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선생님, 남편이 뭐예요?

by 초록 향기

“선생님 남편이 뭐예요?”

“선생님, ‘남편’이 뭐예요?”

초등학교 2학년 독서논술 수업 시간, 단어 공부를 하던 중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 ‘남편’이 뭐예요?”

순간 나는 잠시 멈칫했다. ‘남편’이라는 단어를 모른다고?
조금은 놀라웠지만, 곧 그 질문이 단순히 어휘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결혼을 하고 나면, 엄마에게 아빠는 ‘남편’이라고 해. 아빠는 엄마의 남편이고, 엄마는 아내인 거지.”

그러자 아이가 말했다.
“아닌데요. 우리 엄마는 아빠를 ‘오빠’라고 불러요. 남편 아닌데요.”

그 순간 ‘아!’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아이에게 ‘남편’이라는 말이 낯설다는 건 단지 단어 하나를 모르는 게 아니라, 그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대학에서 정년퇴직한 후,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 해외에서 공부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국어 교육의 일환으로 독서논술 수업을 하고 있다.
대학 강의실이 아닌 작은 공간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웃고 배우는 이 시간이 오히려 나에게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배우게 만든다.

며칠 전 수업 시간에 가족 소개를 하는 활동을 했다.
한 아이가 말했다.
“우리 가족은 다섯 명이예요.”
내가 “여동생이 있니?” 하고 묻자, 아이는 “네, 0살이에요.”라고 대답했다.

알고 보니 그 아이가 말한 여동생은 강아지였다.
엄마가 강아지를 ‘여동생’이라고 불렀고, 아이는 그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즉, ‘가족’이라는 개념이 보통은 혈연이나 혼인으로 맺어진 생활 공동체를 말하는데 아이는 아직 ‘가족’이라는 개념이 또렷이 자리 잡지 않은 셈이다.

요즘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고, ‘우리 아기’라고 부르는 문화가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아이들의 언어 세계는 어른들과 다르다.
그들은 들은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언어 속에서 세상을 이해한다.
그래서 강아지가 여동생이 되고, 아빠는 엄마의 ‘오빠’가 된다.
이처럼 언어 속에서 관계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인간과 동물, 사회적 구조 간의 구분도 모호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특정 아이 혹은 한 가정의 문제일까?
요즘 방송을 보면, 결혼한 연예인들조차 서로를 “오빠”나 “자기야”라고 부른다.
‘남편’, ‘아내’라는 단어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연애할 때 부르던 오빠라는 호칭이 결혼 후에도 부르니 그런 문화를 접하며 자라는 아이들에게 “아빠는 엄마의 남편”이라는 개념이 낯선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말은 관계를 담고 있고, 언어는 생각의 틀을 만든다.
우리가 어떤 말을 사용하는 가는 세대를 넘어 문화를 만들고 전해진다.
그래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더 조심스럽고 더 중요하다.

다가오는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문득 생각해 본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가족’을 가르치고 있을까?
그리고 그 가족을 우리는 어떻게 ‘말’로 전하고 있을까?




* 연두생각.


“남편이 뭐예요?”

엉뚱한 질문이지만 그 안에 지금 가족 언어의 현실이 담겨 있어요.

아이의 해맑음 덕분에 웃다가도,

문득 “우린 언제부터 오빠가 남편이 된 걸까?”

조용히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글이었어요.