 제일 급한 일이었다.
그리고 4 식구는 미리 사다 놓은 족발을 안주로 소주를 가볍게 마시며 회포를 풀었다.
그리고 모처럼 모녀간에 오붓하게 분위기를 내려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하려던 차에 "여행이 아니라 지옥"이라는 문자를 받고 가슴 졸였던 이야기를 하며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되돌아본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 내 생에서 앞으로 이보다 더 멋진 여행이 있을까? 펜대 하나로 쉽게 독자들을 울고 웃기는 작가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이보다 더 사실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아들과 나는 우연치 않게 그 무대에 올라탔고 멋진 연기로 그 작품 속의 실제 체험한 주인공이 되었다.
나는 젊어서부터 가슴속 한쪽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 있었던 소망이 있었다. 그것은 나만이 아니라 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가슴 한쪽에 채워야 할 비어있는 공간일 것이다. 우리 민족의 숨결이 살아있는 만주 벌판과 시베리아의 평원, 나는 그곳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벅찬 느낌을 받을 것 같았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대륙을 한번 가봤으면 하는 내 소망은 드디어 이루어졌다. 아들이 내 꿈을 알았는지 뜻밖에도 그런 제안을 했고 선뜻 받은 아빠와 아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소통의 통로가 있었나 보다. 그리고 이런 여행을 하게 된 아들에게 고맙다. 그리고 든든하다.
나는 남자 직원들이나 친구들, 또는 나와 인연이 되는 사람들과 이야기 자리가 주어지면 "혹시 아들이 있냐?"라고 종종 물어본다. 아들이 있다고 대답하면 "아빠와 아들 단 둘이서 꼭 여행을 가보라"라고 추천한다. 그러면서 내가 가봤던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면 듣는 사람마다 너무 좋아한다. 또한 부러워한다. 그리고 자신도 꼭 가봐야지 다짐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들들은 아빠하고 단 둘이 여행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고 아쉬워한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8일간을 달리면서 느꼈던 우리 민족이 야망을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 젊었을 때나 심지어는 지금도 약소국으로써 주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을 운명이라 여기고 슬기롭게 살아가야 하는 법을 대단한 지식인양 배워야 하는 가엽스런 신세, 이제 염려하지 않아도 되겠다. 역사 이래 지금처럼 당당했던 때가 있었던가?
덩치가 작을 때는 맞고 들어와도 주위에서 위로를 해 줬다. 그러나 다 큰 자식이 그런 모습이면 부모는 속이 상한다. 이제 우리도 세계 10대 강국이 되었다. 그리고 계속 성장하고 있다. 외국사람들은 우리를 선망하는 국가가 되었다.
요즘은 가짜 애국자가들이 너무 많다. 과연 국가의 위기 때도 지금의 모습을 보일까? 애국은 입에서 쉽게 오르내리는 가벼움이 아니건대 탐욕을 숨긴 위선자들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이념에만 매몰되어 밤낯으로 상대를 소멸시키려 연구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임진왜란이 생각나고 병자호란, 20세기 초의 제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제국주의 시대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이제 역사의 영웅이 나타나 빈곤하던 국가의 뼈대를 튼튼하게 만들어 놓았고 그 바탕 위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고 치열한 경쟁 속을 헤쳐나가는 기업들과 국민들을 보면서 자랑스러운 생각이 든다.
머지않아 승천하는 용이 되어 주변 강대국을 어우르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인다.
"16일간의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
내 나머지 삶에서 이보다 더 멋진 여행은 없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